01
※ 장년(张年): 본명 혹은 가명 여부 불명. 위장 신분으로 장일년(张一年) 을 사용.
"백기, 남, 현재 연모고등학교 1학년 재학 중.
임무 목표: 일상 생활 감시, 정기적 보고서 작성……"
손에 든 임무 파일을 넘기며, 장년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이 골치 아픈 일이 결국 자기 머리 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NW의 외곽 정보원인 그는, 최근 중대한 소식 하나를 접했다. 백 사령관의 부인이 화재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었다.
사건은 철저하게 봉쇄되었지만, 장년의 촉은 그 배후에 분명 복잡하게 얽힌 무언가가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다만 관련 조사 업무는 내려오지 않았다. 대신 기다리고 있던 것은 이런 “고등학생 감시” 임무였다.
파일 속 사진의 소년은 얼굴이 밝고 준수했다. 하지만 기본 정보 외에 쓸 만한 내용은 없었고, 심지어 마지막 장에는 백혼 사령관의 서명도 없었다.
분명한 건, 이번 작전이 사령관의 지시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아마 구두 명령 수준일 것이었다. 그러니 자기 윗선이 이런 임무를 자신에게 넘긴 것도 이상할 게 없었다. 어차피 자신 같은 “변두리 인물”이 정말 무언가를 발견한다 해도, 처리하기는 편할 테니까——위쪽의 그 연락책이 공을 세우기 위한 디딤돌로 쓰기에는 더없이 알맞았다.
다만 백 사령관의 성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충분히 냉혹하고, 언제나 쓸모 있는 자만을 중시하는 사람. 그 점에서 보면, 아들인 백기는 이미 버려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생각을 하자, 장년의 마음속에 묘한 경멸감이 스쳤다.
그것도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임무가 그 백 사령관과 직접 관련된 것도 아니니, 자신도 한가롭게 넘길 수 있었다. 보수만 적당하다면, 그는 조금 지루한 일을 하는 것쯤은 개의치 않았다.
고개를 들자, 책상 위에는 새로운 신분증이 한 세트 놓여 있었다. 장일년, 1급 운동선수, 현 연모고등학교 특별 초빙 체육 교사.
눈앞에서 뛰어다니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장년은 어딘가 멍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군인으로서 어릴 때부터 특수 훈련을 받아온 그에게, '학교'라는 곳은 교편과 수많은 고통스러운 훈련이 따라다니는 장소였다. 이렇게 느긋한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탁탁탁——"
빠른 발걸음 소리가 시끄러운 사람들 틈을 가르고 지나왔다. 장년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옆으로 비켰다. 다만 예상하지 못한 것은, 목표 소년이 그렇게 자기 앞을 지나 달려가리라는 점이었다.
사진 속 모습과 비교하면, 그의 얼굴에서는 이미 예전의 앳됨이 사라져 있었다. 눈 속에는 뼛속 깊이 파고드는 불꽃만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 불꽃이 얼마 남지 않은 그의 영혼을 계속 갉아먹고 있는 것 같았다.
저렇게 죽은 듯한 눈빛은, 장년도 여러 목숨을 걸고 도망치는 자들의 얼굴에서나 본 적 있는 것이었다. 그것이 이런 반쯤 자란 아이의 얼굴에서 나타날 줄은 몰랐다——사진 속 모습과도 달랐고, 사령관 집에서 자란 아이처럼도 보이지 않았다.
"수업이 막 시작됐는데 벌써 나가는 애가 있네요? 아픈 것 같지도 않은데."
장년이 가볍게 던진 말에, 옆에 있던 왕 선생님이 예상대로 한숨을 내쉬더니,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저 애가 백기예요. 원래는 참 괜찮은 아이였는데, 얼마 전에 집안에 일이 생겨서 어머니가 돌아가셨거든요."
"그 이후로 저렇게 됐어요. 며칠 전에는 학교 밖 불량배들이랑 싸우기도 했고요. 개학한 지 얼마 됐다고, 하마터면 징계 처분을 받을 뻔했어요."
"학교에서도 소문내지 말라고 해서요. 분위기에 좋지 않으니까. 일단은 지켜보는 중이에요."
장년은 이미 이 모든 내용을 꿰고 있었지만, 처음 듣는 것처럼 짧게 "아" 하고 반응했다.
"그렇군요. 교사동 쪽은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좀 더 안내해 주시겠어요?"
장년은 왕 선생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는 교사동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시선의 끝은 여전히 백기를 따라가고 있었다.
목표 백기, 확인 완료.
02
어느새 장년이 연모고등학교에 온 지 세 달째가 됐다.
그는 기구실 문 앞에 서서, 눈앞 운동장 위를 가득 채운 학부모와 학생들의 무리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모의고사 이후 처음 열리는 고1 학부모회 날이었으니까.
그는 무의식적으로 멀지 않은 옥상을 힐끗 올려다봤다. 흐릿한 검은 그림자 하나가 위에 드러누워 있었다.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저 녀석, 또 수업 빠지고 가서 자고 있겠지.
왕 선생님
장 선생님, 기구 점검해봤는데 관리 잘 되어 있더라고요.
왕 선생님
오늘 수업은 없죠? 그냥 학교 좀 돌아다니면서 질서 유지 좀 도와주세요. 피곤하면 교무실에서 쉬시고요, 어차피 별일도 없으니까.
장년
네, 한 번 더 확인하고 갈게요.
장년은 왕 선생님에게 손을 흔들고는 운동장 높은 쪽 계단에 걸터앉았다.
여기는 시야가 탁 트여 있어서 학교 곳곳을 내려다볼 수 있는, 감시하기에 더없이 좋은 자리였다.
세 달이 지나는 동안, 장년은 학교에서 하는 감시 활동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백기의 행동 패턴도 완전히 파악한 지 오래였다.
지각 아니면 땡땡이 치고 자는 것, 아니면 담 넘어 목적도 없이 쏘다니는 것. 물론, 여기저기서 싸움을 벌이는 것도 빼놓을 수 없었다.
한마디로, 전형적인 문제아였다.
백기가 처음으로 패싸움에 휘말려 크게 다쳤을 때가 생각났다. 보고서를 막 올렸더니, 담당자에게서 곧바로 답장이 왔다.
“진짜 큰일만 안 나게만 해. 윗선에서 문제 삼을 수도 있으니까. 나머지 이런 자잘한 건 굳이 다 기록할 필요 없어.”
장년은 그 말투가 못마땅했지만, 어차피 그 ‘백 사령관’은 어떤 보고에도 답을 준 적이 없었다.
자신이 아직 감시 임무를 수행하고 있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 백기를 고아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오늘만 해도 그랬다. 이런 학부모 행사 날에 백 사령관을 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어차피 큰 인물의 시간은 버려진 사람에게 낭비될 리 없었다.
시야 끝에서, 옥상의 그림자도 자다 질렸는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또 나가서 싸움이나 하겠지.
‘차라리 일정 구역 안에 있는 게 감시하기 편하다’는 생각에 장년은 천천히 담장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벼운 착지 소리와 함께, 소년이 날렵하게 난간을 짚고 뛰어내렸다.
그런데 눈이 마주치는 순간, 두 사람 모두 잠시 멈칫했다.
한참 뒤에야, 장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장년
땡땡이?
백기
……
백기는 입술을 꾹 다문 채였다. 도로 위 자동차 소음만이 이 순간의 침묵을 덮어주고 있었다.
눈앞의 백기를 바라보며, 장년은 아무리 내키지 않아도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장년
묻고 있잖아. 뭐, 됐어. 어차피 학교 다닐 생각도 없어 보이고.
장년
지금 당장 학교로 돌아가면, 못 본 걸로 해줄게. 어차피 나는 네 보호자도 아니고, 간섭할 의무도 없거든."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장년의 어깨를 소년이 아무 예고도 없이 치고 지나갔다.
백기
쓸데없이 참견하지 마.
고개를 들었을 때, 백기의 한 발은 이미 옆 도로 위에 올라가 있었다.
장년
"야! 죽고 싶어!"
쌩쌩 달리는 차들이 순식간에 백기의 모습을 삼켰다. 도로 위에 경적 소리가 쏟아졌다.
다시 백기가 보였을 때, 그의 뒷모습은 이미 도로 건너편에 나타나 있었다.
장년은 머리를 긁적이며, 근처에 심어둔 연락망에게 위치 정보를 보냈다. 이어서 학년 주임에게도 메시지를 하나 남겼다.
"죄송합니다, 주임 선생님. 잠깐 볼일이 생겨서요. 곧 돌아오겠습니다."
휴대폰을 접자마자, 정보원에게서 답장이 왔다. 백기가 머리 염색한 몇몇에게 둘러싸인 사진이었다.
이 녀석……진짜 사람 귀찮게 만드는 재주가 있군.
03
봄이 가고 가을이 오고, 어느새 장년이 연모고에서 감시를 시작한 지 세 번째 해가 됐다.
짧은 접촉이 한 번 있었던 것 말고는, 장년은 줄곧 감시 거리를 유지하며 정보 수집을 소리 없이 해왔다. 하지만 계획이란 게 항상 변수를 따라가지 못하는 법이었다. 담당자가 바뀐 것도 그중 하나였다.
새 담당자는 "임무 종료"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백기가 Evol에 각성하지 않았다는 소식에 흥미를 잃은 것 같으면서도, 당시 백 사령관의 구두 지시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해 마지못해 임무를 이어가도록 했다. 다만 감시 업무와 별개로, 주변의 Evolver도 조사하라는 지시가 추가됐다.
그리고 백기가 졸업하면 그동안의 종합 보고서를 제출해 기록으로 남기라는 명령도 함께였다.
다행이네, 평생 백 사령관 아들 뒤를 따라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게 다행이었다. 장년은 찻잔 속 찻잎을 후 불며, 이 '새 연락책'이 보내온 최신 지시를 꼼꼼히 읽어 내려갔다.
주변에 Evolver가 있을 가능성을 조사해 즉시 보고하고, Evol 현상이 나타날 경우 백기 관련 임무보다 우선으로 처리하라는 내용이었다. 장년은 머리를 긁적이며, 반쯤 쓰다 만 체육 수업안을 옆으로 밀어두고 책상 위 숨겨진 칸에서 감시 문서를 꺼냈다.
매일 기록을 점검하는 건 그의 습관이었다. 특히 감시 업무와 관련해서는 더욱 철저했다. 오늘 백기의 행동 동선을 지도 형태로 노트에 그려 넣고, 초소형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을 첨부했다. 파란색 마커로 각 지점을 따라 그어 나가자, 그날의 주요 활동 구역이 한눈에 들어왔다.
교실, 운동장, 도서관……교외 인물과의 접촉도 몇 건 있었다. 하지만 최근 2년간 백기의 '명성' 덕분인지, 시비를 거는 사람도 많이 줄었다. 다만 조직 계열 불량배 몇 명이 트집을 잡으려는 것 같았다. 지난 한 주 동안은 땡땡이 빈도도 눈에 띄게 줄었다. 수업 중에는 대부분 자거나 창밖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는 정도였지만, 변화의 방향만큼은 뚜렷했다.
변화의 시작은……
파란 선이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지점에서, 장년은 사진 한 장을 올려놓았다. 사진 속 여학생은 알고 있었다. 같은 학교 학생으로, 백기보다 학년이 아래였다. 처음 기록에 등장한 건 비 오는 날 백기와 우연히 마주친 때였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백기의 동선이 그쪽으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백기가 도서관을 찾아가는 건 처음 보는 일이었다.
사진 속 소년은 여전히 '누구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밀어내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눈빛 속에는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빛이 더해져 있었다. 마치 가을 바람이 스쳐간 것처럼.
뭐, 어차피 사춘기 남자애한테 좋아하는 사람 하나 생기는 건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자료상으로는 그 여학생이 특별해 보이는 점도 없으니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장년은 평소처럼 오늘의 보고서를 마저 작성했다. 머릿속에는 아까 연락 파일에서 본 '종합 보고서' 지시를 떠올렸다.
딱히 긴장되지는 않았다. 이 평범하기 짝이 없는 보고서가 백 사령관 눈에 들어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어차피 이 몇 년 동안 그는 백기의 삶에 직접 개입한 적이 없었다. 생활비조차 자동 이체였다. 백기의 상황은 '방치' 된 것보다도 더 잔인한 것 같았다. 상대방은 그저 형식적인 '관리 권한'만 행사할 뿐이었다. 그러니 보고서에 공들이기보다 주변 Evolver를 찾아 실적이나 쌓는 게 낫겠지.
"장 선생님, 오늘 다크서클 좀 심한데요. 밤샜어요?"
다음 날 장년이 교무실에 들어선 건 이미 오후였다. 교외에서 발생한 Evol 사건 처리에 임시로 투입됐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감시망에게서 온 보고에 따르면 백기는 계속 교내에 있었다고 했다. 오늘만큼은 적어도 수업에 나온 모양이었다.
"아, 별거 아니에요. 어젯밤에 농구 경기 있지 않았나요? 잠깐 보다가 너무 흥분해서 잠이 안 왔어요. 차 한 잔 마시면 괜찮아질 거예요."
장년은 보온병을 챙겨 교무실을 나섰다. 몇 번 인사를 주고받고는 평소처럼 백기 반 교실 문 앞에 당도했다. 지나는 길에 수업 시간표를 확인하니, 수학 수업이 막 끝난 참이었다. 그 녀석, 지금쯤 자고 있겠지. 그런데 막상 교실 안 익숙한 자리를 바라봤을 때, 주변에서 웃고 장난치며 가방을 챙기는 애들뿐, 백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벌써 집에 간 건가? 장년은 미간을 찌푸리며 감시망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백기 위치 보고해."
"교사동 옥상. 방금 다른 학생 한 명이랑 성인 몇 명이 같이 올라갔어요."
그 말에 장년은 혀를 찼다. 하지만 3년 동안 싸움을 그렇게 많이 치른 애였다. 죽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살아있는지 신경 쓰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교사동 계단을 오르는데, 맞은편에서 허겁지겁 내려오는 성인 몇 명과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학생 하나가 걸어 나왔다.
"미쳤어, 얘 날 수 있어! 저 높이에서 떨어졌는데 멀쩡하면 어떡해! 내일 나한테 복수하러 오는 거 아니야!"
"니가 처리해준다고 했잖아! 이제 어떡할 거야! 그놈이 날 때려죽일 거야!"
"됐으니까, 목소리 낮춰……"
황급한 목소리들이 멀어지는 발소리와 함께 서서히 잦아들었다. 하지만 장년의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출렁였다.
백기가 Evol을 각성했다.
하지만 정보원으로서의 본능이 내심의 놀라움을 억눌렀다. 그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빠르게 창가로 걸어갔다. 이내 찬란한 황금빛 은행나무 아래, 한 소년의 실루엣이 서 있었다. 이마와 몸 위로 은행잎이 가득 쌓여 있었다. 마치 황금빛 계단처럼, 바람 따라 그의 몸 위에서 무언가가 탈바꿈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렴풋한 놀라움이 소년의 얼굴 위에 새겨져 있었다. 그 속에 담긴 알 수 없는 마음의 무게까지, 전부 장년의 눈에 담겼다. 그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백기가 몸 위의 잎을 털어내고 교정을 떠나는 것을 지켜봤다.
장년은 미간을 찌푸리며, 품에서 일회용 전화기를 꺼냈다.
"목표 백기, Evol 각성 의심 상황 발생. 특별 조사팀 파견 요청."
전화 너머 잠깐의 통화 중 음이 지나간 뒤, 명확한 지시가 들려왔다.
"조사팀 파견 완료. 그 전까지 백기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즉시 직접 보고하라."
04
최근 목표 백기에 대한 감시 임무에서 중대한 진전이 있었습니다. 아래에 관련 보고서를 종합적으로 정리합니다. 일주일 전 연모고등학교에서 백기는 조직 폭력 사건에 휘말린 뒤 각성을 완료했습니다. 각성 관련 인물 자료 조사를 완료했으며, 백기의 각성 유발 원인을 정리했습니다.
각성 사례가 드문 유형인 만큼, 특별 조사팀에 보고한 뒤 비접촉 평가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백기의 정신 상태를 잠정 평가한 결과, 현재 강제 개입이 필요 없다고 판단되며, 추가 관찰을 대기 중입니다. 안전을 위해 백기에 대한 감시 강도를 높이는 동시에, 주변 인간관계까지 범위를 넓혀 사회 행동 동선에 대한 전방위 감시를 진행 중입니다.
백기의 구체적인 능력 평가는 전문가 보고서 대기 중.
목표가 감시 조항 1급 경보를 발동시킨 바, 다음 단계 행동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를 요청합니다.
1) 각성 관련 인물 자료 조사
관련 인물은 연모고 학생 런자하오(任家豪), 교외 인물 팡레이(方雷), 마오얼(茅二), 런자콴(任家宽)입니다.
런자콴은 런자하오의 먼 친척 형으로, 재학 중 백기에게 불만을 품고 여러 차례 시비를 걸었으며, 인원을 모아 백기를 혼내주려 한 전적이 있습니다. 양측 간에는 정면 충돌이 있었습니다.
오늘 런자하오는 '학부모' 라는 명목으로 자신의 사촌 형과 그 패거리를 데려와 백기를 응징하려 했습니다.
집단 폭행 후 백기를 건물 아래로 던져 사망하게 할 의도로 보복을 실행했으며, 이로 인해 백기의 Evol이 각성됐습니다.
이전까지 백기에게 각성 조짐은 없었으나, 이미 사전에 각성하여 능력을 숨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 네 명은 현재 처리 완료, NW 관리 하에 인계됐습니다.
조사 결과, 해당 교사동에는 당시 일부 학생이 남아 있었으며, 이전 보고서에서 언급된 여학생도 그 중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각성과의 직접적 연관성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으며, 후속 조사를 대기 중입니다.
2) 각성 유발 원인
초기 판단으로는 외부 자극에 의한 자기 보호성 각성으로 보입니다.
추락 직전 백기는 상대방과 격렬한 신체 충돌을 겪으며 체내 호르몬이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이후 추락이라는 상황이 잠재된 Evol 인자를 깨우는 계기가 되어 각성으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3) 백기의 정신 상태
정신 평가 결과 양호. 일부 Evolver에게서 나타나는 '사회 붕괴'성 증상은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싸움으로 인한 외상 외에 별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목표는 귀가 후 심야에 외출, 자전거를 타고 교외 산림 인근으로 향했습니다.
관찰 결과, Evol 능력을 테스트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Evolver 각성 후 행동 패턴과 일치합니다.
해당 장소가 앞으로 백기가 능력 테스트를 위해 자주 찾는 구역이 될 것으로 판단되며, 사전에 불필요한 인원을 배제하고 관련 관찰 팀을 배치할 것을 건의합니다.
4) 주변 인간관계
백기의 인간관계는 넓지 않습니다. 현재 관심 대상인 여학생이 한 명 있으며, 잠정적으로 위협 없음으로 평가합니다.
한예준, 잠정적으로 백기의 친구로 평가. 간혹 함께 행동합니다.
이전에 연모고를 대상으로 활동하던 불량배 집단과 백기 사이에 원한이 생겼으며, 최근 백기에 대한 보복을 시도 중입니다.
부록: 백기와 한예준의 대화 녹음
한예준
백기 형, 오늘 어디 가요?
백기
……
한예준
설마 싸움하러 가는 건 아니죠? 그럼 저도 끼워줘요.
한예준
만약에 갑자기 서너 명 튀어나오면, 제가 절반은 막아볼게요.
한예준
형이 나머지 다 해치우고 나서, 그때 저 구하러 와요.
한예준
백기 형, 말 좀 해봐요.
백기
열 명이면 충분해?
한예준
네? 열 명이 뭐예요?
백기
교차로 앞뒤로 스무 명 넘게 막고 있어.
백기
네 말대로, 절반 나눠줄게.
한예준
야! 백기 형 가지 마요! 저 혼자 두고 가지 말라고요!
5) 구체적 능력 평가
NW 관련 인원의 평가에 따르면, 백기의 Evol은 잠정적으로 바람장 조종으로 분류됩니다.
구체적인 조종 방식은 미상이며, 잠재력 평가는 S+, 육성 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부록: 백기 개인 훈련 중 녹음
백기
……아니야……아직 부족해…………윽……!……하……반드시 해내야 해……반드시……!
05
장년에게 최근 몇 달은 이 3년 중 가장 바쁜 시간이었다.
산더미 같은 보고서가 책상을 가득 채웠고, 예전에는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던 문서들이 수없이 복사됐다. 모두가 궁금해했다. 백기가 도대체 어떻게 각성했는지. 그리고——백기가 NW 계획에 얼마나 큰 가치를 지니는지.
하교 종이 울리자, 장년은 능숙하게 백기를 따라 인적이 드문 교외 산속으로 향했다. 소년은 겹겹이 쌓인 나무들 사이에 떠 있었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발밑의 바람이 나뭇가지들을 이리저리 쓰러뜨렸다.
장년은 품 안의 스톱워치를 꽉 쥔 채, 시선을 백기에게서 한 번도 떼지 않았다.
10분이 지나자, 산속을 휘몰아치는 바람이 점점 거세졌다. 격렬하게 흩날리는 낙엽들이 백기의 발밑으로 모여들며 혼란스러운 회오리를 이루었고, 그것이 불안하게 그의 몸을 떠받치고 있었다. 그리고 스톱워치가 기록을 넘어서는 순간, 요란한 추락 소리가 산속에 울려 퍼졌다.
낙엽 더미에서 일어난 백기의 얼굴에는 긁힌 핏자국과 흙이 가득했다. 교복 소매도 얼마나 찢어졌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몇 번이고 다시 일어섰다.
바람. 그것이 백기의 능력이었다.
아직 익숙하지 않고 다루지 못했지만, 그것이 이 힘 자체가 지닌 가능성을 지울 수는 없었다.
백기의 능력은 상당히 강했다. 특히 전투에 활용했을 때는 매우 강력한 파괴력을 발휘할 것이었다. 이 기간 동안의 관찰을 바탕으로, 장년은 거의 단언할 수 있었다.
다만, 이 거대한 능력을 제어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훈련이 필요했다. 혼자서는 완전히 장악할 수 없었다——하지만 NW라면 가능했다.
장년은 이 모든 것을 조용히 기록했다. 감시 임무가 거의 마무리되는 지금, 자신이 제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료였다.
"장 선생님, 정말 여기 그만두시는 거예요?"
"네, 전에 알던 사람이 다른 일 같이 하자고 해서요. 그래서 교사는 그만하기로 했어요."
장년은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책상 위 물건들을 전부 박스에 담았다. 자신이 여기 있었다는 흔적을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단체 사진도 모두 거절했다. 장년은 박스를 안고 학교를 걸어 나갔다. 그런데 교문 앞에서 뜻밖의 인물과 마주칠 줄은 몰랐다.
그는 시끌벅적한 사람들 틈을 가로질러 걸어왔다. 말없이, 위압적으로, 소리 없이 뚜렷한 경계를 만들어내며. 아이를 데리러 온 학부모라기보다는, 부대를 시찰하러 온 지휘관 같았다.
그가 바로 NW의 실권자, 백혼이었다.
동시에 백기의 아버지이기도 했다.
곧바로 장년의 머릿속에 의문이 떠올랐다. 보고서를 올린 지 그렇게 오래됐는데 아무 소식이 없더니, 그동안 회의를 하며 검토하고 있었던 걸까? 그리고 이제야 이 백 사령관이 자기 아들에게 눈을 돌릴 여유가 생긴 건가?
마음속 약간의 두려움을 억누르며, 장년은 짐짓 태연한 척 뒤를 따랐다. 운동장 옆 모퉁이를 돌자, 장년은 처음으로 백기 부자가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보았다.
백혼의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반면 백기의 얼굴에는 거부감이 가득했다.
"그냥 말해두고 싶었어. 너는 그 힘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다."
부자 사이의 대화는 장년의 예상을 빗나갔다. 상상했던 것처럼 불꽃이 튀는 충돌은 없었다. 오히려 얼음 구덩이에 떨어지는 것 같은 차가움이었다. 그 뒤의 말은 자세히 듣지 않았다. 높은 사람들 사이의 일은 모르면 모를수록 좋았다.
다만 장년은 교정에 조금 더 머물렀다. 백혼이 떠나는 것을 확인하고, 백기가 고개를 숙인 채 한동안 서 있다가 익숙한 옥상을 향해 걸어가는 것을 볼 때까지.
곧, 백기는 사라졌다.
그리고 장년이 다시 백기를 보았을 때, 그의 몸은 이미 깊고 얕은 상처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가 돌아왔다는 것은 단 하나를 의미했다——그가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것.
장년은 펜을 들고, 백기에 대한 마지막 감시 기록을 시작했다.
그는 그 여학생에게 편지 한 통을 남겼다. 토요일, 그는 도서관에서 오래 기다렸다.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다소 긴장한 뒷모습에서 말없는 침묵으로 변해갔다. 결국 홀로 걸어나오며 발걸음이 잠시 멈췄지만, 끝내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가 교정에 남긴 것은 서둘러 떠나는 뒷모습뿐이었다. 마치 이 빠르게 지나간 3년처럼. 은행잎이 흩뿌리는 황금빛 속에서, 별빛과 달빛과 함께 반짝이며.
그의 미래에는 수많은 눈들이 그를 주시하며, 오늘의 그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갈 것이었다. 다만 그런 평가들을, 장년은 보고서에 쓰지 않았다. 3년에 걸친 긴 보고서의 마지막에, 그는 짧은 네 글자만을 남겼다.
"임무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