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24 업로드, 오역의역 주의
*원래도 믿고 듣는 아지에 성우지만 이건 원문과 꼭 들어보는 걸 추천……디렉팅 장난아닌데 연기력도 최고인 외전.
-그는 자신이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1장
잿빛 하늘에 구름이 뭉게뭉게 모여있어 비가 올 것만 같았다.
딩동-
전동음이 울리자 백기 뒤로 편의점 자동문이 천천히 닫혔다.
그가 걸음을 내딛으면서 부주의하게 옆에 있는 웅덩이를 밟아 더러운 물이 그래도 아직 새하얀 운동화에 튀었다. 하지만 그는 조금도 개의치 않고 다른 발도 재빨리 따라나와 이번에는 바짓가랑이도 물에 젖었다. 그는 이렇게 숙소문 앞까지 걸어가서 바지 주머니를 마구 뒤져 열쇠를 들고 자물쇠 구멍을 찔렀다.
한 번, 두 번, 열쇠가 계속 들어가지 않았다. 이는 백기를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고 자신도 모르게 힘이 더 들어갔다.
찰칵--
열쇠가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땅으로 떨어지면서 낭랑한 소리가 났다.
백기가 고개를 숙이자 스크래치가 가득한 낡은 열쇠에 시선이 가득 차올랐다. 그는 자신이 왜 아직도 그것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 문 뒤에 있는 모든 것들은 거의 전부 불길 속에서 재로 변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백기는 마침내 그것을 주워서 주머니에서 새 열쇠를 꺼냈다.
그것들의 윤곽은 아주 비슷했지만 낡은 열쇠는 더 이상 쓸모가 없었다.
그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새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눈에 띄는 건 어둡고 텅 빈 거실이었다. 필요한 가구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여기는 집이 아니라 그 남자가 제공한 숙소였으니까.
그의 집은 일찍이 그 큰 불 속에서 모조리 타 버렸다.
하지만 이곳에 돌아오면 백기는 차갑고 슬픈 얼굴이 생각난다.
그는 자신이 처음으로 그 남자에게 간곡히 부탁했던 것을 생각했다.
그의 시종일관 무심한 표정을 떠올리며 침묵으로 이 모든 일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너가 너무 무능한 탓이야! 너가 네 엄마를 구하지 못했어!"
백기는 자신이 잡으려고 했던 것이 물 위에 떠 있는 갈대뿐이라는 것을 진작에 알았어야 했다.
그는 편의점에서 산 인스턴트 식품을 냉장고에 처박아 넣고 발걸음을 이끌고 방으로 돌아와 책상 위에 유일하게 놓인 종이 상자를 천천히 바라보았다. 그는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감히 확인도 하지 못했다.
"백기......" (小起)
어렴풋한 가운데에 백기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손끝이 저절로 떨리면서 불바다가 홍수처럼 그의 머릿속으로 밀려들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이 기억 저편으로부터 짙은 먼지가 회오리치는 것 같았다. 강렬한 붉은색이 백기의 시야에 가득 차서 ㄱ덤은 잔영이 도도히 타오르는 불속에서 뒤틀리고 있었다. 마치 구조를 요청하는 것 같기도, 위로를 하는 것 같기도 했다.
백기는 멍하니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서 그 잔영을 건드리려고 했다.
다음 순간 불꽃은 그의 생각에 응하기라도 한 듯 절망적인 눈빛을 한 곳으로 기울여 불 속에서 곧장 백기에게로 향했다.
"아니야!"
백기가 손을 뻗었지만 허공만 잡아당기면서 마루바닥에 부딪혔다.
불빛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끝없는 어둠만 남았을 뿐.
그는 주먹을 쥐고 떨면서 목이 쉰 목소리를 냈다.
"엄마, 제가 엄마를 죽였어요."
2장
"서둘러, 늦겠어!"
창문으로 들어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백기는 무감각하게 눈을 떴다.
학교 갈 시간이었다.
아무생각 없이 바닥에서 일어나 구석구석 양치질을 하고 세수를 하고 교복을 입었다.
그에게 있어서 학교에 가는 것은 이미 원래의 의의를 잃었고 지금은 더더욱 본능에 사로잡혀 어머니의 남은 걱정을 완성시키려는 것 같았다.
"어머, 우리 백기가 곧 고등학생 이구나. 오늘 엄마랑 밖에 나가서 밥 먹자. 축하하게."
어렸을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어머니는 언제나 귀찮아하지도 않고 모든 성장의 연결점을 경축하셨다.
백기는 그 날이 어느 날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날씨가 아주 좋았고 어머니와 함께 서양식 식사를 하고 곧 다가올 고등학교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했던 게 기억이 났다. 그날 어머니는 유난히 즐거우셨는지 끊임없이 많은 말씀을 하셨다. 어렴풋이 백기도 고등학생이 되면 정말 새로운 출발점에 들어서는 것 같아 모든 것이 달라진다고 느꼈다.
"백기야.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어른이 되는 거야. 책을 잘 읽는 것 뿐만이 아니라 친구도 많이 사귀어야 해.
좋아하는 여자애를 만나면 꼭 엄마한테 말해줘야 해."
백기는 목이 메어 어쩔 수 없이 웃는 어머니를 쳐다보았다.
"백기야, 자꾸 굳은 표정 짓지 말고 많이 웃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놀라서 도망갈 거야."
"......엄마." (어쩔 수 없다는 목소리)
눈앞에 있는 어머니는 따뜻한 귤나무 아래에서 웃으시며 가장 부드러운 쇠고기를 그의 그릇에 담으셨다.
백기는 고개를 숙이고 어색하게 입꼬리를 잡아당겨 마침내 입꼬리를 올렸다.
"알았어요. 안심하세요."
모든 것이 확실하게 달라졌다. 그 맹렬한 불길은 모든 것을 파괴했다.
모든 아름다움, 모든 가능성은 그 큰 불길과 함께 사라졌다.
백기는 냉장고를 세게 닫고 주먹밥 포장지를 뜯으며 입에 아무렇게나 쑤셔넣었다.
"띵"
그는 동작을 잠시 멈추더니 테이블 위에 놓인 핸드폰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것은 제시간에 보낸 계좌이체 메세지였다.
순간 그는 방금 삼킨 주먹밥이 위 속에서 뒤틀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그 남자가 왜 이런 쓸데없는 일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 집이든 지금의 산 송장 같은 생활이든 모두 그의 돈에 의지해야만 구차하게 연명할 수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백기는 자신에 대해 더욱 혐오감을 느꼈다.
그는 이렇게 무기력하게 이 모든 것에 기대어 살았다.
그 생각에 그는 핸드폰을 움켜쥐고 힘껏 문을 열며 생각을 모두 떨치려고 했다.
창밖은 짙은 안개로 자욱해서 길 건너편의 건물도 흐릿했다. 귓가의 우렁찬 낭독소리가 백기에게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고 그는 그냥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았다.
학교에서 백기는 누구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고, 다른 사람이 그를 어떻게 보든 상관하지 않았따.
이런 자신은 마치 세상에 필요없는 것만 같았다. 불에 타 죽지 않은 그는 죽을 것 같지도 않지만 살아서도 안 된다.
갑자기 시험지 한 장이 책상 위에 가볍게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가 힐끗 보니 지난번 시험지였다. 눈에 띄는 낙제 표시와 새빨갛게 그려진 맞고 틀림의 기호들이 그 책들 위에 눈에 잘 띄었다.
우렁찬 낭독 소리가 여전히 백기 귀를 때렸는데 이런 소음이 갑자기 지긋지긋해졌다. 그는 사람을 화나게 하는 시험지를 구기고는 일어나 교실을 나갔다. 뒤에서 격양된 낭독소리가 이 순간 놀란 듯 반 초 동안 멈추었다.
마침내 조용해졌다.
수업 종이 울리자 백기는 곧장 옥상의 철문을 열었다.
원래 우뚝 솟은 건물이 안개 속에서 자취를 감추자 그는 학교 옥상에 누워 존재하지도 않는 하늘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엄마, 저 이번 시험에서 낙제했어요. 지금도 땡땡이 치고 있어요."
공기는 고요하고 바람조차 불지 않았다.
이 세상은 아마 영원히 이렇게 침묵할 것이다. 백기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아예 눈을 감았다.
3장
선생님이 옥상에 있는 백기를 찾았을 때는 이미 방과후 시간이 된 후였다. 그는 백기에게 학교의 규율과 규칙에 대해 교육한 뒤 구두 경고와 벌칙을 내렸다.
"방과 후에 네가 반 청소를 해라."
하교 종이 울리자 교실 안은 눈 깜짝할 사이에 몇 명밖에 남지 않았다. 백기가 무심코 바닥에 있는 쓰레기를 치우고 쓰레기통 옆으로 걸아갔을 때 쏟아진 쓰레기가 미끄러져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눈을 들어 왕타오의 이름이 쓰여진 교과서가 가득 채워진 것을 보았다.
......이런 걸 여기에 버리다니. 백기는 눈살을 찌푸리다가 어렴풋이 왕타오가 같은 반 친구고 평소에 말을 잘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강아지 짖는 법을 배우라고 했을뿐인데. 어렵지 않잖아. 네가 좀 듣기 좋게 부리기만 하면 이 돈은 됐다니까."
"다들 친구니깐 서로 잘 챙겨줘야지."
그가 고개를 돌려보았을 때 왕타오의 얼굴은 금색 안경을 쓴 남자의 손놀림에 우스운 모양으로 여러번 바뀌었었다. 하지만 그는 입술만 깨물고 대답은 하지 않았다.
백기가 본 그 사람은 바로 옆반의 우등생이었는데 묘인걸이라고 불렸다.
"동의하지 않아?"
묘인걸은 손을 들어 부채질을 하려고 했는데 난데없이 나타난 한 손이 그가 날뛰려고 하던 행위를 막아버렸다.
"네 교과서."
백기는 교과서를 책상에 던져놓고 계속 바닥을 쓸려고 했다. 갑자기 한 발이 그의 손에 들고 있던 빗자루를 걷어차버렸다. 위쪽의 나무 가시도 손바닥을 따라 상처를 냈다.
"학우님은 누구신가요? 좋은 일을 하고 이름은 남기지 않는 영웅 역을 맡고 계신가요?"
묘인걸은 웃으면서 안경을 다시 집어올렸다. 마치 방금 격분해서 걷어찬 발이 전혀 그가 찬 발이 아니라는 것처럼.
백기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손에 있는 옅은 핏자국을 훑어보고는 몸을 돌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빗자루를 주웠다. 그러나 다음 순간, 뒤에서 책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어서 꼬깃꼬깃 구겨진 종이 뭉치가 백기의 발끝까지 굴러갔다.
"청소는 그정도로 하라고, 그래. 만족하라고."
"청소하지 말고, 집에 가지 마."
교과서를 비벼 만든 종이 뭉치가 끊임없이 바닥에 버려지고 여기저기 널린 종이부스러기는 마치 이미 가라앉은 마음속으로 던져진 것처럼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주워. 왜 안 움직여?"
"지금 얘기하고 있는데 귀라도 먹은 거야?"
귓가에서 잡음이 심하게 들려와 오랫동안 팽팽하게 조여오던 백기의 신경을 건드렸다.
"시끄러워."
"너 뭐라고 했어?"
뒤쪽 발걸음이 가까워지면서 그림자가 생기는 순간 백기는 몸을 돌려 상대방의 얼굴을 한 주먹으로 때렸다.
이와 동시에 금색 테두리의 안경이 찬란한 햇빛을 받으며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렌즈가 깨졌다.
짧은 정적이 흐르자 묘인걸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는 입가를 올리면서 독살스럽게 백기를 향해 쏘아보았다.
"아...... 웬 미친놈을 만났네.
"너랑 얘기하기는 좀 힘들 것 같아. 넌 내가 버린 쓰레기를 주울 수 없을 거야."
그러면서 묘인걸도 백기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무거운 울림이 교실에 울려퍼지는 순간 피비린내가 백기의 구강에서 자욱해졌다. 그는 마침내 시종일관 드리워진 눈동자를 들어 맹렬한 호박색을 드러냈다. 오랫동안 팽팽하던 신경이 마침내 끊어지고 말았다.
짙은 안개가 저녁 무렵에 점차 걷히자 교무실에서는 교감이 두 담임교사와 규울 위반자를 어떻게 처리할 지 토론하고 있었다. 백기는 벽에 몸을 기대고 가끔 자신에 관한 단어들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부어오른 손만 바라보면서 방금 주먹을 휘두르며 느낀 카타르시스와 함께 더욱 깊은 공허감을 느꼈다.
"백기, 듣고 있어?"
교감이 책상을 힘껏 두드리자 불만이 그의 언사에 넘쳤다.
"......"
"내일부터 너는 3일 동안 정학하고 다시 반성문을 써와!"
"왕타오, 이번에는 구두로 경고할테니 반성문을 한 장 써오고 네 부모더러 한번 오라고 해."
"묘인걸, 우선 안심하고 집에 돌아가서 상처를 치료하고 스스로 잘 반성해. 이 일 떄문에 공부에 지장없도록 하고.
자, 됐으니 나가보거라."
선생님은 귀찮다는 듯이 손을 흔들었고 세 사람은 교무실을 나갔다.
"백기라고 했지. 두고 봐."
묘인걸은 한마디 말하고나서 가버렸다. 왕타오는 겁이 나서 백기를 한번 쳐다보더니 빠른 걸음으로 계단입구로 사라졌다. 백기만이 혼자 빈 학교에 남아 온 몸에 상처와 피로를 이끌고 교문을 나섰다.
숙소로 돌아온 후 백기는 소파에 곤두박칠쳤고 몸의 상처도 그 순간 부딪혀 통증을 느꼈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지 않고 입을 열고 중얼거렸다.
"엄마, 저 싸웠어요."
빈방 안에는 질책도 위로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들어 한 번도 닫히지 않은 창문을 바라보았다.
"엄마, 저 싸웠다고요!"
그는 목소리를 높여 다시 한 번 반복했다. 그러나 끝소리가 방 안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사방은 여전히 고요했다.
더 이상 그를 간섭하는 사람이 없었다.
백기는 몸을 움츠리고 머리를 무릎에 묻었다.
주먹을 꽉 쥐는 바람에 아물지 않은 상처가 다시 찢어지고 피방울이 소리없이 땅에 미끄러지면서 천천히 굳어졌다. 마치 마른 눈물처럼.
4장
불과 사흘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반 분위기는 이미 예전과 달라졌다.
백기가 학교에 돌아온 후 누군가가 그에게 손가락질하며 똑바로 쳐다보았으며 그들은 또 황급히 고개를 돌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척 했다.
마지막 체육시간. 장거리 달리기를 마친 백기는 건물 기둥에 기대어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다음 순간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가느다란 소리로 인해 백기는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들었다. 순간 심한 악취가 그의 온몸에 스며들었다. 오수가 머리끝을 따라 떨어져 시선을 흐리게 했다.
백기가 자갈에 묻은 눈을 뜨고 위를 쳐다보자 놀란 학우들 외에는 원인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얼굴의 더러운 물을 닦아내고 몸을 돌려 반으로 걸어갔다.
교실에 들어섰을 때 백기는 당황한 눈빛을 하고 있는 몇 명의 학우들이 서둘러 교실을 떠나는 것을 우연히 보았다. 그는 자신의 발걸음이 멈춰질 때까지 그다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의 교과서는 물통에 잠겨 있었고 좌석의 책가방도 보이지 않았다.
백기는 자신도 모르게 쓰레기통을 들여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안에는 자신의 책가방이 안에 누워있었고 시큼한 냄새가 났다.
그는 이것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금방 깨달았지만 백기에게는 그다지 영향이 없었다.
그저 물통 속의 교과서를 집어서 털고 서랍 속에 던져 넣었다. 그가 학교를 마치고 떠나려고 할 때 교실에서 겁이 많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넌 싸움도 잘하면서 왜 그 사람들한테 찾아가 따지지 않아?"
백기가 소리를 따라 눈을 들어보니 왕타오가 컴컴한 구석에 앉아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표정이 똑똑히 보이지 않았다.
"넌 걔들을 더이상 날뛰지 못하게 때릴 수 있잖아."
왕타오는 떨면서 참기 어려운 분노가 섞인 말투로 말했다.
"네가 계속 주먹을 휘두르면 걔를 죽을 수도 있잖아. 그렇게하면...... 우리 모두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거야."
짧은 정적에 왕타오의 연약한 눈빛에는 괴로움이 스쳐지나갔다.
"정말 걔들이 말한 것처럼 네 엄마가 죽었기 때문에 너야말로......"
왕타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냉랭한 눈빛이 왕타오의 몸에 계속 박혔고.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떨면서 급히 몸을 움츠리고 또 한번 겁을 냈다.
"이, 이건 내가 한 말이 아니라 묘인걸이 말한 거야......"
"걔가 뭐라고 했어?"
"걔, 걔가 네가 이렇게 의기소침한 건 네가 네 어머니를 죽였기 때문이고 그래서 네 아버지도 너를 신경쓰지 않는다고......"
"......걔들은 아직도 뒷문 뒷골목에 있을 거야! 지금 가도 볼 수 있을 거야."
백기는 망설임 없이 곧장 밖으로 나갔다.
창밖에는 짙은 구름이 어두운 하늘에 걸터 앉아 있었고 금방이라도 한바탕 장대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5장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웅덩이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지마자 백기의 발걸음에 밟혀 흩어졌다.
그는 침묵으로 앞을 응시하다가 어두운 골목 입구를 돌아서 더미에 깔린 그림자를 볼 때까지 발걸음을 멈추었다.
상대방도 골목의 움직임을 눈치챈 듯 고개를 돌려 중앙에 서 있던 묘인걸이 웃었다.
"왜 온 거야? 설마 여기에 쓰레기를 주우러 온 건 아니지?"
라고 말하면서 그는 옆에 있는 쓰레기통을 발로 차서 바닥에 내동댕이쳐 습하고 썩은 냄새가 골목에 흩어졌다.
이와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 소리없이 백기를 둘러쌌다.
"주워, 다 주울 수 없으면 집에 가지 마. 그런데 너 집은 있어?"
"사과드립니다."
백기가 묘인걸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아무런 감정 없이 입을 열었다.
"사과? 사과는 네 엄마한테나 해!"
에워싸고 있는 한 남자가 욕을 하면서 백기의 몸을 걷어찼다.
다음 순간 사방에서 퍼붓던 주먹이 숨돌릴 틈도 없이 백기의 몸을 내리쳤다.
그러나 얼마지나지 않아 그는 몇 차례의 견제를 받고 다리를 펴고 섰다. 팔의 피가 손끝을 따라 물웅덩이에 떨어졌다.
"사과드립니다."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어. 무슨 사관데?"
백기가 눈을 치켜들고 묘인걸을 응시했다.
"우리 어머니께 사과드립니다."
묘인걸은 잠시 얼이 빠졌지만 곧 더욱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야, 너희 엄마는 불에 타 죽었잖아. 내가 너의 어머니에게 가서 사과할까?"
말을 마치자 백기가 묘인걸의 얼굴을 주먹으로 내리치는 둔탁한 소리가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두렵게 했다.
"아!!"
참혹한 소리가 허공에서 들려오자 백기는 또 한번 상대방의 가슴과 배를 때리고 뼈가 부러지는 큰 소리를 냈다.
내리꽂힌 펀치는 부슬부슬 내리는 빗소리에 더욱 선명해졌다.
마침내 누군가가 반응해 백기를 떼어냈고 촘촘한 주먹이 다시 그에게 떨어졌다.
마치 발끈이라도 하는 듯 백기는 더욱 맹렬하게 반격했다. 그의 귀에는 빗소리인지 살과 뼈의 둔탁한 소리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비가 점점 세차게 내렸다. 그는 상대방이 허둥지둥 도망칠 때까지 때리다가 마침내 무표정하게 멈추었다.
그래도 부족한지 바닥에 누워있는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봐, 일어나."
"일어나라고!!"
백기는 비오는 장막을 향해 울부짖으며 비틀거리며 묘인걸 앞에 가서 쪼그리고 앉아 그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야, 너한테 얘기하고 있잖아."
"미, 미안해......"
백기가 코웃음을 치며 상대방의 얼굴에 주먹을 휘둘렀다.
"늦었어."
그러면서 그는 또 주먹을 내리쳤다. 묘인걸은 주체할 수 없이 벌벌 떨기 시작했다.
"때, 때리지마, 내가 잘못했어. 내가......잘못했어."
"나중에 또 이러면 다시 찾아로게."
"알겠어?"
묘인걸이 용서를 빌듯이 끊임없이 고개를 끄덕인 후에 백기는 마침내 그를 놓아주고 몸을 돌려 비장막이 깊은 것으로 걸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백기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자신이 숙소 바닥에 누워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지가 마비되어 아무런 감각도 없이 그는 상처에서 들려오는 통증이 칼처럼 자신을 베도록 내버려두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속죄하고 있다고 느꼈다.
밤바람이 창밖을 스치며 부드럽게 그의 몸을 스칠 때까지.
둘러앉은 듯. 한숨 쉬는 듯.
백기의 몸이 갑자기 떨리고 손을 뻗어 이 바람을 잡으려고 했지만 자신의 손바닥이 텅 비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결국 그는 절망에 빠져 몸을 움츠렸다.
"엄마, 미안해요."
"미안해요......"
그 비오는 밤 뒤에 맞이한 것은 고요한 새벽이었다.
학교에서 백기를 찾지 못한 이 일은 모든 관련자들이 알면서도 숨긴 것 같았다.
하룻밤 사이에 전교생들이 백기를 건드리지 않기로 합의를 본 것처럼.
얼마 후 묘인걸도 전학을 가게 되면서 그날 비오는 밤의 전설은 더욱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그때부터 명성을 듣고 찾아온 양아치들이 백기를 더욱 도발하기 시작했다. 그도 냉정하게 주먹을 들어 그를 향해 달려오는 모든 사람들을 향해 휘둘렀다.
그 순간 백기는 자신의 인생이 이렇게 영원히 계속될 것 같았고 계속 멍청하게 살 것 같았다.
죄인으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