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누군가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
1장
폭우가 도시 전체를 삼킬 것처럼 밤새도록 마구 쏟아져 내렸다.
눈길을 끄는 노란색 폴리스 라인이 센터 병원을 완전히 봉쇄했다. 2인 1조를 이룬 특파서 대원들이 경계 태세를 갖추고 순찰을 돌고 있었다. 손에 땀을 쥐게 했던 대낮의 그 Evolver 납치사건(*2부 VOL.4 암전 11시즌 정의의 이름으로)은 모든 흔적이 억수같이 쏟아진 비로 인해 씻겨 사라졌다.
100미터 떨어진 거리에는 보도하러 온 언론매체들로 가득 했다.
'센터 병원 납치 사건의 주모자, 특파서에게 큰소리로 외치다.' '병원 주임 살해당하다, 용의자 양평은 얼마 뒤 사살당해'……빗소리에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진행되는 방송이 뒤섞이면서 이 밤이 더욱 처량하고 끔찍해 보였다.
병원 뒷문으로 거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투명한 점액이 괴이하게 벽을 타고 병원 내로 뻗어나갔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것은 기척없이 그림자 속에서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교묘하게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모든 순찰대를 피했다.
다음 순간, 그것은 주임 사무실 문틈으로 재빠르게 뚫고 들어갔고 눈 깜짝할 사이에 세 명의 그림자가 점액에서 깔끔하게 빠져나왔다.
훈련이 잘 되어있던 세 사람은 자료함에서 자료 한 묶음을 뒤져서 찾아냈다. 그 중 한 사람이 손목을 돌리자 손가락 사이에서 물방울 형태의 핀홀 CCTV가 나왔다. 그가 벽 모퉁이를 향해 살짝 던지자 카메라는 정확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구석에 달라붙었다.
카메라가 켜지는 순간 샤오위에 앞에 있는 컴퓨터 모니터에 실시간 CCTV 화면이 떴다. 계속해서 고개를 숙인 채 책상 위의 자료를 뒤적거리던 그는 이어폰에서 질서정연한 발소리가 들리고 특파서 대원들 몇 명이 차례대로 화면에 나타나자 그제서야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화면 속의 사람들은 꽤 정연한 동작으로 현장을 꼼꼼하게 조사했다.
"백 대장님." 그 중 몇 사람이 갑자기 동시에 차렷 자세로 입구 쪽을 향해 경례를 했다.
"상황을 보고해봐." 짧은 명령과 함께 꼿꼿한 자세의 그림자가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는 방금 폭우를 맞은 사람처럼 온몸이 흠뻑 젖어 있었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쑥스럽다는 듯 앞쪽으로 늘어져있었지만 눈빛 속의 분노는 감추지 못했다.
샤오위에는 잠깐 눈을 가늘게 뜨고 훑더니 곧 이 젊은 남자의 신원을 확인했다.
백기, 특파서 현직 지휘관, 특별 행동대의 대장, 그 장관님의 아들.
그러나 그가 보기엔 어느 직함을 달든 그는 그다지 자격이 없었다.
샤오위에는 조금도 흥미가 없다는 듯이 시선을 거두어들이곤 새로운 보고서를 한 부 집어들었다.
"새벽 1시 37분, 누군가가 정확하게 모든 순찰대를 피해서 병원에 불법 잠입했습니다."
"CCTV는?"
"아무런 이상 없이 정상적으로 작동 중입니다."
백기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면서 다른 특파서 대원을 쳐다보자 상대방은 즉시 앞으로 나왔다.
"모든 순찰대의 시간과 위치를 단계별로 조사한 결과 상대방의 목적지가 이 사무실인 것으로 잠정 판단됩니다.
현장에 있던 흔적들로 보아 그들은 서류를 일부 가져간 걸로 보입니다."
백기가 대답을 하지 않자 일순간 이어폰엔 고요함만 남았다. 샤오위에는 멈추지 않고 보고서를 계속 뒤적거리면서 경멸스럽다는 듯이 입매를 휘었다.
"장갑과 증거봉투를 가져와."
샤오위에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면서 고개를 들어 백기의 시선이 눈에 띄지 않는 구석에 고정되어 있는 걸 보았다.
그는 대원이 가져온 장갑과 증거 봉투를 받아들고 신중하게 바닥에서 미미하게 남아있는 점액을 잡아내 증거 봉투에 조심스럽게 묻혔다.
샤오위에는 입술을 살짝 오므리고 많은 생각을 거치지도 않고 책상 위의 통화 버튼을 눌렀다.
"오늘 밤 임무 수행한 소대원 자료를 내쪽으로 보내."
곧바로 세 명의 NW 대원의 자료 파일이 그의 메일함에 나타났다. 샤오위에의 시선이 한번 스쳐지나가면서 NW5804 대원의 자료 쪽으로 시선이 멈췄다.
"점액Evol?" 샤오위에는 손가락을 책상 위에서 규칙적으로 한참을 두드리더니 그는 재차 통화 버튼을 눌렀다.
"NW5804 '제거 임무'를 수행한다. 흔적은 남기지 말고 깨끗하게 처리해."
"알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대원은 이것이 아주 일반적인 명령이라는 듯이 조금도 주저함이 없었다.
2장
며칠 뒤, NW 대원 한 명이 샤오위에의 책상 앞에 서서 '양평의 병원 납치사건'의 후속 처리를 보고하고 있었다.
"……현장의 CCTV와 미디어 및 개인 휴대전화의 녹화 자료는 모두 파기 처리했습니다."
"그 주임이란 분의 최근 접촉자는?"
"지난번에 정리해서 제출한 명단을 종합해 보니 모든 인원이 조사를 마쳤습니다. 그 중 유연이라는 사람만이 열화병이 발생했다는 병례 자료를 입수했습니다. 조사 결과, 그녀는 17년 전 잎새 고아원에서 했던 실험과 관련된 한 매스 미디어 회사의 대표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CORE 유전자 식별 탄환 실험'의 명단에서 우선순위가 비교적 높은 편인데 처리하시겠습니까?"
샤오위에의 시선은 펼쳐져있는 그 개인 프로필을 잠깐동안 훑었다. "우선 그녀에게 CORE 탄환 실험을 실시하지."
"네."
"앞전에 엄 형사가 납치 현장에 나타났는데 이상한 움직임은 없었나?"
"일단은 이상이 없습니다."
"계속 감시하고 사람을 보내서 백기를 감시하면서 두 사람이 접촉하지 못하게 해."
“당분간은 필요없어.” 샤오위에는 일어나서 입김으로 손에 얼마묻지도 않은 먼지를 털어냈다.
“이 사람은 남겨 두면 쓸모가 있을 거야. 그렇지, 지금 그가 있는 곳을 내게 알려줘. 확인해 볼게 있어.”
“네.”
샤오위에는 시선을 거두어들이고 자료 몇 부를 서류 묶음 위에 놓고 다시 손을 내밀어서 모든 서류의 모서리를 조금의 오차없이 맞추었다. 옆에 있던 대원들은 보고가 끝났다는 것을 알고 공손하게 경례를 한 뒤 돌아갔다.
고층 건물 사이의 좁은 골목에서 매우 위태롭게 줄을 잡아당기는 것처럼 긴장감이 느껴졌다.
“그렇게 저를 경계할 필요 없어요. 싸우기 시작하면 나도 당신의 상대는 안 되니까."
"전 그저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은 겁니다."
"아무래도 그 사람이 떠난 후로 우리가 얘기 안한지 벌써 꽤 됐잖아요. 장관의 체면을 좀 봐서라도요? 백 지휘관님."
샤오위에는 얼굴에 평화로운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거절하기 힘든 압박감이 어렴풋이 묻어나왔다.
앞에서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어두컴컴한 가로등 아래에서 서 있던 백기는 싸늘하게 비웃었다.
"저는 NW의 장관과는 할 말이 없습니다만."
"그런가요? 나는 당신이 친히 저에게 '제야의 변화'에 관해서 물어볼 줄 알았는데요."
"저는 답을 알아맞힐 수 있는 질문에는 관심이 없어서." 백기는 천천히 턱을 치켜들었다.
"Evolver 폭동, 연모시 시민들의 안전, 폭도 제압……이런 거창한 말들은 이미 지겹도록 들었습니다."
"백 대장님은 정말 농담도 잘하시네요. 그런 것들이야말로 '제야의 변화'의 객관적인 요인이 아닐까요?"
"사실인지 아닌지는 제가 가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샤오위에는 여전히 활짝 미소를 지었지만 독을 응축시킨 전갈꼬리로 적에게 치명타를 날리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목소리를 낮게 깔면서 말했다.
"당신이 정말 영리하다면 여기에서 멈추세요. 이 심연이 깊은 곳으로 흘러갈수록 자신은 말려들기만 할 뿐이에요."
"충고 고맙습니다." 백기는 상관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마치 샤오위에의 말에 담긴 협박이 전혀 신경쓰이지 않는다는 것처럼.
"저는 그저 장관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에게 경고하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으로선 당신은 그의 신념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네요."
웃음을 짓던 백기의 얼굴은 한순간 굳어지면서 매서운 눈빛이 스쳐 지나갔다.
"모든 사람들이 당신이 말하는 그 장관처럼 자신이 하는 일들이 모두 옳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른바 '대국(大局)'을 위해서 하는 거지."
기세등등한 그의 말투에서 온기가 한점도 느껴지지 않자 샤오위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듯이 소매의 주름을 정리했다.
"이 세상에는 '옳고' '그름'으로 판단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는 걸 당신은 모르나보네요. 눈앞의 옳고 그름만 보고 행동한다면 인류는 영원히 미래에 도달할 수 없을 겁니다."
백기는 눈을 가늘게 뜨고 눈앞에 있는 사람과 *더이상 말할 가치를 못 느끼는 것 같았다.
(원문은 구제불능无可救药 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입니다)
"이런 말을 하기 위해서 샤오 장관께서 친히 저를 찾아온 겁니까?"
"백 대장님은 워낙 성미가 급한 분이시니 빙빙 돌려서 말하지 않겠습니다. NW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NW의 최강 병기가 되세요. 그때가 되면 더 강한 힘을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을 해내실 수 있을 겁니다."
제안이라기보다는 거역할 수 없는 명령이었다.
"사람 잘못 찾아오셨네요.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은 지금까지도 힘과는 상관이 없었습니다."
백기의 단호하고 무관심한 뒷모습을 보며 샤오위에는 조금도 놀랍지 않았다.
천진난만한 사람은 늘 이랬다. 이 세상에는 모든 문제를 완벽하고 잔혹하지 않게 해결할 수 있는 어떤 방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3장
갑자기 발생한 사냥꾼 게임은 샤오위에가 계획하던 일들을 일부 망쳐 버렸다.
안개가 큰 길가로 퍼졌을때 그는 집에서 쉬고 있었다. 지난날 군인이었을 때 받았던 훈련과 기본 자질 덕분에 샤오위에는 이른 아침 갑자기 나타난 수상한 안개를 예리한 감각으로 알아차렸다. 그러나 그가 본부에 연락했을 땐 이미 예비 통신선마저 파괴된 상태였다.
깊이 생각해본 뒤, 그는 걸어서 NW까지 가기로 결정했다. 샤오위에에겐 있어서 짙은 안개 속에서도 NW의 방향과 진행 경로를 확정짓는 건 어렵지 않는 일이었다. 다만 이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왠지 모르게 그를 습격하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게 문제였다.
앞에서 한 Evolver가 덩굴을 거칠게 휘두르면서 샤오위에는 재빨리 손을 들어 잡았고, 덩굴의 날카로운 가시는 곧바로 그의 손바닥을 베는 바람에 피가 세차게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가 눈썹 하나 찌푸리지 않고 얼굴빛도 바꾸지 않은 채 힘을 가하자 손에 든 덩굴이 파도처럼 상대쪽으로 역추격하면서 그 사람 몸을 향해 거칠게 내던져졌다.
샤오위에가 이런 공격을 받는 건 이번으로 벌써 5번째였다.
상대방은 그 독안개 속에서 생존시간을 연장할 수 있는 에어로졸을 빼앗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공격'이 목적인 것 같았다. 이 황당한 게임 규칙에 따르면, 지금 이 사람들은 독안개 때문에 필사적으로 자신의 목숨을 걸고 싸울 필요가 없었다.
상대방이 자신을 향한 게 아니라면…… NW를 향했다는 것이었다.
샤오위에는 무심코 길 위의 CCTV를 살펴보았다. 만약 그의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 상대방의 감시하에 있을 것이다. 이런 어린애 같은 장난으로는 결코 그의 발걸음을 막을 수 없었다.
샤오위에는 가시덤불에 찔려서 피를 흘리고 있는 두 손을 잡았다. 이 정도의 작은 상처는 그에게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NW본부에 도착해서 전역을 지휘하여 주도권을 되찾는 일이었다.
'딸칵' 멀지 않은 곳에서 권총이 장전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샤오위에가 소리를 들려오는 곳을 따라가니 갈림길에서 목걸이를 한 '귀신'이 그에게 권총을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샤오위에가 무심한 얼굴로 손목을 돌리다가 특파서 제복을 입은 모습으로 난입해 재빨리 손날로 그 '귀신'의 뒷목을 때리는 장면을 마주쳤다.
"괜찮습니까!" 그 '귀신'이 쓰러진 것을 확인한 그 특파서 대원은 샤오위에에게 다가가 풋풋한 얼굴로 솔직하게 관심을 내보이며 물었다. "도와드릴까요?"
샤오위에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평상복을 한번 흘긋 보고는 분명하고 냉정하게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 "아뇨."
그가 몸을 돌려서 가려는데 또다시 그 젊은 목소리가 들렸다.
"손을 다치셨어요. 이러면 '귀신'의 눈에 잘 띄어요. 저는 특파서 대원입니다. 그러니 저를 따라오시면 안전하실겁니다!"
샤오위에는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는 멍청한 이 한마디 말에 왠지 모르게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신인 훈련 때 착용한 손목밴드가 아직도 새걸로 봐선 이제 막 들어갔나 보네요. 거기다 아직 정규직 전환도 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그 대원은 그의 시선에 따라 자신의 손목밴드를 쳐다보며 다급하게 변명했다. "……정규직이 됐어요! 지난주에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이젠 정식 특파서 대원입니다!"
샤오위에의 발걸음이 멈추지 않는 것을 보고 그는 그 뒤를 바싹 따랐다.
"저희 특파서를 믿어주세요! 저희 백대장님께선 언제나 연모시의 정의를 수호하는 것을 신념으로 삼으면서, 시민들이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 용감하게 나서야 한다고 가르치십니다……"
멍청한 놈.
샤오위에는 결국 속으로 욕 한 마디 하고는 마침내 발걸음을 멈추었다.
"도움은 필요없습니다."
무서운 말투로 인해 대원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알겠습니다." 대원은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졌지만 그의 적극성에 타격을 주진 못한 것 같았다.
"이 에어로졸을 드리겠습니다. 부디 조심하세요. 이건 특파서가 시민들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이지, 도와드리는 게 아닙니다!" 그는 아예 샤오위에가 거절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억지로 샤오위에에게 에어로졸을 쑤셔넣고는 잇따라 의욕넘치게 부상당한 또 다른 행인의 곁으로 달려갔다. 샤오위에는 잠시 침묵하고 서서 무표정한 얼굴로 에어로졸을 거두고 길을 재촉했다.
4장
작전 지휘실의 조명이 환하게 밝혀진 것을 바라보고 샤오위에의 마음은 점차 진정됐다.
그가 빠른 걸음으로 건물로 다가가자 정문 입구에 서 있던 군의관은 규율에 따라 꼼짝 않고 서 있었지만 조금 초조해보이는 얼굴로 그를 맞아주었다. "장관님, 다치셨습니다."
"상관없어."
샤오위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어깨를 스치며 지나가며 성큼성큼 지휘실로 들어갔다.
"장관님!" 가는 길마다 초조해보이던 사람들은 샤오위에를 보고는 한숨을 돌리며 안심하는 모습으로 역력했다.
"현재 상황을 종합해서 보고해."
"각 군 기지의 통신이 정상화됐으며 인명 피해와 손실도 집계하고 있습니다. 그밖에, 해상감옥섬의 담당 장관이 온라인으로 긴급 상황을 보고하겠다고 했습니다." 간단명료한 보고가 끝나고 샤오위에는 이미 머릿속으로 판단을 내렸다.
"당장 A+등급 실험을 이전시키고 각 구역에 엘리트 부대를 파견해서 대규모 폭동을 진압하고, 절벽의 신호와 , 실험실, 해상 감옥 등 특수 표기 구역을 봉쇄한다. 해상감옥섬 측에 5분 후에 컨퍼런스 콜을 진행한다고 알려줘."
"네!"
명령을 받은 대원이 떠나자마자 다른 대원이 곧 앞으로 걸어왔다. "장관님, NW102 생물실험실에서 독안개의 성분이 작은 암초 지하에 있는 미확인의 대형 건물에서 얻은 성분과 일치한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동종 물질로 의심되어 이에 의거하여 독안개 제거 약물을 시범적으로 제조해 테스트해보니 연모시 상공에 대규모의 살포가 가능합니다."
샤오위에는 예상 밖이라는 것처럼 고개를 들었다. "동종 물질이라고?" 그곳에서 가져온 성분은 최고 기밀 중 하나로, 1년 전만해도 갑자기 사라졌다가 사냥꾼 게임 때 나타난 물질이었다……
곧바로 그는 생각을 거두고 고개를 들어 그 대원에게 물었다. "약의 효과는 얼마나 걸립니까?"
"사흘 입니다."
샤오위에는 눈살을 찌푸렸다. 사흘 후에 닥칠 손실은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그가 중얼거리자 지휘실에서 이어폰을 꽂은 NW 대원이 벌떡 일어설 때까지 잠시 초조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특파서 쪽에서 작전을 펼쳤습니다. 특행대 대장 백기가 지금 TV 타워 꼭대기(*2부 VOL.5 외로운 성 16 시즌 중계)에 있습니다."
샤오위에는 눈썹을 치켜올리고선 잠시 생각하더니 냉정하게 코웃음을 쳤다.
누군가가 또다시 영웅 행세를 하려나 보네. 그는 이렇게 생각하며 몸을 돌려 작전탑으로 향했다.
"부상당한 시민들을 이송할 준비 작업을 해두고 사냥꾼 게임의 배후를 계속 추적해서 최전선 부대에게 체포 작전을 시작하라고 통지해. 실험 담당부서에는 즉각 약물을 조제하고 다음 NW 프로젝트 실험에 대한 준비 계획을 시작하도록 분부한다."
"……지금 같은 때에 다음 실험을요? 하지만 지금 저희가 보유하고 있는 기존 실험 대상들은 모두 기준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샤오위에는 한 손을 가볍게 들어올려 그의 말을 끊었다. "곧 새로운 실험 대상이 생길 겁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비로소 특파서 대원이 그에게 준 에어로졸을 아직도 손에 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아무렇게나 그것을 책상 위에 놓았다가 다시 그것을 이용해 기울어진 용매병을 바로 놓았다.
그는 과거의 생각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었다. 아마도 언젠가 이 세상은 정말로 천진난만한 사람을 필요로 할지도 모르겠다고.
저녁 무렵, 독안개가 걷힌 연모시는 경적 소리로 가득 찼다.
마지막 정비 작업을 마치고 샤오위에는 사무실로 돌아와 마침내 피곤한 기색을 드러냈다.
그는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조용히 창밖의 밤 경치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얼마 후 샤오위에는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 한 통을 걸었다.
"무슨 용무입니까?"
스피커 쪽으로 적대감이 느껴지는 백기의 목소리가 냉담하게 울렸다.
"백 대장님께선 혼자만의 힘으로 독안개를 걷어내는 큰 공을 세웠다죠. 저는 위문차 전화를 드렸습니다만, 어쨌든 그렇게 Evol을 많이 소모시키면 몸에 좋지 않은 증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샤오위에는 백기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처럼 2 초간 아무말이 없었다. "다행히 NW 프로젝트가 타이밍 좋게 그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네요."
"말했을 텐데, 난 당신들이 하는 실험에 관심 없다고."
"아마 지금 당신에게는 관심거리보다는 살아갈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겠죠."
전화를 끊은 다음 순간, 백기의 휴대 전화 화면에 암호화된 메일이 떴다. 제목은 간단명료한 글자 한 줄이었다.
'NEW WEAPON 프로젝트.'
백기는 아무런 흔적 없이 휴대 전화를 접었다. 차가운 달빛이 그의 얼굴 윤곽을 더욱 초췌하게 그렸다.
그는 복잡한 생각에서 벗어나, 병상 옆 침대에서 살며시 깊이 잠든 여자 아이를 간호하면서 몸을 굽혀 접혀져있는 이불 자락을 걷어주었다.
5장
사냥 게임으로 인한 파장은 점차 수습되었지만 모든 세력들은 결코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고, 하늘에선 갑작스레 신비한 유성우 떨어지고, 동시에 정체불명의 방사능이 도시 전체를 휩쓸었다.
샤오위에는 자동차 뒷자석에서 방사능 사건에 대한 자료를 찾고 있었다. 곧, 그는 뜻밖에도 창밖으로 반짝이는 눈송이(*2부 VOL.7 생생불식 23시즌 약속을 지키다)에 시선을 빼앗겼고, 다음 순간 NW 차량용 인터폰이 울렸다.
"장관님, 연모시에서 방사능 확산을 해결할 수 있는 Evol입자가 공기 중에 부유하고 있는 것을 감지했습니다. 조사 결과, 특파서에서 퍼뜨린 걸로 보입니다."
"알겠다."
전화를 끊고, 샤오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또 전화 한 통 걸어 NW 프로젝트 실험을 담당하는 연구원에게 실험 준비의 진척을 확인했다. 그가 이렇게 많은 Evol을 소모시킬수록, 백기의 Evol은 열화 속도만 빨라질 뿐만 아니라, 곧 그가 자진해서 NW를 찾아오는 날이 올 것이다.
"백 대장님……지금까지 이런 상태를 견뎌내시느라……정말 고생이 많으셨겠네요." 샤오위에는 폐쇄된 실험실 안에서 반투명해진 사람의 형상(*2부 VOL.8 이상적인 도시 29시즌 가시지 않은 봄바람)을 보며 안타까운 얼굴로 고개를 살며시 흔들어 저었다. "당신은 사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전혀 없었어요. 당신의 몸 상태를 보고받았을 때 저는 부검 보고서를 보고 있는 줄만 알았습니다. 신체의 모든 기능 파괴, 확장된 상태의 동공, 심각한 호흡 부전. 이곳에 다시 방문하지 않았다면 아마 당신은 정말로 다른 곳에 보도됐을 겁니다."
"……헛소리 집어치우고……빨리 실험이나……진행시켜."
확성기에서 숨을 내쉬는 것처럼 희미해진 백기의 목소리가 아주 희박하게 들려왔다. 샤오위에가 옆에 있는 연구원을 힐끗 바라보니 연구원은 즉시 정중하게 보고했다.
"오늘로 378번째 실험으로, 줄기세포 재조합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샤오위에는 실험 데이터를 몇 페이지 뒤적거렸다. "약물이 두 배로 늘었네요?"
"가장 효과적인 용량입니다. 그동안 관찰을 해온 결과, 이전 약물의 용량은 실험 대상에게 비교적 큰 생리적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았으며, 그로 인한 내성 평가 결과도 비교적 높았으니 약효를 높일 수 있습니다."
샤오위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사람의 형상을 흘겨보며 잠시 생각했다.
"실험을 시작한다."
연구원이 그 말에 따라 스위치를 누르자 곧바로 실험실 안에서 뼈가 하나하나 으스러지는 것처럼 뚝뚝 쪼개지는 소리가 났다. 고통을 참아내는 듯한 신음소리도 함께 뒤섞이면서.
샤오위에는 이런 잔혹한 소리에 본체 만체하며 시선을 거두어들였다.
"그가 원하는 대로 실험 진행 속도를 높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