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화
보이지 않는 곳에, 말하지 못한 속삭임이 가득하다.
내가 놀라게 했어?
놀란 건 나야.
불도 안 켜고, 문도 닫아놓고 갑자기 뛰어들어오다니.
혼자서 뭘 하고 있었던 거야?
땡땡이친 건 아니야. (전적 있음)
걔들 보고 다 듣고 나서야 돌아온 거야.
...흠, 그냥 좀 서두르라고 한마디 한 것뿐이지.
밖은 이제 안 더워. 내가 날아서 왔는데, 생각보다 시원하더라고.
잠깐.
너 뭔가 수상한데? 분명 내가 질문했는데, 왜 화제를 돌리는 거야?
말해봐. 지금 뭐 하던 거야?
물론, 지금 자백하면 감형 가능하지.
너 이건 권력 남용이야.
네가 이렇게 불성실하게 나올 거면, 내가 직접 조사해야지.
이제 와서 털어놓겠다고?
늦었어.
아까 말했으면 됐잖아. 지금은 널 용서해줄 생각이 없어.
피하지 마, 피해도 소용없어.
불 끄겠다고 한 건 너잖아.
내가 안고 있어서 손 못 쓰거든.
네가 꺼.
잡았어. 떨어지지 마.
...이건...
별하늘?
네가 그린 거야?
누가 못 그렸다고 그래.
그냥... 집 안에서 이런 ‘별하늘’을 보게 될 줄은 몰랐던 거지.
예쁘다.
진짜 예뻐.
프로젝터로 쏜 것보다 훨씬 예뻐.
근데 어쩌다 이런 걸 그리게 됐어?
역시 내 여자친구가 제일 로맨틱해.
그럼 여기, 너만의 흔적만 있으면 안 되지. 나도 그릴래.
아, 이렇게 하면 좀 더 오래 가겠네.
색이 확실히 더 밝아졌어.
그리고 나서? 이제 그려도 돼?
일단 옷부터 갈아입자고?
...음, 더러워질 수도 있으니까. 그럼 벗을게.
진짜로 몸에 묻으면 그냥 샤워하면 되니까, 편하지.
정말 내가 알아서 하라고?
지시도 안 해줘?
좋아, 그럼 내 마음대로 그린다.
못 그려도 웃지 마.
이 은행잎... 좀 통통한 거 아니야?
여기 선 몇 개만 더 그으면 살릴 수 있을지도.
왜 자꾸 동그랗게 되지?
역시 너가 더 잘하네. 나도 너 없으면 안 돼.
다른 거 좀 더 그리게, 펜 좀 바꿔올게.
조심해!
내가 방심했어. 물감을 엎질러서 여기저기 다 튀었네.
그냥 발밑에 흐르는 은하수라고 생각할까?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구나?
내가 뭐랬어, 내 여자친구가 제일 로맨틱하다니까.
그냥 이렇게 조금만 더 있자
지금 우리가 은하수 안에 있다고 생각하자
고개 들면 별하늘도 보여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그래도 네가 제일 예뻐.
어디든 예뻐. 몸에 묻은 물감도 예쁘고
그냥 여기에도 그려버릴까?
여기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니까
피하지 마. 지금 이러고서도 어디 도망가려고?
이 위에 내 이름도 써야지
너는 내 거야.
내 거야. 영원히 내 거야
영원히 절대 지우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