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역 좀 있어서 초반 데이트 번역 다시함)
1장
오늘 놀이공원에서는 성대한 페스티벌이 열린다. 나는 백기와 함께 참가하기로 약속했다.
가는 길 내내, 놀러 온 사람들의 차림새는 정말 가지각색이었다. 창의적이고 개성 넘치는 스타일들. 아직 입장도 하기 전인데도 짙은 파티 분위기가 느껴졌다.
나는 특별히 준비해 둔 파티용 롱드레스를 입고 놀이공원 입구에 도착했다.
멀리서 백기가 걸어오는 모습을 보자, 눈빛에 순간 실망이 스쳤다.
유연
선배, 왜 내가 준비해 준 파티 의상 안 입었어요?
백기
너무 화려해서, 나가기 전에 갈아입었어.
유연
아…… 나도 일부러 맞춰 입었는데…… 선배도 입을 줄 알았단 말이에요……
백기
그렇게 눈에 띄는 외투가, 네가 보기엔 나랑 잘 어울려?
유연
……그렇긴 한데. 그래도 파티면 다들 그렇게 입는 거 아니에요?
백기
뭘 입든 중요하지 않아. 가자.
2장
백기는 내 손을 잡고 놀이공원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마치 신기한 환상 세계에 온 것 같았다.
분홍 코를 단 광대, 뾰족한 귀에 날개까지 달린 요정 공주,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카리브 해적……
옆에 있던 백기가 미세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백기
왜 다들 저렇게 차려입은 거야?
유연
그래야 재밌잖아요. 평소의 나랑 완전히 달라지는 거니까.
백기
난 이런 분위기, 좀 익숙하지 않아.
…아직 백기의 취향을 제대로 몰랐는데, 내가 너무 제멋대로였던 걸까.
밤하늘 아래 천천히 돌아가는 관람차를 바라보며,
유연
(앞을 가리키며) 우리 저거 타러 가요!
백기
……
관람차에 올라타자, 객실이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백기에게 말을 하려던 순간, 그의 전화가 울렸다.
백기
여보세요. 나 지금 밖인데, 무슨 일…… 그 사람은 핵심 용의자야. 일단 지켜봐. 괜히 건드리지 말고……
나는 조용히 옆에 앉아 주변 풍경을 바라봤다.
발아래 세상은 점점 작아졌고, 고개를 들자 별에 조금 더 가까워진 것만 같았다.
백기
이건 중요한 단서야…… 이 사람을 통해 다른 연관 인물도 찾을 수 있어……
한 바퀴가 곧 끝나 가는데도, 백기의 통화는 계속됐다……
내릴 때도 백기는 전화를 받으며 한 걸음에 객실 밖으로 나갔다.
나는 길게 늘어진 치마를 받쳐 들고 내려가려다가, 치맛자락이 객실에 걸린 걸 알아챘다. 나는 다급하게 치마를 잡아당기며 버둥거렸다.
유연
(초조하게) 선배!
백기는 뒤돌아서서야, 치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가 급히 객실 쪽으로 다가왔지만, 이미 늦었다.
관람차가 땅을 떠나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백기
앉아 있어. 문 닫아. 난 아래에서 기다릴게.
나는 객실 문을 닫았고, 백기가 점점 멀어지는 걸 눈으로 쫓았다.
객실 안에서 나는 힘껏 치마를 잡아당겼다. “쓱” 하는 소리와 함께, 치마에 길게 찢어진 자국이 생겼다.
나는 아예 그 찢어진 틈을 따라 치맛단을 찢어 버렸다. 롱드레스는 순식간에 짧은 치마가 되어 버렸다.
처음 왔을 때의 들뜬 기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나는 풀이 죽은 채 앉아 관람차가 내려가길 기다렸다.
길고 길던 한 바퀴가 마침내 끝났다.
나는 관람차에서 내려, 한쪽에 기대어 기다리고 있는 백기를 봤다.
백기
관람차 한 번 더 탔네. 즐거웠어?
유연
(말없이) ……
혼자 관람차를 탔는데 즐거울 리가 있나. 그렇게 묻는 백기는 너무 분위기를 모르는 거 아닌가……
백기
왜 말이 없어?
백기
어디 가……
나는 속으로 삐쳐서, 발걸음을 더 재촉했다. 방금의 모든 걸 얼른 벗어나고 싶었다.
3장
나는 목적도 없이 앞을 향해 걸었다. 백기는 내 뒤를 따라왔다.
시끌벅적한 파티는 내 눈엔 김 빠진 소음처럼 느껴졌다.
알록달록한 사람들 틈 너머로, 판다 모자를 쓴 작은 남자아이가 혼자 덩그러니 서 있는 게 보였다.
대략 세네 살쯤. 눈동자가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였고, 무언가를 다급히 찾는 듯했다.
나는 서둘러 아이에게 다가갔다.
유연
꼬마야, 부모님은 어디 계셔?
꼬마
(고개를 젓는다) ……
백기
부모님이랑 길을 잃은 것 같아.
백기
(진지하게) 너 이름이 뭐야?
아이의 큰 눈이 깜빡이며 백기를 바라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백기
마지막으로 부모님을 본 곳이 어디야?
백기의 심문을 마주하자 아이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더니, 갑자기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백기
내가 무서워?
꼬마
(겁먹은 듯 고개를 세차게 젓는다) ……
백기
그럼 왜 우는 거야?
꼬마
(더 크게 운다) ……
백기
울지 말고, 똑바로 말해.
눈물 고인 채로 아이가 나를 바라봤다. 나는 아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랬다.
꼬마
(훌쩍이며) 나… 경찰… 아저씨… 찾을래……
백기
내가 경찰이야.
꼬마
……(1초 멈추더니 다시 운다)
실패한 심문 이후, 우리는 아이를 데리고 놀이공원 방송실로 가 방송으로 부모님을 찾기로 했다.
방송실에서 나오자, 나는 솜사탕으로 아이의 울음을 겨우 그치게 했다.
울지 않게 되자 아이는 금세 장난꾸러기 본모습으로 돌아왔다.
꼬마
예쁜 누나, 나 대서커스 보고 싶어……
꼬마
예쁜 누나, 나 우주선 타고 싶어……
나는 통통한 작은 손을 잡고 신나게 놀이기구 쪽으로 달려갔고, 백기는 저 멀리 뒤로 밀려났다.
백기
저기, 너희 둘 다 좀 기다려.
나는 아이와 공연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아까의 불쾌함을 전부 잊어버렸다.
혼자 떨어진 백기는 가끔씩 우리 관심을 끌어 보려 했다.
백기
(우리 뒷모습을 보며) 아이스크림 먹고 싶은 사람—……
백기
저쪽 재밌어 보이는데, 가 볼 사람?
아무 반응도 얻지 못한 백기는 결국 말없이 뒤를 따라왔다.
우리가 사격장 앞에 도착했을 때, 아이가 갑자기 발을 멈췄다.
아이의 시선은 상품 진열대의 곰인형에 딱 박혀 있었다.
백기가 아이 옆으로 다가가, 그 시선을 따라 곰인형을 바라봤다.
백기
갖고 싶어?
아이는 잠시 백기를 뚫어지게 보더니,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
열 발 중 아홉 발 맞히면 특등상이야! 해 볼래요?
백기
잘 봐.
백기가 공기총을 들어 올렸다. 나와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숨을 삼켰다.
“탕!”
첫 발은 빗나갔다.
백기
……
유연
아……
꼬마
(눈빛이 축 처진다) ……
아이는 한껏 실망한 얼굴, 사장은 환호하는 표정.
백기는 각도를 조절하더니, 연달아 아홉 발을 쐈다……
그런데…… 전부 명중! 우리는 신이 나서 환호했다.
사장은 못마땅한 얼굴로 곰인형을 내려 주었다.
백기는 아이보다 훨씬 큰 봉제인형을 안고 있었다.
백기
자.
아이는 신나게 두 팔을 뻗어, 버거운 듯 곰인형을 끌어안았다.
꼬마
형이 이렇게 대단할 줄 몰랐어요! 좋아, 우리 이제 친구해요.
꼬마
형은 이름 뭐예요?
백기
난 백기. 난 널… ‘꼬마 판다’라고 부를게.
꼬마
그럼 그렇게 정했어요!
4장
꼬마판다는 곰인형을 꼭 끌어안은 채, 방금 전의 손에 땀을 쥐게 하던 장면을 떠올리는 듯했다.
꼬마
형(원문은 백기), 첫 발은 왜 빗나갔어?
백기
첫 발은 감 잡는 거야.
꼬마
근데 뒤에는 그렇게 잘 맞혔잖아. 그럼 형, 진짜 경찰 맞아요?
백기
(살짝 웃는다) ……
꼬마판다는 나와 백기 사이를 걸었다. 백기는 이따금 내 쪽을 힐끔힐끔 바라봤다.
그러다 슬쩍 꼬마판다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백기
꼬마판다, 너 저 누나가 왜 화났는지 알아?
꼬마
(고개를 젓는다) 여자 마음은 너무 어려워. 우리 아빠가 그랬어.
백기
……
어느새 꼬마판다가 지쳤는지, 우리는 벤치에 앉아 잠시 쉬었다.
백기가 음료 캔 하나를 따서 꼬마판다에게 건넸다.
백기
저 누나한테 음료 줘.
꼬마판다는 곰인형이랑 노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다.
꼬마
왜 형이 직접 안 주고?
백기가 꼬마판다를 빤히 바라보자, 꼬마판다는 그 시선에 움찔해 얌전히 음료를 내게 가져왔다.
꼬마:
예쁜 누나, 이거 형이 주래.
나는 음료를 받으며 아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유연
고마워.
꼬마
(백기 쪽으로 돌아서서) 누나가 고맙대.
백기는 음료를 마시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나와 꼬마판다가 주고받는 걸 관찰했다.
그리고 내가 한눈파는 사이 또 꼬마판다를 슬쩍 끌어당겼다.
백기
방금 누나가 뭐라고 했어?
꼬마
누나가 회전목마 타고 싶대.
백기
……누나한테 전해. 회전목마는 여자애들이 타는 거고, 난 롤러코스터 타고 싶다고.
꼬마
백기가 말하는데, 회전목마는 여자애들이 타는 거래. 그리고 자기는 롤러코스터 타고 싶대.
백기
‘자기’는 너고…… 난 아니고……
꼬마
(나를 보며) ‘자기’는 너고…… 백기는 아니래……
백기
……
앞뒤 안 맞는 전달에, 나는 결국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꼬마판다의 부모님이 찾아왔고, 가족은 마침내 다시 만났다.
헤어지기 전, 아이는 백기 귀에 바짝 붙어 뭔가를 속삭이더니 장난스럽게 고개를 들고 백기를 바라봤다.
꼬마
난 여기까지만 도와줄게. 나머진 형한테 달렸어!
백기는 꼬마판다에게 윙크했다.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웃었다.
이제 남은 건 나와 백기 둘뿐. 공기가 어쩐지 미묘했다.
백기
(시계를 보며) 거의 열 시네.
한밤 내내 함께 있어 보니, 백기는 놀이공원에 별로 흥미가 없는 것 같았다.
그가 곤란하지 않게 해 주고 싶어서,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유연
이제 어느 정도 놀았으니까… 우리 돌아갈까요?
백기
잠깐만. 데려갈 데가 있어.
백기는 말을 마치자 내 손을 잡고 뛰기 시작했다. 우리는 한곳에서 멈춰 섰다.
백기는 내게 눈을 감으라고 하고, 자기 안내대로 앞으로 걸으라고 했다.
어둠 속이라 조금 무서웠지만, 백기 손바닥의 온기가 나를 점점 안심시켰다.
계단이 한 층, 한 층 발아래로 스쳐 갔다. 마치 아주 높은 곳을 오르는 것처럼.
유연
얼마나 더 가요?
백기
거의 다 왔어. 몰래 눈 뜨면 안 돼.
마지막 계단을 밟자, 살짝 서늘한 바람이 스쳤다.
공기마저도 묘하게, 비밀스러운 향이 난 것 같았다.
백기
이제 눈 떠.
나는 천천히 눈을 떴고, 내가 성의 발코니 위에 서 있다는 걸 보고 놀랐다.
백기
여기서 보면 불꽃놀이가 더 잘 보여.
유연
내가 불꽃놀이 보고 싶어 하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꼬마판다와 백기가 귓속말을 나누던 걸 떠올리자, 문득 이해가 됐다.
나는 주변이 신기해서 두리번거리다 무심코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때 성 쪽에서 열 시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등 뒤에서 누군가 내 손을 잡아당겼다. 그 힘에 이끌려 나는 돌아섰다.
백기
어디 가려는 거야, 내 여자아이(我的女孩)
서로 눈이 마주친 그 순간, 등 뒤로 불꽃이 찬란하게 터졌다.
놀이공원 전체가 불꽃빛으로 환해졌다.
나와 백기는 고개를 들어 별처럼 쏟아지는 불꽃을 올려다봤다.
세상엔 마치 우리 둘만 남은 것 같았다.
꿈꿔 왔던 영원한 로맨스가, 바로 이 순간 현실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