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노래를 바람의 모습으로 엮어, 해 질 녘부터 동이 틀 때까지 듣고 싶어.
가구 맞추기
가장 세련된 가구일 필요는 없어. 우리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가구면 충분하니까.
가구 완성
사랑하는 사람과 집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그는 이미 자신만의 답을 가지고 있었다.
스티커 완성
서로를 끌어안고 나니, 이곳의 온도가 가장 알맞게 맞춰졌다.
선착장
지나가던 작은 물고기도 놀랄 거야. 사람들은 어쩜 저렇게 끝도 없이 속삭일 이야기가 많은 걸까?
은행나무
태고부터 이어진 땅에 뿌리를 내리고, 지금 이 순간 피어난 사랑을 지켜본다.
오래된 가구
메모지를 붙이고 레이스 덮개를 씌우자. 밥도 잘 챙겨 먹고, 잠도 푹 자자.
식탁
익숙한 맛이 곧 집의 맛이다.
작은 배
물살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것은, 그 간절한 마음뿐.
안락의자
저녁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안락의자는 삐걱삐걱 흔들린다.
맑게 피어나는 마음꽃 (清澈心花)
강물이 졸졸 흐르고, 물결 하나하나가 사랑을 고백하는 문장부호가 된다.
찬란한 고백 (绚烂告白)
온 세상에 말하고 싶은 거야. 내가 선배를 좋아한다고.
오래전 여름방학 일기장에 남겨진 한 페이지.
소년은 자신이 쓴 이 일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결국 일기장을 찢어 자신의 연습장 속에 숨겨 두었다.
오늘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정말 피곤해 죽는 줄 알았다.
먼저 한 가지 말해 두자면, 여기는 우리 집이 아니라 외할머니 집이다.
외할머니 집까지 오는 건 정말 힘들었다!
우리는 먼저 비행기를 타고, 그다음에는 기차를 타고, 또 자동차까지 탔다. 그러고 나서 어느 마을에서 하루를 쉬었다.
그 마을 음식은 정말 맛있었다. 그런데 엄마는 외할머니가 먹으면 안 된다고 했다. 외할머니가 아프기 때문이다.
의사 선생님이 음식 조심이라는 게 있다고 하셨는데, 그걸 하면 먹을 수 없는 음식이 아주 많아진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와 나만 먹을 수 있었다. 정말 아쉬웠다. 진짜 엄청 맛있었는데.
하룻밤 자고 나서 우리는 또 자동차를 탔다. 그러고 나서야 외할머니 집에 도착했다.
오는 길에 자동차가 이리저리 흔들렸는데, 동생이 좋아하는 흔들 자동차랑 비슷해서 정말 재미있었다!
동생이 이번에 같이 못 와서 너무 아쉽다.
엄마는 아빠가 동생을 데리고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학교에서 건강검진을 받을 때 금방 끝나는데, 동생은 왜 이렇게 며칠씩이나 걸리는 걸까?
외할머니는 집에 도착하자 무척 기뻐하셨다.
몇 년 동안 한 번도 돌아오지 못했다고 하셨다. 나도 여기 오는 건 처음이다.
이곳의 산은 아주 높고 초록색이다. 물도 초록색이다.
지붕 너머로 바람이 불어오면 무척 시원하다.
이웃집 아저씨의 아들이 수박도 하나 가져다줬다.
자기 이름은 장장이라고 했다. 나랑 친구가 되고 싶다는데, 너무 재잘재잘 떠들어서 조금 시끄럽다.
친구가 될지는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
수박은 우물에 넣어서 차갑게 식혀 놓은 거였다. 먹고 나니까 정말 시원했다.
외할머니도 수박은 조금 드실 수 있었다. 이건 먹어도 되는 음식이라고 했다.
엄마는 외할머니가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고 무척 좋아했다.
나는 웃는 엄마를 보는 게 좋다.
엄마는 오는 길에 몇 번 웃지 않았다.
엄마가 좀 더 많이 웃게 할 방법이 없을까?
아, 맞다!
의사 선생님은 외할머니가 햇볕을 많이 쬐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좋은 기분을 유지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러면 엄마는 아프지 않지만 햇볕을 많이 쬐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 좋을 것 같다.
거기에 내가 엄마 말도 잘 듣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해 드리면……
엄마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
기록 보관함에 보관되어 있던 통화 기록 한 부.
당시 NW는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에 돌입한 상태였다. 따라서 모든 외부 통화는 감청하고 기록하여 봉인·보관해야 했다.
수장의 평범한 가족 통화조차 예외는 아니었다.
문서 번호: 57 / 기밀 문서
발신자: 온영(温苒)
수신자: 백혼(白焜)
기록 담당자: 여정(余婷)
날짜: 6월 27일
여정
기록 담당자 여정입니다. 기록 시각은 6월 27일 16시 6분입니다. 통화를 시작해 주십시오.
온영
고마워요, 여정 씨.
온영
저기…… 여보?
백혼
듣고 있어. 용건부터 말해.
온영
지난주에 엄마를 모시고 재검사를 받으러 갔는데…… 상태가 별로 좋지 않대. 병변이 다른 곳으로 전이되고 있는 것 같아서……
백혼
다른 군 병원에 연락해야 하나? 여정에게 연락처를 보내라고 하지.
온영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엄마는 이제 더는 힘든 치료를 받고 싶지 않으시대. 차라리 보존적 치료를 받으면서 고통이라도 덜 겪고 싶다고 하셔.
온영
의사 선생님도 가족들이 환자를 자연환경이 좋은 곳으로 모시고 가면 병세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하셨어.
온영
그래서 엄마를 모시고 고향에 한번 다녀오려고 해. 피서도 하고 요양도 하는 셈 치고.
백혼
그래. 난 반대하지 않아.
백혼
그 얘기 하려고 전화한 거야?
(기록 담당자 주석: 이 부분에서 12초간 침묵이 이어진 후 통화가 재개됨.)
온영
지금이 가장 바쁜 시기라는 거 알아. 당신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상황일 테고. 그래도 혹시 시간을 조금 내서…… 백기한테 전화 한 통 해 줄 수 있을까?
백혼
백기에게 무슨 일 있어?
온영
별일은 아니야. 얼마 전에 학교 공작 시간에 작은 비행기 만드는 법을 배웠거든. 선생님 말씀으로는 다른 아이들도 모두 부모님과 함께 완성했대.
온영
비행기에 대해서는 당신이 나보다 훨씬 잘 알 테니까……
온영
그 애도 분명 당신의 지도가 필요할 거야. 안 될까?
(기록 담당자 주석: 이 부분에서 9초간 침묵이 이어진 후 통화가 재개됨.)
백혼
상황을 봐서. 이번에 어머님은 얼마나 오래 요양하실 예정이지?
온영
아마…… 열흘 정도?
백혼
알았어.
백혼
당신들이 도착하면 사람을 보내서 살펴보라고 하지.
백혼
그 마을이 꽤 외진 곳이었던 걸로 기억해. 필요한 게 있으면 그 사람들에게 얼마든지 말해.
온영
난 필요한 게 없어. 그저 가족들이 모두 무사하고 건강하게 내 곁에 있어 주기만 하면 돼.
온영
당신은 그 부탁을 들어줄 수 있어?
백혼
……회의에 들어가야 해.
백혼
어머님 건강도 중요하지만, 당신도 너무 무리하지는 마.
백혼
여정, 통화 종료해.
작은 가계부 한 권.
여기에는 며칠 동안 백기 가족이 구입한 물건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어린이도 돈을 관리하는 법을 조금은 배워야 하는 법.
그래서 엄마와 외할머니는 이번 여행의 지출을 모두 작은 살림꾼에게 맡기기로 했다.
구입한 물건 | 지출 | 비고 |
|---|---|---|
외할머니 약 사기 | -31 | |
엄마 꽃 사기 | -10 | |
나랑 친구들 폭죽 사기 | -5 | 다음부터는 안 살 거다. 엄마가 위험하다고 하셨다. 어린이는 가지고 놀면 안 되고, 좀 더 커서 놀아야 한다. |
내 간식 사기 | -2 | |
강아지 소시지 사기 | -1 |
오늘은 지출만 있고 수입은 하나도 없다.
어른들의 생활은 이렇게 힘든 거였구나!
나도 돈을 벌어서 수입 칸에 숫자를 적어 보고 싶다.
그래서 장장이랑 원숭이에게 물어봤더니, 어른들이 하는 일을 도와주면 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아주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나는 이제 다 큰 어린이라서 할 수 있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내일은 엄마에게 또 어떤 일을 도와드릴 수 있는지 물어봐야겠다.
아, 맞다!
엄마는 내가 사 온 꽃이 정말 마음에 든다고 하셨다. 가장 예쁜 꽃병에 꽂아 두기까지 하셨다.
정말 기뻤다!
우리 백기가 첫날부터 돈 쓴 내역을 이렇게 또박또박 기록하다니, 정말 대단해!
그리고 엄마는 백기가 얼마나 세심한지도 특별히 칭찬해 주고 싶어.
외할머니께 사 드린 약에는 복용법까지 꼼꼼하게 적어 두었더라. 하루에 몇 알씩 드셔야 하는지 외할머니께 알려 드리려고 말이야.
외할머니가 엄마한테 몰래 말씀하셨는데, 이제는 약이 하나도 쓰게 느껴지지 않으신대!
백기가 산 폭죽은 엄마가 버리지 않고 잘 보관해 두었어.
사실 아빠와 엄마도 어릴 때는 장난꾸러기였단다. 하지만 불과 관련된 위험한 물건은 조금 더 자란 뒤에야 다룰 수 있었어.
아니, 사실 엄마는 백기가 어른이 되어서도 위험한 일과는 거리가 멀었으면 좋겠어.
가족이 걱정하는 마음이 얼마나 힘든 건지, 엄마는 잘 아니까……
음, 그래도 백기가 어른이 되어 스스로 이루고 싶은 일이 생긴다면, 설령 위험한 일이라 해도 엄마는 네 선택을 응원할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
친구들과 간식을 나눠 먹는 건 다 큰 어린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
다만 다음에 강아지에게 먹을 것을 주고 싶으면 엄마한테 말해 줘. 엄마가 생고기를 가져다줄게. 소시지보다 강아지 건강에 더 좋을 거야.
그리고 백기가 돈을 벌고 싶어 하는 문제는 외할머니와 상의해 봤단다.
내일부터 우리 집 대청소 계획을 세우기로 했어.
우리 백기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을지 한번 볼까?
능력 있는 사람이 더 많이 일하는 법이니까, 엄마도 백기와 경쟁해 볼 거야. 알겠지?
작은 메모
꽃이 정말 예쁘더라.
엄마는 내일도 꽃 한 다발을 받고 싶은데, 괜찮을까?
초등학교 국어 여름방학 숙제.
글씨가 그다지 예쁘지는 않았지만, 어린아이가 나름대로 열심히 완성한 숙제였다.
우리 아빠는 소나무 한 그루이고, 나는 작은 다람쥐입니다.
봄이 되면 아빠는 아무도 모르게 작은 꽃을 조용히 피웁니다.
여름이 되면 나뭇잎이 점점 무성해져 내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줍니다.
가을에는 솔방울이 열려 내가 주워 모을 수 있게 해 줍니다.
겨울에는 아빠의 나무뿌리에 기대어 편안하게 쉽니다.
우리 아빠는 언제나 곧게 서 있고, 언제나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습니다.
아빠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
(1) 위 글에 제목을 붙이세요.
큰 소나무
(2) 글쓴이는 아빠를 좋아하나요?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좋아하지 않습니다.
우리 아빠도 딱 저렇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런 아빠가 싫습니다.
그리고 왜 다람쥐 아빠가 다람쥐가 아니라 소나무인가요? 정말 이상합니다.
나는 나를 데리고 나가서 작은 비행기를 태워 주고, 함께 놀아 주는 다람쥐 아빠가 좋습니다.
사람을 무시하는 소나무 아빠는 싫습니다.
오늘은 대장이 웬일로 오지 않았다.
장장과 원숭이는 서로를 바라보며 의아해했다.
“대장은 지금까지 한 번도 늦은 적이 없었는데…… 혹시 아픈 거 아닐까?” 원숭이가 머리를 긁적였다.
“무슨 소리야! 백 대장은 절대 아플 리 없어!” 장장이 반박했다.
“내 생각엔…… 음…… 아마 여름방학 숙제를 아직 못 끝낸 것 같아.”
“아, 그런 건가? 그럼 우리도 어차피 숙제를 다 못 했으니까, 숙제 공책 들고 대장 찾아가 볼까?”
“좋아!”
두 아이는 아직 한 글자도 쓰지 않은 여름방학 숙제를 챙겨 대장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목적지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낯선 어른들에게 길을 가로막혔다.
“얘들아, 지금은 이쪽으로 지나가면 안 된단다.” 어른들이 말했다.
그들은 장장과 원숭이가 텔레비전에서나 보았던 군복을 입고 있었다. 모두가 산에 자라는 자작나무보다도 꼿꼿하게 서 있었다.
원숭이는 겁먹은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용기를 내어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리고 평생 해 본 것 중 가장 반듯한 경례를 올렸다.
“경찰 아저씨와 경찰 아주머니께 보고드립니다! 저희는 아저씨들 대장을 찾으러…… 아니, 우리 대장을 찾으러 왔습니다!”
어른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오? 너희 대장이 누군데?”
“백기요!”
“이야, 대단한데? 우리 백기가 벌써 이렇게 훌륭해져서 부하까지 생겼어.”
어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더욱 즐겁게 웃었다. 그중 한 사람이 허리를 굽혀 다정하게 장장과 원숭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 줄래? 이따가 너희 백 대장이 볼일을 마치면 우리도 같이 놀자고 해 보자. 어떠니?”
하지만 장장과 원숭이의 대장은 지금 딱히 바쁜 일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저 엄마 곁에 앉아 문밖의 작은 새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사실 소년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장장과 원숭이를 별로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두 아이가 자꾸만 졸졸 따라다니며 자신을 대장으로 떠받드는 바람에, 늘 자신에게 달라붙던 그 작은 녀석이 떠올랐다. 그래서 며칠 동안만 ‘마지못해’ 대장 노릇을 해 주기로 했던 것이다.
오늘은 약속을 어겼으니 장장과 원숭이가 화내지 않았을까? 이따가 만나면 제대로 사과해야겠다.
비행기 모터의 건전지도 갈아야 할 것 같은데. 잡화점 아저씨가 옆 마을에서 대신 사다 줄 수 있다고 했으니, 벌써 도착했으려나?
그리고 동생은…… 아빠가 건강검진을 받으러 데려간 지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왜 전화 한 통 없는 걸까? 설마 나를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소년의 생각은 어느새 멀리까지 흘러가 있었다.
그 때문에 엄마와 맞은편에 앉은 군복 차림의 누나가 나누는 대화도 띄엄띄엄 귀에 들어올 뿐이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요즘 너무 바빠서 이제야 어르신과 부인을 찾아뵙게 됐어요……”
“마침 군 병원에 새로 들여온 특효약이 있어서 그것도 함께 가져왔습니다……”
“아, 그리고 어르신께서 옛집을 수리하고 싶어 하신다면 저희가 시내의 공사업체에 연락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까지 번거롭게 하지 않으셔도 돼요. 걱정 마세요. 저희는 요 며칠 잘 지내고 있어요.”
소년의 엄마는 손을 내저었다.
“참, 여러분은 앞으로 얼마나 더 바쁠 예정이에요?”
군복을 입은 누나가 잠시 망설였다.
“그게……”
“괜찮아요. 말씀하기 곤란하시면 안 하셔도 돼요. 비밀로 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것쯤은 저도 잘 아니까요.”
소년의 엄마가 미소 지었다.
“이렇게 오랜 세월 지냈으니, 이제는 저도 익숙해졌어요.”
소년은 엄마의 그런 미소가 싫었다.
엄마는 원래 잘 웃는 사람이었다.
가족을 만나도, 친구를 만나도, 귀여운 동물이나 아름다운 꽃을 보아도 언제나 웃음을 지었다.
엄마의 웃음은 늘 달콤했다. 마치 입가에 꿀을 머금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지금 엄마가 짓는 미소는 씁쓸했다.
얼마나 쓴지 맞은편에 앉은 군복 차림의 누나조차 차마 엄마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돌릴 정도였다.
“부인, 그분께서 직접 오실 수는 없지만 선물을 모두 전달해 달라고 부탁하셨어요. 여기 보세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서둘러 상자 하나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온갖 선물이 가득했다.
소년은 한눈에 자신의 몫으로 보이는 운동화와 장난감 자동차, 튜브와 물안경을 발견했다. 눈이 순식간에 반짝였다.
“우와! 엄마, 이것 좀 봐요! 선물이 엄청 많아요!”
소년은 엄마도 자신에게 온 선물을 보면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엄마의 미소는 조금도 달콤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안에 더욱 복잡한 감정이 어렸다.
엄마는 먼저 선물과는 전혀 관계없는 질문을 던졌다.
“실례지만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여정이라고 합니다.”
“고마워요, 여정 씨.”
소년의 엄마는 잠시 말을 고르더니 한 글자 한 글자 신중하게 말했다.
“그리고 밖에 계신 다른 분들께도 감사하다고 전해 주세요. 저와 백기를 위해 이렇게 많은 선물을 세심하게 준비해 주셔서요.”
“아, 아니에요. 이건 백 장관님께서 준비하신……”
“감사해야 할 사람을 잘못 짚어서는 안 되잖아요. 그건 옳지 않죠.”
여정 누나의 얼굴에 어색함과 미안함이 동시에 스쳤다.
그녀는 잠시 침묵하다가 문득 몸을 숙여 소년의 엄마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곁에 있던 소년도 한 번 안아 주었다.
“우리 백기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남자아이니까, 어른이 되면 엄마를 잘 지켜 드려야 해. 알겠지?”
여정 누나가 소년에게 말했다.
“네?”
소년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어른들은 왜 이렇게 뜬금없는 이야기를 하는 걸까?
하지만 지금 이곳에 있는 두 사람이 모두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소년은 엄마도, 이 누나도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그러자 엄마가 마침내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
예쁘게 휘어진 눈매가 무척 아름다워서 소년도 참지 못하고 엄마를 한 번 끌어안았다.
“정말 진심이에요.”
소년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엄마도 알고 있지.”
엄마는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여정 누나를 향해 손짓했다.
“여러분도 모처럼 여기까지 오셨는데, 다 같이 사진 한 장 찍을까요? 백기야, 옆집 뚱뚱한 아저씨 댁에 가서 외할머니를 모셔 오고, 카메라도 좀 빌려 올래?”
소년은 고개를 끄덕이고 쏜살같이 문으로 달려갔다.
그러다 갑자기 다시 고개를 쏙 내밀었다. 그의 시선이 구석에 놓인 선물 상자를 향했다.
“엄마, 이따가 친구들이랑 강에서 수영해도 돼요?”
“강물이라면……”
엄마는 조금 망설였다.
“괜찮아요, 제수씨! 제가 백기랑 같이 갈게요. 저 수영 하나는 자신 있거든요!”
문밖에서 호탕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정 누나의 뒤를 따라 군인 아저씨 한 명이 들어왔다. 다른 어른들도 잇따라 집 안으로 들어섰다.
그들 곁에는 장장과 원숭이도 있었다. 두 녀석은 소년을 향해 장난스럽게 얼굴을 찡그려 보였다.
어른이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자, 얼른 외할머니 모시고 와야지. 백 대장~”
“Yes, Sir!”
소년은 어른들을 흉내 내어 군인처럼 경례를 올렸다.
잠시 뒤 소년이 외할머니의 손을 잡고 돌아왔을 때, 사람들은 이미 사진을 찍을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모두가 가운데 두 사람 몫으로 비워 둔 자리만 바라보고 있었다.
“대장! 빨리 와!”
장장과 원숭이가 손을 흔들었다.
“백기야, 와서 엄마 옆에 서야지.”
어른들은 웃으며 소년을 한가운데로 데려갔다.
소년은 왼손으로 엄마의 손을 잡고, 오른손으로 외할머니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곁에 있는 어른들을 따라 허리를 꼿꼿하게 폈다.
“자, 다들 웃으세요! 좋아요. 하나, 둘, 셋——치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