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왕소취 씨, 특파팀 후방지원부에 채용되셨습니다. 내일 오전 8시까지 구내식당으로 출근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나는 특파팀 구내식당에 채용되었다.
30년 넘게 일해 온 영양사인 내게 특파팀에 들어가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남편은 은퇴했으면 편안하게 여생을 즐길 것이지, 왜 굳이 다시 일을 하려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그 물음에 대답하는 대신, 특파팀 근무복에 잡힌 작은 주름들을 정성스럽게 펴고 또 폈다.
평범한 사람인 내게 특파팀은 언제나 신비롭고 위엄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일하는 대원들은 하나같이 세상을 떠받치는 영웅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대원들의 식사를 책임지고, 날마다 충분한 영양을 섭취해 더 건강하고 튼튼한 몸으로 연모시를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일.
그것만으로도 나 역시 이 도시를 지키는 데 보탬이 된다는 자부심을 느꼈다.
그동안 쌓아 온 경험이라면 젊은 대원들 몇십 명쯤 챙기는 건 식은 죽 먹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이곳의 사정을 완전히 잘못 짚고 있었다.
아침 7시 30분.
썰렁한 구내식당 간판 앞에 서 있던 나는 믿기 어려운 광경을 목격했다.
대원 몇 명이 주머니에 젠빙궈쯔를 쑤셔 넣은 채 정문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어떤 대원은 소고기 군만두가 담긴 봉지를 몇 개씩 들고 와서는 동료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오늘도 너희 만두 사 오느라 운동장 뛰는 벌 받을 각오까지 했다고!”
“대신 이따 훈련할 때 신형 사격총은 아무도 나랑 경쟁하지 마!”
맞은편 대원들은 콧방귀를 뀌더니 그가 품에 안고 있던 만두와 매운 소스를 순식간에 나눠 가져갔다.
한편 구내식당에는 갓 쪄낸 만두가 김을 모락모락 피우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 않았다.
만두를 찌던 조리사들은 이미 익숙한 일이라는 듯, 두셋씩 창구 뒤에 모여 허리에 손을 얹고 한가롭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도대체 특파팀 사람들은 왜 구내식당 밥을 먹지 않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던 참에, 마침 흰색 경찰 제복을 입은 잘생긴 청년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걸음걸이가 침착하면서도 바람을 몰고 다니는 듯 시원시원했다.
나는 얼른 그를 불러 세웠다.
“저기, 젊은 양반! 잠깐만요.”
내가 불러 세운 청년이 걸음을 멈추고 재빨리 나를 훑어보았다.
“무슨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아니, 아니에요. 나는 이번에 구내식당에 새로 들어온 영양사인데, 뭐 하나만 물어보려고요. 어째서 여기 대원들은 다들 구내식당 밥을 안 먹으려고 하는 거예요? 내가 보니까 영양식에 고기도 있고 채소도 있고, 영양도 골고루 갖췄던데.”
청년은 잠시 침묵하다가 내 질문에 답했다.
“건강식은 건강에 너무 치중하다 보니, 맛은 오히려 바깥 노점 음식보다 못합니다.”
“백 대장님, 어제 사건 자료 정리 끝났습니다.”
“그래, 지금 확인할게.”
백 대장이라고 불린 청년은 내게 더 물어볼 것이 없다는 걸 확인하더니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성큼성큼 사무실을 향해 걸어갔다.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셀러리 고기만두 하나를 집어 맛보았다.
조금 싱겁다는 것 말고는 딱히 문제가 없었다.
게다가 소금을 많이 넣으면 영양소가 손실될 수 있으니 당연히 적게 넣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 청년이 굳이 맛을 지적했다는 건, 분명 개선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었다.
특파팀 대원들의 입맛에 더 잘 맞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나는 일주일 내내 대원들이 즐겨 찾는 작은 식당들을 돌아다녔다.
마치 잠입 수사라도 하듯 그곳에 드나들며 대표 메뉴들을 모조리 맛보았다.
그리고 그 음식들의 양념과 조리법을 참고해 정성껏 새로운 시식 메뉴를 준비했다.
시식 첫날.
나는 의욕에 넘쳐 ‘신메뉴 시식 행사’라는 안내판을 내걸었다.
이번에야말로 특파팀 구내식당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반나절이 지나도록 식당 문턱을 넘은 손님이라곤 내가 때려잡은 모기 몇 마리가 전부였다.
썰렁한 식당 입구에 바람만 휑하니 지나갔다.
나는 벽에 걸린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이제 곧 점심시간도 끝나갈 참이었다.
더는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차라리 밖으로 나가 아무나 몇 사람 붙잡아 데려와 시식을 시켜야겠다.
그렇게 문밖으로 나서자마자 내 눈이 번쩍 뜨였다.
전에 만났던 그 청년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컵라면 하나를 옆구리에 낀 채 바쁘게 걸어가고 있었다.
아마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점심도 대충 때우려는 모양이었다.
이래서는 안 되지!
특파팀 대원이 점심으로 컵라면을 먹는다니, 그러면 이 영양사의 체면은 뭐가 된단 말인가!
나는 서둘러 청년을 불러 세웠다.
“젊은 양반! 오늘 구내식당에서 신메뉴 시식 행사를 하는데, 마침 밥 먹으려던 참인 것 같으니 한번 먹어보는 게 어때요? 음식도 금방 나와요.”
청년의 발걸음이 잠시 멈췄다.
거절하려는 말이 이미 입가까지 올라온 듯했지만, 그의 시선이 내 뒤편에 걸린 메뉴판을 스치는 순간 눈을 가볍게 깜빡였다.
그러더니 다시 나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남기고 청년은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내가 직접 적어 놓은 메뉴판을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간단한 문구 하나만 쓰여 있었다.
‘오늘의 특선 메뉴: 라쯔지(辣子鸡)’
알고 보니 그 청년은 라쯔지를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02
청년은 한 입 한 입 빠르면서도 성실하게 식사를 해치웠다.
건강에 좋지 않을 만큼 빠른 식사 속도만 빼면, 나는 무척 흐뭇했다.
그가 식사를 마치고 식판을 반납하러 왔을 때, 나는 얼른 물어보았다.
“젊은 양반, 다 먹었어요? 맛은 어땠어요? 혹시 고쳤으면 하는 부분은 없고요?”
청년은 식판을 내려놓고 잠시 진지하게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맛은 괜찮았습니다. 굳이 의견을 드리자면, 라쯔지인 만큼 고추를 조금 더 넣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그의 의견을 수첩에 꼼꼼히 적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감탄했다. 역시 특파팀은 숨은 인재들이 모인 곳이라더니, 정말 그 말이 맞는 모양이었다.
이 라쯔지는 사천요리 전문점의 매운맛 기준에 정확히 맞춰 만든 음식이었다.
그런데도 이 청년은 고추가 부족하다고 느끼다니.
앞으로 메뉴를 개선할 여지가 아주 많겠구나 싶었다.
다음 날에도 나는 시식 행사를 계속했다.
하지만 특파팀 대원들은 대부분 이미 밖에서 식사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고, 시식하러 오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낯익은 모습이 다시 식당 입구에 나타났다.
어제 라쯔지를 시식했던 그 청년이었다.
그는 곧장 식당으로 들어와 식판을 들고 음식을 담았다.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왠지 감동했다.
이 아이가 일부러 식당 장사를 도와주러 온 게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의 메뉴가 홍샤오러우이고, 곁들임 반찬은 여주 달걀볶음이라고 알려주었다.
청년은 여주를 보자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아무 말 없이 자리를 찾아 앉아 조용히 식사했다.
그렇게 보름이 흘렀다.
밖으로 나가야 할 임무나 다른 일이 없는 날이면, 그 청년은 거의 어김없이 구내식당을 찾아왔다.
아무래도 무슨 대장직을 맡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가 식당에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점차 식사하러 오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나 역시 말수가 적은 이 청년에 대해 조금씩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이름은 백기였다.
특별행동대의 대장이라고 했다.
듣자 하니 특별행동대는 특파팀 전체에서 들어가기가 가장 어렵고, 가장 뛰어난 정예 부대였다.
사건 해결률도 특파팀 내에서 손에 꼽힐 정도였으며, 소속 대원들은 모두 수많은 인재 중에서 엄선된 정예들이라고 했다.
하물며 그런 부대의 대장이라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이 대장은 평소 위험한 일이 생기면 언제나 가장 앞장선다고 들었다.
그래서 대원들에게 무척 존경받고 있다고 했다.
물론 그만큼 다치는 일도 많아서, 특파팀 창고에 쌓인 감사 깃발의 수만큼이나 상처도 늘어간다고 했다.
그가 식당에 나타나지 않는 날에는 십중팔구 임무를 수행하러 나갔거나, 의무실에서 상처를 치료하고 있을 터였다.
“왕 아주머니! 저도 백 대장님이 드시는 라쯔지로 한 그릇 주세요!”
붉은 머리 대원의 목소리에 나는 상념에서 깨어났다.
그는 식판을 들고 창구에 놓인 라쯔지를 가리켰다.
나는 그에게 라쯔지를 한 숟가락 듬뿍 퍼주었다.
대원은 식판을 들고 창가에 늘어선 좌석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그와 똑같은 제복을 입은 젊은이들이 몇 명 앉아 있었다.
백기도 그들 사이에 있었다.
“그런데 백 대장님, 요즘 왜 우리 홍샤오 소고기 라면 동맹에서 탈퇴하신 겁니까? 야근할 때도 이제 우리랑 같이 컵라면 안 드시잖아요.”
“허, 넌 아직도 모르냐? 우리 백 대장님은 말이야, 챙겨 주는 사람이 따로 있으시거든.”
“지난번에 그 프로듀서 아가씨가 촬영하러 왔을 때 우리한테 수제 쿠키를 나눠 줬잖아. 넌 그날 휴가라서 못 봤지? 백 대장님 쿠키는 우리 것보다 몇 배는 정성스럽게 만들었더라. 하트 모양까지 있었다니까?”
대원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쉴 새 없이 떠들어 댔다.
정작 이야기의 주인공인 백기는 아무렇지도 않게 식사를 계속했다.
그러다가 떠드는 소리가 어지간히 거슬렸는지, 젓가락을 내려놓고 붉은 머리 대원을 흘끗 바라보았다.
“당조, 매일 운동장을 돌더니 체력이 많이 좋아진 모양이군.”
“다음 임무에서는 네가 나랑 한 조다.”
붉은 머리 대원은 순식간에 울상이 되었다.
“백 대장님! 제가 대장님이랑 한 조가 되기 싫다는 게 아닙니다. 제 격투 실력으로 대장님을 따라다녔다간 범인 때려잡는 데 방해만 될 거라고요!”
“전 그냥 계속 후방에서 제 몫을 하면서 특별행동대의 감정 없는 거짓말 탐지기로 살겠습니다!”
백기는 당조라는 붉은 머리 대원의 말을 못 들은 척했다.
하지만 고개를 숙여 국물을 마시는 순간, 그의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가는 것을 나는 보았다.
지난 보름 동안 내가 보아 온 백기는 언제나 침착하고 냉철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원래부터 그런 성격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 역시 아직 젊은 청년이었다.
그저 젊은이다운 자유분방함과 패기를 마음속 깊이 감춰 두고 좀처럼 드러내지 않을 뿐이었다.
어쩌면 그것이 대장이라는 자리가 주는 부담일지도 몰랐다.
나는 눈앞의 젊은이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그동안 시식 행사가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마도 내가 지금껏 이 젊은이들을 진심으로 이해하려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03
나는 더 이상 메뉴 자체에만 매달리지 않고, 이 젊은이들의 식습관을 관찰하는 데 더 많은 신경을 썼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자 메뉴 개선 사항을 적어 두는 수첩에도 어느새 여러 장의 기록이 빼곡히 쌓였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백기가 한동안 구내식당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붉은 머리 대원이 식사를 받으러 왔을 때, 나는 그에게 돼지갈비 동아국을 한 국자 퍼주며 참지 못하고 물었다.
“요즘 자네들 대장은 왜 식당에 안 오는 거야?”
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말투에는 이전처럼 장난스러운 기색이 없었다.
“백 대장님이 이번 임무에서 좀 심하게 다치셨거든요. 아직 병원에서 치료받고 계세요.”
특파팀에 오기 전까지 내게 ‘부상’이란 말을 들으면 떠오르는 것은 고작 요리하다가 칼에 손가락을 베이거나, 고양이와 놀다가 할퀸 상처 정도였다.
하지만 특파팀에 들어온 뒤에야 알게 되었다.
사람이 다치는 방식이 이토록 다양할 수도 있다는 것을.
특파팀에는 연모시에서 Evolver에 관해 가장 잘 아는 의사들이 있었다.
그러니 원래대로라면 골절이나 출혈 같은 부상도 일주일 정도면 퇴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백기라는 그 청년은 이렇게 오랫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설마 부상이 아주 심각한 걸까?
그와는 지금까지 몇 마디 나눠 본 것이 전부였지만, 나는 자꾸만 그 청년이 걱정되었다.
아직 그렇게 젊은데.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가족들은 얼마나 걱정할까.
아마도 그가 처음으로 구내식당의 시식 행사에 응해 준 특경 대원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모르게 그에게 조금 더 마음이 쓰였고, 그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하지만 특별행동대 대원들은 규율이 엄격했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백기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가끔 그의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오늘 그분 또 병원에 가셨대.”
“됐어. 그분이 가는 게 우리 몇 명 가는 것보다 훨씬 낫지. 백 대장님도 그분을 보면 적어도 한 번은 웃으시잖아. 우리가 가봤자 멀뚱히 서 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그래도 다음에 또 ‘뱀’한테 물리는 일이 생기면 절대로 백 대장님 혼자 후방을 맡게 해서는 안 돼.”
대원들의 말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었다.
나는 듣고도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이가 들어 귀까지 어두워졌나 보다.
속으로 고개를 저으며 다시 주방으로 돌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백기가 부상이 너무 심해 복귀조차 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생각하고 있던 참에,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막 화이트보드에 점심 메뉴를 적어 놓았을 때였다.
백기가 대원들과 함께 식당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전보다 눈에 띄게 야위어 있었고 얼굴빛도 무척 창백했다.
하지만 여전히 차분하고 묵직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 안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날카로움이 깊이 배어 있었다.
나는 그에게 홍샤오 소고기 국수를 건네주었다.
그러자 그가 나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그는 젓가락을 집어 국수를 먹으려다가 그릇 안에 담긴 소고기 편육을 보고 살짝 놀란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금세 평소의 표정으로 돌아와 아무렇지 않게 식사를 시작했다.
대원들이 한창 식사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백기의 허리춤에 달린 통신기에서 삐삐 소리가 울렸다.
그가 통신 버튼을 누르고 내용을 듣더니 표정이 달라졌다.
“‘뱀’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출동한다.”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모든 대원이 먹던 음식을 그대로 내려놓고 서둘러 식당을 빠져나갔다.
백기가 내 곁을 지나갈 때, 나는 그의 셔츠 소매 옆으로 피가 희미하게 배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아직 상처가 완전히 낫지도 않았는데 또 임무를 나가야 하는 모양이었다.
식당은 다시 고요해졌다.
나는 식탁을 정리하다가 몇 입 먹지도 못한 채 남겨진 소고기 국수 한 그릇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특파팀에 들어가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었다.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궁금했다.
도대체 무슨 이유가 있기에 저 젊은이는 저토록 필사적으로 앞으로 달려가는 걸까.
밥 한 끼조차 제대로 먹지 못할 만큼, 자신을 몰아붙이면서까지.
04
밤은 이미 깊었지만, 특파팀 건물은 여전히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대원들처럼 나 역시 아직 퇴근하지 않았다.
그동안 메뉴를 연구하고 시식 행사를 진행하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대원들은 사실 입맛이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그저 자리에 앉아 느긋하게 밥을 먹을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나는 그 점에 맞춰 다시 메뉴를 개선하기 시작했다.
마침 식당 텔레비전에서는 연모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진행자는 ‘Evol 암살 사건’이라는 것을 보도하면서, 말끝마다 특파팀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요즘 특파팀이 얼마나 바쁜데. 의무실은 다친 사람들로 꽉 찼다더니, 이래도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거야? 요즘 기자들은 정말 무책임하다니까.”
나는 고개를 저으며 텔레비전을 껐다.
그리고 동료 몇 명을 불러 함께 야식을 의무실로 가져가기로 했다.
뉴스에 보도되는 사건들 때문에 최근 특파팀은 무척 어수선했다. 듣자 하니 의무실에는 병상이 부족할 지경이라고 했다.
다친 것도 서러운데 비난까지 듣는 아이들이 안쓰러웠다.
그래서 밤에 먹기 좋은 달콤한 탕을 끓여, 의무실에서 상처를 치료하며 쉬고 있는 대원들에게 가져다주기로 했다.
특별행동대 대장실 앞을 지나던 중이었다.
문이 열려 있었고, 안에 서 있는 사람이 보였다.
백기였다.
그는 문을 향해 옆으로 선 채, 한쪽 다리를 구부리고 벽에 살짝 기대어 있었다.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었고, 입술을 꾹 다문 채 전술 장갑을 벗고 있었다.
며칠 밤낮을 꼬박 새운 사람처럼 보였다.
온몸에서 고요한 피로감이 묻어났다.
하지만 그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이런 모습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듯했다.
마치 지친 모습조차 남에게 보이는 것을 스스로 허락하지 않는 것처럼.
그런 자신을 오직 깊은 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만 남겨 두는 것 같았다.
나는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노크 소리가 들리자 백기는 즉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문 쪽을 돌아보았다.
그러다 나라는 것을 알아보자 호박색 눈동자에 잠시 놀란 기색이 스쳤다.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오세요.”
나는 안으로 들어가 흰목이버섯으로 끓인 달콤한 탕을 그의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요즘 특파팀 사람들이 다들 고생이 많잖아. 그래서 우리 후방지원부에서 피로라도 좀 풀어 주자고 달콤한 탕을 끓여 봤어. 식기 전에 마셔요. 구기자랑 용안도 넣어서 영양가도 꽤 좋거든.”
백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흐트러진 앞머리가 그의 눈썹과 눈가에 어지럽게 붙어 있었다.
평소 그렇게 강단 있는 아이니, 아마 남에게 초췌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얼른 손을 내저으며 이만 나가 보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런데 문가에 다다랐을 때, 등 뒤에서 백기가 불쑥 말을 걸었다.
“왕 이모, 식당 메뉴 개선은 잘되고 있습니까?”
나는 하마터면 내 귀를 의심할 뻔했다.
이렇게 사소한 일까지 기억하고 있다니?
도대체 이 아이는 얼마나 많은 일을 마음에 담아 두고 있는 걸까?
“아주 잘되고 있지. 이번에는 새로운 즉석 소고기 국수를 개발했어. 특파팀 안에서 한번 보급해 볼 생각이야.”
“즉석 소고기 국수요?”
“응. 예전에는 식당에 사람이 없는 이유가 뭔지도 모르고 영양만 챙기는 데 신경 썼거든. 그런데 밥 먹을 시간조차 없다면 아무리 영양가가 높아 봤자 무슨 소용이겠어.”
“그래서 영양도 충분히 챙기면서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즉석 소고기 국수를 개발했지. 맛도 다양하게 만들 수 있고, 영양소도 더 잘 보존할 수 있어.”
나는 새로 개발한 메뉴를 한참 설명하다가 그에게 다시 물었다.
“그런데 아직 곁들일 재료를 콩나물로 할지 달걀로 할지 고민 중이야. 자네는 어느 쪽이 좋아?”
아마도 누군가 이렇게 사소한 음식 취향까지 물어본 적은 별로 없는 모양이었다.
백기는 잠시 진지하게 고민하더니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저라면 달걀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참지 못하고 진심 어린 당부를 덧붙였다.
“아무리 일에 온 힘을 쏟더라도 밥은 제대로 챙겨 먹어야 해. 채소 한 가지, 밥 한 끼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그런 것들이 모여서 우리의 일상이 되는 거잖아.”
“그렇게 서둘러 앞으로만 달려가면서,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본 적 있어?”
내 말을 들은 백기는 순간 살짝 놀란 듯했다.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한숨을 내쉬고 몸을 돌려 사무실을 나왔다.
05
구내식당에서 새롭게 선보인 즉석 소고기 국수는 대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밤늦게까지 사건을 수사하는 대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야식이 되었고, 나는 반응이 좋은 김에 여러 가지 맛의 간편식도 추가로 개발했다.
이 대표 메뉴 덕분에 특파팀 구내식당은 마침내 매일같이 사람들로 북적이는 활기찬 곳이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백기가 또 한동안 식당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듣자 하니…… 정직 처분을 받았다고 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아이에게도 분명 말 못 할 사정이 있을 거라고 믿었다.
나는 그저 마음속으로 백기가 무사하기를 바랐다.
그 후,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묘한 안개가 연모시를 뒤덮었다.
나는 특파팀 대원들의 보호를 받았고, 나중에는 백기가 그 안개를 회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백기가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구내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텔레비전에서는 특파팀이 안개를 회수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때 화면에서 백기의 단호하고 힘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사냥꾼 게임은 여기서 끝입니다.”
나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텔레비전 화면 속에는 익숙한 청년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굳건하면서도 차분했다.
“이 도시의 존엄을 지켜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예전에 그가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던 시절, 나는 종종 궁금했다.
이렇게 말수가 적은 청년이 어떻게 그토록 오랫동안 홀로 자신의 길을 지켜 나갈 수 있는 걸까.
보통 사람이라면 견디기 어려울 만큼 무거운 압박을 감당하면서도, 어떻게 그토록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을 지켜 낼 수 있는 걸까.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에게는 누구보다도 따뜻하면서 굳건한 정의로운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마음이 그를 험난할 수밖에 없는 길로 이끌었고,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 길을 걸어 나갔다.
하지만 여전히 한 가지 의문이 남았다.
그 길을 걸으면서 외롭지는 않았을까?
붉은 머리 대원의 도움을 받아, 나는 닭육수로 끓인 완탕을 보온통에 담아 백기가 입원한 병실을 찾아갔다.
하지만 병실 문은 닫혀 있었고, 안에서는 희미하게 한 아가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리창 너머로 병실 안을 들여다보았다.
침대 곁에는 한 아가씨가 앉아 있었다.
탁자 위에는 분홍색 도시락통이 놓여 있었다.
그 아가씨는 턱을 괸 채 백기가 도시락을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병상에 앉아 식사하는 청년은 한 입 한 입, 진지하면서도 다정하게 밥을 먹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나도 모르게 진심 어린 미소가 지어졌다.
이토록 험난한 길 위에서도 그와 함께해 주고, 그를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와 함께 자리에 앉아, 한 끼의 식사를 소중히 여기며 제대로 먹어 줄 사람이 있었다.
나는 보온통을 든 채 조용히 병원을 떠났다.
그동안 특파팀에서 지내며 나는 어느새 이곳의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다.
매일 아침 6시 30분에 울리는 호루라기 소리에도 익숙해졌다.
점심시간이면 대원들이 단 10분 만에 밥을 먹고 서둘러 떠나는 모습에도 익숙해졌다.
밤에 퇴근할 때면 특파팀 건물의 불빛이 별빛처럼 내 앞길을 밝혀 주는 풍경에도 익숙해졌다.
남편은 나이가 이렇게나 들었는데 왜 굳이 특파팀에 가서 일하려 하느냐고 자주 물었다.
나는 그동안 한 번도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 그 답은 내 마음속에 분명히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에서 나는 더 넓은 세상을 보았고, 더없이 굳건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이 순간까지도 내 삶이 이토록 충실하고 보람찰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이 바로 특파팀이 내게 안겨 준 의미였다.
나는 백기라는 그 청년과, 백기처럼 살아가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삶이 언제까지나 충실하고 풍요롭기를 바랐다.
……언제까지나 무사하기를.
그가 조용히 바라보던 그 아가씨와 함께.
정의를 품고 살아가는 동시에, 채소 한 가지와 밥 한 끼에 담긴 소소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