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vol.11 불후 40장 간절히 바란 재회
하늘에 나타난 기이한 천제를 발견했다.

#백야 루트
(10분 22초부터 보세요)
<1> 바람의 궤적

햇빛이 하늘에 광범위하게 퍼져 여러 층으로 겹쳐지면서 아주 먼 곳의 푸른 하늘도 얇은 시폰처럼 금빛으로 엷게 물들이고, 가느다란 빛이 차창으로 들어오면서 오래간만에 따뜻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떠다니는 구름들이 모여들었다가 흩어지는 모습이 새로운 날을 위한 서막을 여는 것 같았다.
나는 한가로이 아주 느리게 움직이는 이 맑은 하늘을 바라보다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이게 바로 그 어린 소년이 말한, 세상의 규칙을 파괴하고 나타난 현상인가?
흔들리던 객실이 갑자기 멈추더니 기묘하게 안내를 하듯이 앞뒤의 차 문이 천천히 열렸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 바로 일어나 버스에서 내렸다.
*

두 발이 땅에 착지하는 순간 갑자기 백색의 빛이 강하게 나를 덮쳐 나는 어쩔 수 없이 눈을 가늘게 떴다.
*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눈앞의 모든 것이 달라져있었다.
산들바람에 은행잎이 소리 없이 살랑살랑 떨어지면서 머리 위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마침 손바닥에 떨어진 은행잎을 바라보며 무의식 중에 숨을 가볍게 내쉬었다.
희미한 빛이 금빛으로 잎사귀 줄기를 엷게 그려내니 무엇인가 혈관을 타고 조금씩 조금씩 심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가슴이 뜨거웠다.

"어떻게 된 거지……"
나는 혼란스러워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바로 옆에는 도서관이, 가까운 곳에는 운동장 트랙이, 그리고 부근에는 화원의 분수가 평온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기억 깊은 곳에 있던 청춘의 시절이 이 순간 바람을 타고 과거의 기억들을 펼쳤다.
내가 왜 연모고등학교 옥상에 있는지에 대해서는 한동안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한편으론 내가 이곳에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그리움이 살그머니 튀어나와 불안하면서도 기대가 되었다.
'또깍'.
그 순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작은 소리가 또렷이 귓가에 들려왔다.
나는 직감적으로 맞은편 본관 중앙에 걸려 있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계 위의 시침이 막 7을 스쳐 지나가고 분침은 3과 4의 눈금 사이에 멈추었다. 마치 영원히 어느 고정된 위치에 떨어지지 않고 시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할 것처럼. 가늘고 긴 초침만이 한 걸음 한 걸음 돌아가고 있었다.
햇빛이 바깥의 유리에 떨어져 희미하게 헤일로 현상을 일으키자 순간 초점이 흐릿해졌다.
나는 눈을 힘껏 비비며 움직이는 초침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애가 타도록 옥상을 돌아다니며 선명한 각도를 찾았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눈이 뜨거워진 것처럼 느껴질 때까지.
초침이 12의 눈금을 지나자 분침이 천천히 한 칸 뒤로 움직였다.
'또깍'.
시간이 흐르는 소리가 분명히 들렸다. 또 그 순간도 분명하게 보았다.
19:19.
나는 마침내 19시 17분 이후의 미래로 왔다. 다채로운 광채가 시계 위를 뛰어넘는 것을 지켜볼 뿐인데 가슴이 요동치면서 숨이 가빠왔다. 눈앞의 세상마저 따스한 빛 속에 흐릿하게 느껴졌다.
나는 이전부터 이 시계를 바라볼 일이 아주 많았다.
국기 게양식에서 다리가 저려올 때, 800미터 체력 테스트에서 마지막 바퀴를 남겨뒀을 때, 피아노 연습하고 집에 가려는데 학교 불이 꺼져 있을 때.
그 시절 시계가 움직이며 흘러가는 동안 나는 그것의 존재를 익숙하게 받아들였지만 분침이 두 칸 뒤로 움직이는 것이 이렇게나 더디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 종착점조차 보이지 않는 경주로와 홀로 걸어간 다시 시작된 길고 긴 시간들.
눈시울이 붉어져 손에 든 은행잎을 살며시 쥐고 조금도 망설임 없이 돌아서서 계단을 향해 달려갔다.
앞으로 무엇을 또 마주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린 소년의 말에 따르면 현상이 끝나기 전까진 아직 내가 숨 돌릴 시간은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내 머릿속에는 선배를 만나야겠다는 생각 하나밖에 없었다.
그에게 내가 성공했다고, 우리가 성공했다고 말해줄 것이다.
그는 지금도 NW의 외부 실험실에 있을 텐데……갑자기 든 생각에 얼른 그쪽을 돌아보았지만 그 하늘에 닿을 듯한 문은 아니나 다를까 이미 자취를 감춘 상태였다.
*

나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계단으로 달려가 복도에 들어서서 유리창틀이 만들어낸 겹쳐진 그림자 속을 달렸다.
내가 마음속으로 그의 이름을 생각하면서 그가 나를 알아차리고 내 앞에 나타나는 기적을 기원하며, 달려가니 그럴수록 심장박동은 더욱 빨라졌다.
어느 창문으로 바람의 행적이 새어 나왔는지 부드러운 숨결이 내 귓가를 스치는 것 같았다.
가슴에 충격을 살짝 받은 것처럼 무엇인가 느껴져 고개를 돌아봤는데——
두 발자국 떨어진 창밖으로 내 모든 마음을 점령하고 있는 그림자가 공중에 떠 있었다.
찬란하게 빛나는 호박색 눈동자와 바람에 흩날리는 금빛의 낙엽과 함께 한순간 시간이 멈췄다.
"……선배!!"
Evol을 너무 많이 소모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쉬지 않고 서둘러 온 탓인지,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거칠게 숨을 몰아내 쉬고 있는 선배는 무척이나 엉망진창이었다. 자책감과 안타까움이 느껴지는 그의 눈동자만이 뜻밖에도 놀란 표정을 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입을 열었지만 목이 메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너무 많은 감정들이 앞다투어 가슴에서 터져 나와 그를 향해 성큼성큼 달려가는 것 같았다.
*
나는 창문을 홱 열어젖히고 1초도 기다리기 아깝다는 듯이 바로 뛰어내리고는——
주저 없이 바람의 품에 뛰어들었다.
익숙한 기운이 나를 잔뜩 감쌌다. 그의 몸에는 찬바람의 기운도 뒤섞여 있었지만 가슴의 온도는 몹시 뜨거웠다.
나는 그의 얼굴을 살며시 잡아 올려 진지하게 그 두 눈을 바라보았다.
"선배, 우리 성공했어요!"
수많은 은행잎이 바람에 흩날리며 나부끼는 이 순간, 나는 마침내 심장박동을 되찾은 기분이 들었다.
가쁘게 떨려오는 그의 호흡이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 듯한 감정을 애써 억누르는 것처럼 들려왔다.
그는 있는 힘껏 나를 껴안고 완전히 침묵 속에 빠졌다.
한참 후에서야 나는 교차하는 심장 박동 소리 속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려 하는 갈망을 들을 수 있었다.

"미안해, 유연아."
"널…… 조금만 더 안고 있게 해 줘."
<3> 이루어진 소원
그의 목소리에는 내가 모르는 감정들이 너무 많이 뒤섞여 있어 거센 바람처럼 강하게 내 주변을 잔뜩 감싸고 있었다.
이런 선배의 모습이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지난 수십 시간 동안 그가 직면했던 모든 고통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조여지는 기분이 들곤 했으니 그가 왜 이러는지 어렴풋이 짐작도 갔다. 흑색의 돌풍은 언제든지 모든 것을 산산조각 낼 것 같았지만 그 우뚝 서 있는 그림자는 꺼지지 않는 불꽃같았다.
점점 더 힘껏 끌어안는 선배의 품에 안겨 있으니 내 마음의 상처도 천천히 아물었고 나도 그의 넓은 등을 가볍게 토닥거렸다.
"선배, 괜찮아요? 그 문을 연모시에 남게 하려고 샤오위에가 또 선배를 곤란하게 한 거죠?"
"피곤하죠……우리 어디 가서 좀 편히 쉴까요? 응?"
귀에 잔뜩 울렸던 바람 소리는 그의 침묵이 되어 돌아왔고 선배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더욱 힘껏 끌어안았다.
"선배가 대답을 하지 않으면 저는 선배가 걱정될 거예요."
선배의 몸이 순간 흔들렸고, 그는 마침내 자제하듯이 고개를 들어 또박또박 말을 내뱉었다.
"나는 괜찮아. 그 일은 별거 아니었어."
"피곤한 게 아니야. 나는……"
그는 또다시 멈추었다. 복잡하고 강렬한 감정들이 후회가 되어 두려운 감정과 함께 호박색 눈동자에 새겨져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그를 다시 침묵 속으로 몰아넣은 듯 서투르게 말을 했다.
그는 예쁜 눈매를 잔뜩 찌푸리고 입을 열었다 닫았지만 한참 동안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연아……"
"내가 백기야."
한참이 흐른 뒤 그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의 알 수 없는 자기소개를 듣고 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그의 얼굴을 살며시 만져 보았다.
"선배가 백기라는 건 당연히 저도 알죠."
내가 인정하며 웃는 얼굴을 보이자 그는 여전히 혼란스러워 보였다.
"내가……바람의 방향을 따라서 너를 찾아왔어."
"네?"
선배의 이 종잡을 수 없는 말에 나는 당황스러워하며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상하네요. 제가 왜 백 형사님의 바람 친구가 업그레이드되었다는 걸 알지 못했을까요."
"바람이 뭐라고 했길래 저를 찾아가라고 한 거예요?"
"내가 바로 이곳에서 너를 떠나보냈으니까."
조금은 두렵지만 단 한순간도 기다릴 수 없었던 그 말이 다음 순간 들려왔다.
얼떨떨했다.
바람이 쉴 새 없이 낙엽을 데리고 와 아우성 댔다. 마치 환상을 보는 듯했다.
터무니없을 정도로 찬란한 햇살 아래, 언제부터인가 눈이 내리기 시작해 작은 눈송이가 내려왔고 나는 숨을 전혀 내쉬지 못했다. 눈앞의 세상이 조금씩 흐릿해지자 나는 조심스럽게 그를 붙들었다.
"선배 방금……뭐라고 했어요?"
잔존하던 슬픔과 잃어버렸던 기쁨이 한데 어우러져 일말의 무거운 침묵이 되면서 선배의 눈빛이 차분해졌다.
그의 손바닥이 내게 대답하듯 아주 가볍게, 그리고 아주 천천히 내 볼을 어루만졌다.
"내 소원이……뭔지 기억해?"
그의 얼굴이 마치 햇빛 아래 눈송이가 녹아드는 것처럼 흐릿하게 실루엣만 보였다.
나는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거릴 뿐 고개만 계속 끄덕였다.
당연히 기억하지.
내가 그 만남에 관한 소원을 고집스럽게 가슴속에 끌어안는 동안 일출과 일몰이 수없이 지나갔다.
길모퉁이에서 마주치는 모든 순간과 수없이 멀리서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놓쳐버린 아쉬움의 매 순간들이 내 목덜미를 조일 때마다——
나는 이 소원을 끌어안는 수밖에 없었다.


"저랑……만나자고……했잖아요."
"그래, 내 소원은 너와 만나는 거야."
그의 목소리는 거의 바람에 녹아들 것처럼 작았지만 내 귀에는 무엇보다 뚜렷하게 들려왔다.
"모든 바람이 네가 있는 곳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
"모두들 내 소원을 듣고 너에게로 향한 거야."
나를 빙빙 둘러싸고 있는 모든 바람처럼 선배는 살며시 나를 안았고 목소리 깊이 미세한 떨림이 깔려 있었다.
"네가 돌아왔을 때 혼자 있게 하긴 싫었는데."
"내가 너무……늦게 온 것 같아."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성대하고 아름다운 꿈속 세계에 들어간 기분이 들었다.
달콤한 꿈의 단 맛과 두려움을 맛본 나는 바로 꿈에서 깨어날까 봐 불안해하며 선배의 팔을 붙들 수밖에 없었다.
"좀……늦게 와도 괜찮아요."
"그런데 정말……돌아온 거 맞아요?"
그의 마음 한구석에도 내가 끌어안고 있는 불안과 동일한 불안이 있다는 것처럼 그는 나를 안심시키는 미소를 지었다.
*
그는 아래를 쳐다보며 다시 한번 나를 깊숙이 바라보았다. 바람이 불기 시작해 가볍고 부드러운 바람이 우리를 받쳐주면서 천천히 내려갔다.
아침 햇살이 평온하고 소리 없이 우리의 몸에 온화한 빛으로 따뜻한 금색 칠을 했고, 선배와 나는 운동장에 함께 떨어졌다.
미세한 플라스틱 냄새가 선명하게 났고 산들바람과 함께 불어오는 나뭇잎이 세상을 바스락거리는 소리로 장식했다.
선배는 살며시 내 손을 잡고, 있는 힘껏 그의 손가락을 쥐고 있는 내 손을 천천히 풀어주었다.
눈물 젖은 내 시야에서 그는 천천히 십여 미터 뒤로 물러났다.
하늘 가득히 흩날리는 은행잎이 작은 눈송이를 가지고 그의 등 뒤를 장식하자 황금빛의 광점들이 쉴 새 없이 반짝였다.
"연아."
빛으로 가득한 이곳에서 선배는 나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
"이제 내가 너의 방향을 바로 잡을게."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본능적으로 발을 들어올렸다.
나의 발걸음은 점점 빨라지면서 곧장 뛰기 시작했다. 나는 마치 빛의 향연이 펼쳐지는 시간의 회랑(*중국 내에 있는 명소 같음)을 달리는 것처럼 양쪽의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면서 끊임없이 기묘한 경치를 변화시켰다.
혜성의 눈부시게 뜨거운 빛을 뚫고, 금빛의 하루살이가 날아다니는 오후를 지나,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강의동을 지나갔다.
몹시 오래도록 기도했던 미래를 향해서 달려갔다.
내가 16살이던 그 순간을 향해서 달려갔다.

나는 팔을 벌려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렸던 그 팔에 뛰어들어 그의 품에 꽉 안겼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이 포옹에서 진심을 느꼈다.
나는 마침내 아주 오래전에 내가 잃어버렸던 소년을 껴안았다.
정각을 울리는 종소리가 교정에 다시 울려퍼졌다.


<4> 가장 아름다운 풍경
햇빛이 그립던 겨울밤에는 가끔씩 조용히 훌쩍이던 내 울음소리만 들렸었다.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쌓인 피로와 마침내 속을 털어놓을 장소를 찾았다는 기대감에 둑이 터진 듯 눈물이 쏟아졌다.
나는 이런 날을 너무나 오래 기다려 왔다.
선배는 아무 말 없이 그저 나를 껴안고는 귀찮은 내색 없이 한 번씩 눈물을 닦아주면서 지난날의 설움과 노력들을 모두 들어주었다.
우리는 운동장에 앉아 있었다. 마치 이곳에서의 일상에서 매일 볼 수 있는 풍경처럼.
"그러면 내가 오해한 게 아니었네. 정말로 나를 보고 있었구나. 네가 학창 시절 때."
"당연하죠! 그러면 선배는 뭐라고 생각한 거예요?"
"학교 불량배에 대한 경계심?"
"결단코 아니에요!"
그가 놀림조로 가득한 말투로 말했을지라도 나는 그가 한 치의 오해도 하지 않길 바랬다.
"경고는 받았지만……실은 참을 수가 없었어요……"
조그마한 목소리로 변명했지만 갑자기 무언가를 깨닫고 화끈 달아오른 얼굴을 하며 그의 품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잠깐만요. 제가 그렇게 빤히 쳐다봤나요……?"
"엄청 빤히."
"……"
"나는 항상 널 보고 있었으니까."
선배는 자신의 이마를 내 이마에 대고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래서 너의 모든 행동들이 내 눈에 빤히 들여다 보였어."
"내가 여럿이서 싸우다가 고학년 층 복도에 불쑥 나타날 때마다 늘 시선이 느껴지는 방향이 있었는데……"
"나를 몇 초만 더 봤어도 내가 눈치챘을 거야."
"그럼……시선이 느껴질 때마다 무슨 생각 했어요?"
"내 착각이라고."
그는 멀리서 바라보던 모든 시선과 염원들이 세월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되었다는 듯이 살며시 웃었다.


"우연이라고."
"세상이 내게 준 무수한 아름다운 순간들이라고."
*2부 19장에서 골든 애플 기계로 기억 속의 아름다운 장면을 유연이와 같이 볼 때와 오버랩됨 ㅠㅠ
*추가적으로 한판 장면 캡쳐해옴.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에 가슴이 살짝 떨려와 나도 모르게 두 손으로 그의 볼을 어루만졌다.
"착각이 아니에요. 우연도 아니었어요."
"저는 늘 선배를 보고 있었어요. 쭉 선배만 보고 있었어요."
"이제는 알겠어."
그는 길게 숨을 내쉬었지만 어떠한 아쉬움도 느껴지지 않고 그저 기쁘기 그지없어 보였다.
"집에 가기 전에 나랑 어디 좀 갈래?"
"그래요. 어디 가려고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의 작은 외침에도 나를 안고 바로 몸을 일으켰다.
"……선배? 내려줘요. 저도 같이 움직일 수 있어요."
"싫어."
"내가 널 안고 싶어."
그는 나의 이의제기를 단칼에 거절하고 마음껏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 순간마다 내 청춘의 시간들이 멈춰 선 느낌이었다. 반항아였던 그 소년의 얼굴은 세상의 그 어느 것보다 더 감동적이었다.
*


그는 나를 안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학교 후문 옆의 낯익은 담장 앞으로 갔다.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다시 들었다. 지난번 작별 인사를 하기 전, 우리는 바로 이 담을 넘어 들어왔었지.
*
선배가 가볍게 담장 위로 뛰어오르자 나는 무의식 중에 언뜻 고개를 돌려 뒤쪽의 조용한 교정을 바라보았다.
이별과 재회는 원을 그리며 모든 작별 인사에 완벽하게 성공적인 마침표를 찍었다.


"너와 헤어지고 나서 그때 이곳을 넘어갔었는데. '이번엔 제대로 작별인사를 한 거겠지?' 라며 나에게 물었던 기억이 나."
그는 아련한 목소리로 주위를 부드럽게 바라보았다. 과거의 그날과 겹쳐보고 있는 것처럼.
"무슨 생각으로요?"
"나도 잘 모르겠어서."
"계속 답을 찾지 못해서 좀 더 생각해보려고 했어."
"그러고 나서 학교를 한 바퀴 돌기 시작했어."
*

선배는 낙엽과 작은 눈송이를 빠스락 빠스락 밟는 소리를 내며 오솔길을 향해 걸어갔다.
"얼마나 걸었어요?"
"날이 너무 어두워서 시간 개념이 없어졌었어. 그래도 괜찮아. 오래 걸어가지도 못했어."
"그러다 나중에 결국 답을 찾아냈어. 내가 너에게 제대로 작별 인사하지 못했던 이유를."
관련 내용 타임라인; 유연이에게 작별 인사하지 못하는 이유를 찾은 때.
2부 29장 가시지 않은 봄바람
일부만 가져옴
29-10 풍경의 속삭임
그는 무언가를 깨닫고 외투를 걸치고 종이와 펜을 들고 창가에 앉았다.
그는 여전히 그녀가 작별 인사 없이 떠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다.
어쩐지 그는 그녀에게 무언가 말을 해야 할 것 같았다.
백기는 고개를 살짝 들어 멀리 있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시간은 마치 멈춘 것처럼 아스라이 7년 전의 자신과 겹쳐 보였다.
이 복잡하고도 단순한 감정을 어떻게 펜 끝에 담아 너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만약 내가 다신 너의 곁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백기가 멍하니 생각하는 동안 바깥의 하늘에 모여있던 구름들이 흩어졌다.
긴 시간이 흐른 뒤, 그는 마침내 고개를 숙이고 펜을 들었다.
**
29-12 때늦은 편지
달빛이 조용히 그의 몸에 내려앉으면서 그가 한결 부드러워 보였다.
그는 눈을 살짝 내려뜨리고는 손을 들어 외투 주머니에서 밀봉한 편지 봉투를 꺼냈다.
"전에는 기회를 놓쳤으니까, 이번에는 내가 직접 너에게 건넬게."
나는 멍하니 편지 봉투를 바라보았다. 세상이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한없이 고요했다.
나는 우물쭈물 대며 손을 뻗었다.
이미 수없이 이것의 무게에 대해 상상은 했었지만 정말로 받아보게 될 줄은 몰랐었다.
원랜 이렇게 가벼웠구나.
내가 물끄러미 고개를 들자 선배는 미소로 가득한 얼굴을 하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건 왜……"
"내일 다시 열어봐, 그럼 이유를 알려줄게."
나는 조심스럽게 편지를 가슴 위로 받쳐 들고는 마음이 찡해져서 선배에게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왜인지 모르게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
29-14 소리 없는 작별인사
붉은빛은 눈부시게 그의 눈을 비췄지만 빛의 번짐은 점점 작아졌다.
세상은 어두움으로 둘러싸였고 그 경계 너머로부터 검은 물결이 천천히 밀려들어왔다.
그렇게 몇 번을 거듭하면서 그의 눈으로 스며들었다.
끝없이 펼쳐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뛰고 있는 심장처럼 고동치는 작은 빛이 있었다.
그는 여자 아이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그녀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 선배, 저는 선배가 걱정돼요.
그는 그 스스로 그녀가 싫어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
그녀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안녕(*다음을 기약하는 뜻도 내포)
이라고 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는 그녀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 앞에서 그가 준비했던 모든 마음가짐은 모두 쉽게 무너졌다.
내가 너에게 그 편지를 쓰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네가 그것을 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그 편지 내용은 바로






*
그리고 이 편지 받고 유연이가 백기 만나러 감.
유연이는 1부나 2부 때나 백기가 고등학교 때 전하려고 했던 편지 내용을 모름.
그래도 오겠지. 오겠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대하며 아침 9시부터 해가 넘어지는 걸 창문으로 바라보며 날이 어두컴컴해질 때까지 기다림. 당시 백기는 몸이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NW에 실험을 받으러 가고 백기의 바람만 유연이에게로 날아간 상태였음.
한판엔 언제 실장 될지 모르겠지만 당시에 저 내용을 본 제 가슴은 사지가 찢기는 것처럼 729갈래로 찢겼습니다.
저 때 파페가 작정하고 스토리 내서 보는 저도 얼떨떨했지만 그간 스토리 빌드업 생각해보면 더 가슴 아파요.
그러니 한판에 저 내용 들어오면 꼭 봐주시길 바랍니다. 체감 상 1부 37챕만큼이나 매웠습니다.
"너는 좋아하지 않겠지만 내가 18세일 때나, 내가 24살이 되어서도 그 모든 특별한 순간들에……"
"너에게 작별 인사를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었잖아."
살며시 미소 짓는 그는 훌훌 털어버린 듯 보였다.

"그건 내가 너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어."
세상이 바스락거리던 소리는 내 심장박동 소리로 변했다.
나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 그의 목덜미를 꽉 끌어안았다.
백기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측면 얼굴을 내 목덜미에 살포시 묻었다. 한참 후에 조금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이어져서 울려 퍼졌다.
"그 당시에는 나도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고, 어디에도 가고 싶지 않았어."
"나는 여전히 잠시라도 더 너만의 백기가 되고 싶어."
나는 애틋하게 그의 미간을 쓰다듬으며 그의 옆얼굴 옆에 머리를 기댔다.
나는 이런 그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이 무거운 고백은 너무나 오랫동안 쌓여있던 말이었다. 마지막에 침묵으로 숨겨버렸던 그 말들도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던 말일지도 모른다.
선배는 나를 안고 오솔길을 따라 숲 속 깊은 곳으로 걸어갔다.
머리 위로 햇살이 마치 영원하던 밤을 모조리 보상하는 것처럼 서쪽으로 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 후에는요?"
"그 후에는……이 숲을 발견했어."
"이 오솔길을 따라서 쭉 아래로 내려가니 저수지가 가까이에 보였어."
그의 말과 함께 나무줄기의 틈새로 멀리서 곱게 반짝이는 빛의 파편들이 보이는 것 같았다.
"영원하던 밤에는 햇빛도 없어서 그 호수도 특별할 게 없었어."
"나는 내내 해가 뜰 때 호수의 수면이 햇빛에 반짝이며 바람에 물결치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어."
"아마 연모시에 있는 다른 호수들처럼 특별한 건 없었을 거야."
"모든 일이 끝나면 꼭 너를 데리고 와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는 조심스럽게 허리를 굽혀 무성하게 자란 관목 나무의 마른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 볕뉘가 점점 더 밝아지는 곳으로 다가갔다.
"평범하지만 분명 아름다울 테니까."
"그런데 길을 잃어버린 사람이 이번엔 내가 될 줄은 몰랐어."
그렇게 표현이 서투르던 사람이 마음속의 생각을 내게 아낌없이 툭 털어놓았다.
나는 아득하게 들려오는 저 바람소리에 녹아든 것처럼 눈을 감았다.
"언제나 제 곁에 있어주세요."
"우리 사이에 많은 이야기들이 다시 시작된다 하더라도 선배는 예전처럼 제 방향의 길잡이가 되어주세요."
"늘 그랬듯 저에게 수없이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주세요."
*

선배는 순간순간 걸음을 멈추다가도 꾸준히 발걸음을 옮겼고 우리가 마지막 나뭇잎을 헤치자 줄곧 어두컴컴하고 흐릿했던 시야가 확 트였다. 가까이에 보이는 강물이 바람에 가볍게 출렁이며 햇빛에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그 모습이 꼭 눈부시게 빛나는 황금빛의 다이아몬드로 덮여 있는 것 같았다.
진눈깨비가 내리면서 강가의 풀밭이 하얀색의 캐시미어로 덮이고, 멀리서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오후의 일상에서 매번 본 장면들처럼.
바람이 한 차례 불더니 풀밭에 떨어져 있던 눈들이 흩어졌다. 선배는 나를 이 깨끗한 풀밭 위에 나를 내려놓고 나와 함께 강가 옆에 기대었다. 멀뚱멀뚱 앞에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오랜 시간 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선배가 말한 대로 분명 평범하기 그지없는 풍경이었는데도——
그렇지만 한편으론 무척이나 아름다워서 울고 싶을 지경이었다.
멀리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눈을 감고 계속해서 궤적에서 이탈하던 내가 비로소 다시 원래의 길로 되돌아왔음을 느꼈다. 싸움도 없고, 혜성도 없고, 종말도 없는……다시 평범하기 그지없던 오후로 돌아간 것처럼 가장 소중한 사람과 함께 가장 일상적인 풍경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긴 시간 동안 열심히 걸어온 고된 길들은 아마……이 순간만을 위해서였을 것이다.
이토록 일상적이고, 평범하고, 또 한없이 온화한 순간을 위해서.
시간은 느려진 것처럼 아무 말 없이 이 모든 순간에 무게와 온도를 더하면서 사람을 편안하고 솔직하게 만들었다.
"선배, 아직도 다 하지 못한 말들이 많아요. 그렇지만 그건 선배도 아시잖아요."
"나도 마찬가지야."
"선배는 왜 기억이 갑자기 다시 돌아왔다고 생각해요?"
그는 잠시 망설였다.
"어쩌면 세계가 중첩된다는 건 세상이 끝나는 것 외에도 다른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어."
"과거와 겹쳐진다는 건 결코 파멸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아름다운 것들도 많이 뜻할 거야." (의역 많음)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만 하면 그 아름다움도 함께 남을 거야."
"이 풍경처럼."
선배의 한층 더 솔직하고 굳건한 목소리에 힘입어 이 말들이 더욱더 간절하게 들렸다.
"이제야 유연이 너에게 이 풍경을 보여줬네."
그는 마침내 마음속에 있는 염원을 이룬 소년처럼 개운하고 행복에 겨운 미소를 짓었다.
햇빛으로 가득 찬 이 기묘한 밤에, 나는 예전에 그가 종말의 날에 남겼던 약속과 만났다.
내가 결국 그를 올려다보고 나서야 그의 얼굴 옆 한 구석에서 새로 긁힌 상처를 발견했다.
"방금 나뭇가지에 긁힌 거예요?"
그는 내가 내민 손을 살짝 잡고는 나를 껴안았다.
"아무렇지도 않아, 조금만 더 안고 있게 해 줘."
*

그는 손을 집요하게 붙들고 있었지만 나는 예전처럼 참을 수 없이 몸을 일으켜 손수건으로 그의 상처를 살포시 만졌다.
"아파요?"
"아니. 그냥……좀 실감이 안 나서."
그가 평소의 샤프함을 모두 없애버리고 부드럽게 속삭이니 바람이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평온하게 들렸다.
나는 마음이 약해져서 그의 얼굴 옆을 살며시 어루만졌다.
"선배, 지금 이 풍경이 선배가 상상하던 모습과 같나요?"
그는 천천히 눈을 깜박이며 나를 통해 아득히 먼 시간들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을 했다.
한참 후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아름다워."
"이 풍경 속에는 네가 있어서 그래."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심술궂게 그를 바라보았다.
"설마 선배가 상상하는 풍경 속에 제가 없었단 말이에요?"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상이었으니까."
"손에 쥘 수 있는 현실은 늘 상상했던 것보다 더 아름다워."

주책인지 모르겠지만
너무나 웨딩 이벤트 스토리였던 다정한 데이트가 생각나는 내용 ????????????


나는 살짝 고개를 숙여 그의 이마를 짓눌렀다.
따뜻한 숨결이 뒤엉킨 공간에서 나는 그가 눈앞의 아주 가까이에서 보았던 모든 아름다움에 대한 해석을 본 것 같았다.
"그리고 이 모든 건 다 너 덕분이야."
"너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혼자서도 모든 걸 짊어지고 줄곧 이를 악물고 걸어왔잖아."
"유연아, 넌 정말 대단해."
"선배가 항상 제 곁에 있어줘서 제가 방향을 잃지 않았어요."
이별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방향을 따라가며 후회되는 선택을 한 적이 없었다.
선배가 나를 깊이 바라보는데 빛의 물결이 그의 눈에서 넘실거렸다.
교차되는 숨결이 차츰 타오를 듯이 뜨거워지자 그는 두 눈을 경건하게 기도하는 것처럼 지그시 감았다.
그가 호흡하는 숨결과 함께 같이 입술 위로 올라온 다정하고 안심이 되는 온기가 전염되었다.
내가 숨 쉬는 모든 이유가 되면서.
"고마워, 유연아."
"나 돌아왔어."
(*숨결 더빙 미쳤다 ????????)
*
흐름 깨서 죄송한 내용이지만
아래로 이번 챕터 공통되는 마지막 내용...
이거 보고 피가 차게 식음 ????????????????
40-5 이어지는 미래

어둠 속에 정체되어 있던 톱니바퀴들이 어슴푸레 흔들리기 시작했다.
엇갈리게 위치한 균열은 운명의 발걸음이 거대한 톱니바퀴를 밟는 것처럼 아무도 모르게 차가운 소리를 냈다.
"붕괴된 규칙이 세계를 지속적으로 이끌겠지만."
"이어지는 미래에……정말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게 있을까?"
(+덧)
이번 피비 썸네일에
사랑하는 모든 이가 바라건대 끝까지 뜻이 꺾이지 않기를.
이라고 되어있고
이번 불멸 피비 젤 마지막에 자막 안 달려있는 부분이 있는데
세계의 문명은 영원히 당신들을 축복하리라. 우리들의 빛이 되어주길(자막)
미래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등대가 되어주면서(정확하진 않지만 대충 요럼)
근데 알빠임? ????????????
유연이가 백기랑 행복하다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