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이난을 배경으로 한 데이트입니다.
1장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습기를 머금은 바닷바람이 얼굴을 덮쳤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을 멈추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지금 뭐하고 있어?"
백기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그는 조금 의문스럽게 나를 쳐다보았다. 바닷바람이 이마를 스쳐지나가면서 그의 머리는 어수선한 모양이 되었다.
나는 까치발을 하고 부산스러운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웃으며 설명했다.
"이 섬의 기운을 느끼고 있었어요!"
"예전에 누군가에게 도시에 처음 들어가 마신 첫번째 공기가 바로 그 사람에게 주는 인상이라는 말을 들었었어요."
백기는 생각에 잠긴 듯 우리 앞에 펼쳐진 도시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려 나에게 물었다.
"그럼 이제 이 도시의 느낌이 느껴져? 어떤 모습이야?"
나는 백기를 끌고 야자수가 우거진 거리로 향했다.
"코코넛이랑 바닷바람 냄새요! 선배는요? 어떤 느낌을 받았어요?"
백기는 내 말을 듣고 눈을 감더니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리고는 다시 눈을 떠서 맑은 눈동자를 하고 말했다.
"편안한……느낌이 들어."
그는 생각을 해보더니 한마디 덧붙였다.
"너랑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햇빛에 누워있고 싶은 느낌이야."
나는 순간 두근거려서 저도 모르게 눈웃음을 지었다.
"마침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
거리를 지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나는 길모퉁이에 가지런하게 진열된 분홍색 스쿠터가 많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소형 스쿠터 옆에는 '셀프 렌터카 서비스' 라벨이 붙여있는 기계 한 대가 있었다.
"선배 저기 봐요!"
"소형 스쿠터까지고 셀프 렌트가 가능할 줄은 몰랐어요. 세상이 정말 스마트해졌네요!"
마침 한 커플이 셀프서비스 기기 앞에서 멈춰서서 궁리를 하더니 소형 스쿠터를 빌려갔다.
그 사람들은 웃고 떠들며 차를 몰고 우리 곁을 지나갔는데 그때 나누던 말이 우리 귀에도 들려왔다.
"섬에서 소형 전기 스쿠터를 드라이브하는 건 정말 즐겁다 하하하!"
"그보다 더 즐거운 일이 있을 거야. 자기야! 내가 자기를 데리고 해변으로 갈거야."
여자의 말에 나는 두근거렸다. 하지만 다시 한번 이번 여행은 단순히 여행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 먼저 해야할 일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그들이 스쿠터를 타고 멀어지는 것을 보면서 나는 잠시 망설이며 백기의 생각을 물어보고 싶어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돌아보니 백기가 재빠르게 스쿠터를 빌리고 있었다.
:"?"
분홍색 헬멧까지 쓴 그는 스쿠터를 타고 유유히 내 곁에 와서 멈춰서고는 의문스럽게 나를 쳐다보았다.
"왜 그렇게 멍하니 있어? 어서 타."
"참, 공 선생님의 현주소가 구체적으로 어디에 있는지 알아?"
나는 반짝이는 그의 눈동자와 분홍색 헬멧에 눌려진 머리카락이 햇빛을 받아 제각기 색채를 드러내는 것을 보고 나는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차에 올라타면서 그의 허리를 꽉 잡았다.
"당연하죠. 백sir께선 제 지령을 따라 가주세요."
2장
얼마 전에 공 선생님께선 이 섬에 와서 반년 동안 수업 교류를 했다고 들었다.
그가 올린 모멘트 사진의 제목을 보니 '가장 아름다운 석양'으로 해변가의 석양이었다.
마침 나와 선배는 단기 여행을 계획했는데 선배에게 공 선생님의 모멘트를 보여주었더니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결정을 내렸다.
*
"우리 여행지는 여기로 하는 게 어때?"
"너도 이 사진의 풍경을 아주 맘에 들어하는 것 같은데 우리 함께 가보는 김에 오랜만에 공 선생님 찾아뵙자."
"좋아요!"
분홍색 스쿠터에서 내려온 후 나는 공선생님이 알려주신 주소에 따라 곧 연녹색의 작은 건물을 찾았다.
섬에 오기로 결정을 내린 후 공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 방문 시간을 정했었다.
나는 입구에 서서 초인종을 눌렀다.
문이 곧 열리면서 낯익은 공 선생님의 얼굴이 보였다. 선생님의 모습을 똑똑히 보고는 우리는 모두 멍해졌다.
공 선생님은 야자수 무늬의 셔츠에 핫팬츠, 거기다 옅은 색의 선글라스까지. 예전의 근엄한 이미지에 반해 지금은 스무 살은 젊어보였다.
"왔어? 어서어서 들어오렴."
공 선생님은 반갑게 우리를 안으로 들였고, 들어오면서 백기는 연모시 특산품들을 탁자 위에 놓았다.
주방에서 빙수를 내오시던 공 선생님께선 우리가 가져온 특산품을 보고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희들은 어떻게 관광을 오는 거면서 나한테 특산품을 가져오는 거니?"
"그럼 집주인은 직접 만든 빙수를 대접할 수밖에 없겠네."
"먹어보렴. 현지인인 이웃이 나에게 전수한 거야."
"여느 여행지와는 맛이 다를 거야."
나는 여전히 공 선생님의 스타일 변화에 놀라고 있는데 백기는 적응을 빨리 했는지 두 모금 맛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음, 맛이 정말 좋네요."
"하지만 선생님이 이곳에서 수업 교류를 하시면서 이렇게 변하실 줄은 몰랐어요."
공 선생님께선 껄껄 웃으시더니 백기의 어깨를 두드렸다.
"너와 유연이는 별로 변한 게 없구나. 둘다 연모시에서 일하느라 한창 바쁠테지."
내가 쑥스러워하며 머리를 긁적이자 백기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맞아요. 요즘은 일이 많아서 저희도 어렵게 휴가를 냈어요."
"그래도 긴장은 좀 풀어두렴. 나는 이번에 수업 교류를 하면서 매일 현지인들의 일과 휴식에 따라 생활하고 있어."
"출퇴근하면서 바닷바람도 쐴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구나."
"마음도 많이 젊어진 것 같아. 나중에 퇴직해도 이곳에 와서 정착하고 싶구나."
"그럼 아마 저희가 선생님을 보러 올 때는 또 더 젊어져 있으시겠네요."
나는 숟가락을 놓고 웃으면서 농담을 했다.
"너희들도 나중에 이곳에 와서 정착하면 돼. 이곳은 지루하지 않을 거야."
공 선생님은 감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시대에서 느긋하게 생활 하는 건 이미 사치스러운 쾌락이 되었어."
나는 그 말을 듣고 웃으면서 백기를 바라보다가 그의 팔꿈치를 부딪치면서 질문을 던졌다.
"저는 괜찮은데."
"그런데~~ 백 형사님은 저와 함께 섬에 정착하시기를 원하시나요?"
백기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너라면 어디라도 가도 좋아."
"아이고, 내가 아직 여기에 있는데 무슨 염장을 지르는거야."
나는 공 선생님의 놀림을 받고 부끄러워져 얼굴을 붉히며 화제를 돌렸다.
"흠흠, 참, 선생님께 여줘보고 싶은 것이 하나 더 있어서 여기에 왔어요."
"선생님이 모멘트에 올린 '가장 아름다운 석양'은 어디에서 찍은 거예요?"
"오기 전에 여행지 정보를 찾아봤지만 똑같은 각도를 찾지 못했어요."
"그건 녹회두의 한 식당에서 찍은 거야. 각도가 좋은 게 아니라 그냥 운이 좋았던 게지."
"때마침 아름다운 석양을 카메라에 담았으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비망록에 공 선생님이 말씀하신 주소를 적었다.
좀더 이야기를 나눈 뒤 공 선생님께선 이따가 학교에 가서 회의를 해야 한다고 하셔서 우리는 그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
작은 건물을 나왔을 때 백기는 하늘을 보고 고개를 돌려 나에게 물었다.
"주소를 여쭤봤으니까 지금 그 식당에 가 볼까?"
3장
올 때만 해도 조금 무더웠지만 오후 네 다섯 시에는 제법 많이 시원해졌다.
도로 양쪽에는 야자수 잎사귀가 바람에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고 안개빛 하늘이 사람들을 뒤덮고 있었다.
백기는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헬멧 끈을 매주면서 길쭉한 손가락으로 내 볼을 살짝 쓰다듬어 주었다.
나는 고개를 살짝 들어 그를 바라보면서 아까 공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을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선배, 50년 후에 우리가 모두 퇴직하게 되면 어떤 모습이 될 것 같아요?"
"어떻게 그렇게 먼 일까지 생각하게 된 거야?"
선배는 그렇게 질문을 하는 한 편으로는 나에게 시선을 돌리고 속눈썹을 가볍게 깜빡였다.
"공 선생님이 벌써 은퇴 생활을 계획하고 있는 것을 보니까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공 선생님처럼 우리도 다시 젊어지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요?"
"그럴 거야. 우리가 모두 퇴직하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다 하더라도 나는 블랙이를 타고 드라이브를 갈 거니까."
"지금처럼."
백기의 대답은 아주 시원스러웠다. 조금도 망설임도 없는 것처럼. 나 역시 찬성하며 고개를 끄덕이다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나서 우울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때 우리 몸 상태라면 찬바람을 맞아도 감기에 쉽게 걸릴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집에 가서는 괴롭게 약을 마시겠죠."
나는 백기의 군살 없는 마른 허리를 안고 작은 소리로 감탄했다.
백기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내 얼굴을 치켜들고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진지하게 대답했다.
"내가 매일 꾸준히 단련하고 있으니까 50년 후에도 체력이 그런대로 괜찮을 거야."
"감기에 걸릴까 봐 걱정된다면 바람을 조금 작게 해 줄게."
"걱정하지 마. 유연이의 백 형사로서 '마음껏 웃을' 권리는 제가 꼭 지켜줄게."
"언제까지나."
그의 대답이 웃겨서 나는 그만 참지 못하고 웃어버리면서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백 형사님의 말이 맞아요!"
백기는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갑자기 나를 안고서 차 뒷자석에 앉혔다.
"어?"
시선이 바뀌는 동안 나는 백기의 해맑은 눈망울과 승부욕이 담긴 얼굴을 보았다.
"그러니까 내가 있는 한 오늘도 신나게 놀아야 해."
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시원한 바람에 그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 언제나 눈앞의 이 사람은 나를 즐겁게 하려고 노력한다.
*
녹회두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곧 공 선생님께서 추천하신 식당을 찾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불고기 냄새가 후덥치근한 저녁 바람과 함께 나에게 달려들었다. 매혹적인 향기가 나를 배고프게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식당은 꽉 찬 것 같았다.
'꼬르륵-'
불고기가 어찌나 먹음직스러운지 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내가 난처해하던 차에 갑자기 옆에서 또 '꼬르륵'하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순간 멍하니 있다가 또 참지 못하고 픽 웃어버렸다. 고개를 돌려 백기를 바라보니 그는 태연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도착해서 지금까지 공 선생님 댁에서 빙수 한 그릇밖에 못먹었잖아."
"배고플 때가 됐지."
하지만 바로 앞에 있는 식당은 당분간 자리가 나지 않을 것 같았다.
내일 다시 와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 먼저 다른 곳을 찾아 밥을 먹으려던 순간 백기가 갑자기 내 손을 잡고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응? 어디 가세요?"
그는 말을 하지 않고 비밀스럽게 나를 데리고 앞으로 걸어가기만 했다.
우리가 커다란 코코넛 숲에 가까워질 수록 나는 먼 곳에서 사람들이 즐겁게 떠드는 소리를 어렴풋이 들을 수 있었다.
눈앞을 가로막고 있던 마지막 나뭇잎을 헤치자 넓은 모래사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
모닥불의 열기가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내 주위를 가득 메웠다.
백사장에는 물건을 파는 작은 노점상들이 여기저기 분포되어 있어서 물건 파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백기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니 뒤에서 불타는 듯한 구름이 연홍색 빛을 띠면서 그의 눈썹을 흩날리고 그의 눈동자를 맑게 했다.
"아까 산에 올라갔을 때 무심결에 이곳을 봤어."
"그때에는 녹회두에 가지 못하면 여기에 널 데려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공 선생님 사진보다 더 아름다운 석양을 볼지도 몰라."
"연아, 이게 바로 널 위해 준비한 Plan B야."
4장
우리는 모닥불 옆에 모여 앉아 섬의 특산물인 해산물 바비큐와 감주를 주문했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면서 육지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서늘한 기운을 품자 현지인들은 여족어로 경쾌한 옛 노래를 불렀다.
나도 분위기에 휩쓸려서 백기와 다정하게 손뼉을 치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춤추는 사람들은 모두 현지 특색의 옷을 입고 있었는데 색채가 선명한 줄무늬가 어두운 황혼 속에서 피어난 꽃처럼 보였다.
내가 주위를 둘러보니 역시나 옆에 누군가가 노점을 세우고 해변가에 맞는 옷과 액세서리를 팔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나는 설레서 백기를 끌고 노점을 향해 경쾌하게 걸어갔다.
"우리도 골라봐요!"
노점 앞에 서서 나는 옷깃이 넓고 단추가 없는 셔츠를 보고 머릿속에서 살짝 나쁜 생각이 든 나머지 웃음을 참으면서 옷을 골랐다.
"선배, 이 옷 입어볼래요?"
백기의 시선이 셔츠 옷깃에 닿자 백기는 얼굴을 찌푸리고 입을 막 열려는데 가게 주인이 먼저 말을 걸었다.
(입맛대로 의역했습니다)
"미인분께서 안목이 정말 좋으시네요!"
"오빠처럼 잘생긴 오빠는 잘생길 뿐만 아니라 몸매도 좋으셔서 이런 옷을 입어야 이렇게 완벽한 몸매를 드러낼 수 있으세요!"
"오빠가 갈아입으면 틀림없이 이 해변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남이 될 거예요!"
"맞아맞아요. 저도 동의해요!"
내가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이자 백기는 웃음으로 휘어진 내 눈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리고나서 그는 직접 깔끔하게 갈아입었다.
눈앞에 아름다운 복근 라인이 드러나는 해변가의 남자를 보고 나는 즉시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흥분해서 몸을 돌려 그에게 액세서리르 골라주었다. 내가 가지각색의 팔찌들을 흐뭇하게 훑어보고 있을 때 갑자기 목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응?"
네기 의심스럽게 목을 더듬어 보니 오색찬란하고 아주 과한 채석 목걸이였다.
잠시 살펴보던 백기는 분명히 심술궂게 웃고 있었지만 그는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너가 하니깐 예쁘네."
"잘생긴 오빤 안목도 좋네요. 언니도 예쁘세요! 이런 채석 목걸이를 하니깐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이렇게 잘생긴 오빠와 정말 천생연분이시네요. 정말 두분 잘 어울리세요!"
"……"
가게 주인의 열정적인 칭찬에 나는 할 수 없이 말을 삼키고 꾹 참았다.
돌아서니 백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돈을 지불한 뒤 백기와 모닥불 옆으로 돌아왔다. 앉자마자 손님들이 작은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나는 그들의 시선이 있는 쪽을 쳐다보다가 그만 작은 소리로 '와'하고 탄성을 질렀다.
주황색 하늘 아래 먼 곳에서 하늘색의 형광들이 바닷물의 움직임에 따라 물결을 치면서 해수면에서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있었다. 한 겹, 한 겹이 마치 신비한 바다의 손님 같았다.
"선배 빨리 와요. 정말 예뻐요!"
"이게 바로 전설의 '푸른 눈물'인 건가봐요!"
"'푸른 눈물'은 반딧불이가 파도에 부딪혀서 발산하는 빛이라고 하는데 보통은 드물게 나타나요."
"오늘 우리 운은 괜찮은 모양이에요! 비록 녹회두에서의 풍경은 놓쳤지만 '푸른 눈물'을 얻었으니까요."
백기는 모닥불 옆에 앉아 얼굴을 활짝 펴고 즐거워하는 나의 모습을 보더니 갑자기 손을 뻗어 나를 품에 앉았다.
"바람이 충분히 불면 이런 '푸른 눈물'이 공중에 떠오른다는 거 알아?"
나는 고개를 저으며 의기양양한 백기의 눈을 보았다.
"그럼 이제 볼 수 있을 거야."
그는 내 뒤로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주위 관광객들이 갑자기 비명을 질러서 뒤를 돌려보니 모두들 놀라서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해가 질 무렵 저녁노을이 온 하늘에 번지고 저녁 바람이 파도를 휩쓸고 푸른색 반딧불이가 공중에서 반짝반짝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건 내가 너에게 주는 우리의 석양이야."
"예뻤어?"
처음으로 한없이 넓은 바다를 펄쩍펄쩍 뛰는 바닷 물고기처럼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힘껏 끄덕이며 그의 품에 안겨 눈이 휘어지도록 웃으며 주위 사람들이 나를 위해 만들어준 석양의 아름다움을 바라보았다.
"물론 아름답죠. 이건 제게 있어서 유일무이한 거예요."
갑자기 바닷바람이 내 머리카락을 휘날리면서 내 시선을 가렸다.
내가 머리핀을 찾아 일어나려고 했는데 백기가 갑자기 내 옆 모래사장에 놓여 있던 플루메리아(*하와이 가면 꽂는 그 꽃) 부케를 집어들었다.
그는 내 귓가에 꽂아두놓고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잡아주었다.
이 모든 일이 끝난 후에도 그의 눈빛은 여전히 내 얼굴에 머물러 있었다. 나는 수줍은 듯 노려보며 가벼운 기침을 하며 물었다.
"선배, 지금 뭐하는 거예요?"
"플루메리아 꽃은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꽃인데 봄부터 겨울까지 필 수 있다고 해."
"사실 이곳에 왔을 때부터 이렇게 하고 싶었어."
그는 내가 아침에 가르쳐 준 것처럼 바닷가의 맑은 공기를 가볍게 들이마시고 떠나기 아쉬운 것 마냥 말했다.
"내 손으로 직접 플루메리아 꽃 한 송이를 만들어 주고 싶고, 너를 데리고 바닷가에 앉아서 저녁 바람을 쐬고 싶어."
"이 작은 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다 경험하고 나서야 모두 눈에 들어왔어."
나느 고개를 들어 주황색 노을이 비친 그의 눈동자를 보면서 낮에 공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즐겁다는 것을.
몇 십년이 지나도 그 달콤했던 마음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이 드니 나도 손을 뻗어 플루메리아로 화환을 엮었다.

백기가 내 움직임을 뚫어지게 쳐다보자 나는 잘 엮어진 플루메리아 화환을 그의 머리 위에 얹어 주었다.
달콤하게 핀 노란색의 꽃이 백기의 옅은 갈색 머리카락 색과 어우러지면서 그가 따뜻하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이래야죠~. 꽃을 어떻게 저 혼자 써요~"
"우리 둘다 플루메리아 꽃을 얹고 있다가 나중에 추억을 떠올리면서 깔깔대며 평가해요~"
나는 할머니 목소리를 흉내내려고 말투를 낮추었다.
"젊은 우리는 바보스럽지만 또 정말 사랑스럽지 않나요."
내 말을 듣고 백기는 살며시 내 손을 잡고 먼 바다의 해수면을 바라보았다.
파도는 끝도 없이 해안선을 치고 밤은 벌써 시작되어서 몽롱하고 몽환적으로 보였다.
"내 기억에는 역시 나를 위해 화환을 엮어준 그 여자 아이가 가장 귀여웠어."
"그리고 지금뿐만 아니라 50년이 지나도 너는 여전히 사랑스러워."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