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선배가 좀 이상했다.
나는 쇼파 너머로 보기에는 침착해 보이는 남자를 몰래 경계하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3주전, 선배는 임무를 받았고, 특정 기간동안 자리를 비운다고 이야기했고, 이번에 집에 돌아가면 평소처럼 즐거운 기분이었을텐데....
한 시간 전, 집에서 혼자서 할 일이 없었던 나는, 갑자기 현관 쪽에서 문 여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급하게 거실로 뛰어갔고, 그 곳에서 내가 늘 그리워 했던 사람을 발견해 놀람과 기쁨을 마주한다.
"유연아, 나 돌아왔어"
"선배!"
나는 신이나서 그의 품에 뛰어 들었다. 익숙한 숨결과 온도는 순식간에 나를 감쌌다.
"왜 갑자기 돌아왔어요, 왜 진작 말해주지 않은거예요..."
"임무가 끝나서, 바로 돌아왔어."
"너에게 먼저 전화를 하기보다는, 빨리 네 앞에 나타나고 싶었어."
선배는 내가 그의 귀에 대고 흥분하여 큰 소리를 내어도 화를 내지 않고, 참을성 있게 대답했다.
나의 마음속에 기쁜 감정이 가득참을 느꼈다. 나는 그의 품에서 머리를 살짝 내밀곤, 두손으로 그의 얼굴을 감싸안았다.
"저희 집 백형사님게서 혹시 살이 빠졌는지, 제가 빨리 검사하게 해주세요. "
"급하지 않아도 돼, 천천히 검사해봐..."
갑자기 선배가 굳었지만, 그의 눈동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고요했다.
나는 미심쩍은 듯 눈을 깜박이다가, 선배를 가볍게 두드렸다.
"왜..."
말이 채 끝나기도 전, 그의 두 손은 순식간에 내 어깨를 부여잡았고, 나와 거리를 벌렸다.
"...?"
"..."
알 수 없는 붉은 기운이 슬그머니 *열을 더해 선배의 얼굴과 귀 끝까지 붉어졌다. 그는 완전히 어쩔줄을 몰라했다. 내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미묘한 상황을 둘러 싸고 있는 듯 했다.
(의역 : 원문에서는 열을 더하다가 아닌 기어 오르다임)
"유연아, 그, 날씨가 너무 더워서, 내 몸이 땀 투성이야..."
"나 먼저 목욕하고 올게."
선배가 급히 욕실로 들어간 후, 한 시간 동안 그는 나와 접촉하지 않았다.
이번 임무에서 무슨일이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선배가 처음 집에 돌아오셨을 땐 분명 정상이었지않았나?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 상황을 이해 할 수 없어서, 거리를 벌린채 앉아 있는 백기를 바라보았다.
"선배, 이번 임무는 순조로우셨어요?"
"순조로웠어."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는 않았구요?"
"없었어"
"그럼, 부상을 당하시거나... 아니면 어디가 불편하신거예요?"
"아니야, 유연이 너는 안심해도 돼"
선배는 나의 질문에 단도 진입적으로 대답했지만 신경이 곤두 서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선배가 정말로 다치지 않았다면-. 선배가 마치 적과 직면한 것처럼, 경계하는 상태는.... 뭔가 이상했다.
나는 한차례 그를 떠보기로 했다.
내가 물을 따르려고 일어나는 척을 하자, 곁눈질로 그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는 것을 보았을 때, 순식간에 몸을 돌려 그의 위로 올라탔다.
"기습!"
그는 눈을 휘둥그렇게 떴고, 눈 깜짝하는 사이에 튀어올라, 벽 쪽으로 붙었다.
알수 없는 붉은 기운이 그의 얼굴에 거리낌 없이 흐드려져 있었고, 숨쉬는 것 조차 거칠고 가쁘게 느껴졌다.
"샤워하고올게"
"선배, 막 돌아오셨을 때에도 씻지 않으셨어요?"
"날씨가 너무 더워서, 또 땀이 나서."
기세가 꺾인 그의 뒷 모습을 보며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선배는 절대로 문제가 있다.
2장
나는 살금 살금 욕실의 문 쪽으로 다가갔다, 백기의 목소리가 문 뒤에서 희미하게 들려 오는 듯 했다.
"차이 교수님.... Z6X의 시약에 대해서... 길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네, 사람을 만났었습니다..."
"특파서엔 방문하지 않아도 됩니까?...."
샤워하는 듯한 물 소리가 찬찬히 울리며, 그의 목소리를 점점 가려갔다.Z6X 시약...? 반응?
선배는 임무를 줄곧 비밀로 했다. 그래서 그가 언급한 것들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 수 없었다.
잠시 생각을 한 후,나는 고진에게 전화를 한 통 걸었다.
"유연씨? 왜요, 백팀장 집에 갔어요?"
"집에 왔어요. 그런데 선배가 좀 이상해요. 그래서 고진씨에게 물어보고 싶었는데, 혹시 이번 임무에서 무슨일이 생기셨던거 아니예요?"
나는 선배가 집에 돌아온 후, 애써 나를 피하고 있다는 것 까지 전부 묘사했다.
고진이 다 듣고 난후에 웃음을 터뜨릴거라곤, 생각치도 못했는데, 그는 이내 마구 웃음을 터뜨렸다.
"걔한테도 그런 날이 있었구나 ! 감히 남을 비웃더니!"
"...무슨말을 하시는거예요?"
"아니, 아닙니다. 무슨 일인지 말해드릴게요."
그는 한참을 계속 쪼개듯 웃음을 터뜨렸다. 무슨 음모가 있는 것만 같았다.
"유연씨, 안심해요. 백팀장은 다치지 않았으니까."
"백팀장의 이번 "특수임무" 훈련이 과도해서 그럴겁니다. 꾀 크게 캥기긴하는데, 하지만 말해주긴 미안하네요."
"남자라면 체면을 차려야죠! 백팀장은 유연씨가 한심하게 생각하는게 두렵나!"
"...이렇게요?"
"백팀장이 이렇게 하면 할수록, 유연씨는 기회를 잃지말고, 백팀장을 "힘껏" 마사지해주세요. 긴장 좀 풀게"
나는 눈을 감고 침대에 누웠다. 마치 내가 정말로 잠든 것을 확신하는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침대의 가장자리가 서서히 내려 앉자, 나는 슬그머니 눈을 감았다. 선배가 등을 돌린 채 나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누워있는 것을 보았다.
그의 등선은 말하지 않아도 빳빳했고, 어깨는 힘이 들어간채 우둑했다. 그는 조금도 홀가분해 보이지 않았다.
고진의 말이 맞았다, 선배의 훈련은 정말 빠듯해보였다.
"선배... 정말 괜찮아요?"
"....! 너... 왜... 안잤어?"
어둠 속에서 그가 깜짝 놀란 듯 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선배의 행동을 예측했고, 그가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 순간에 그를 눕히고, 반쯤 그의 등에 기대어 앉았다.
"..."
"유연아, 일어나."
그의 목소리는 무언가를 억누르는 것 마냥, 유난히 가라앉아 있었다.
어둠속에서 어렴 풋이 보이는 그의 손끝은 배게의 한 구석을 꽉 하니 쥐어 잡고 있었다. 선배의 얼굴이 반쯤 배게에 가려져 있어 선배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다.
"선배에 대한 이야기는, 전부 들었어요."
백기의 표정이 굳어졌다.
"나........"
"훈련이 과도하면, 좀 더 편하게 쉬셔야죠. 왜 선배는 걱정을 하고 계시는거예요?"
나는 말을 하면서, 몰래 숨겨둔 마사지 오일을 손에 떨어뜨리고, 골고루 펴발랐다.
어두운 탓에, 모든 감각이 유난히 예민해지고 향긋한 기운에 흐트러지는 것만 같았다. 백기가 입을 열기전에 나는 몸을 굽힌다. 손바닥이 그의 빳빳하게 굳은 어깨에 닿았다.
"....나 정말 아무일도 없어. 어서 그만두고 자러가."
"선배! 제 기술을 믿어보세요 ! 선배를 편안하게 해줄수 있을걸요!"
나는 그의 저항에도 아랑곳하지 않았고, 손끝을 그의 목덜미를 따라, 어깨까지 내려가도록 하는데 전념했다. 빳빳한 그의 어깨를 지그시 문질렀다.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근육의 긴장감은 해소되지 않은채로 점점 뜨거워지는 것이 손바닥의 아래에서 느껴졌다.
다시 손가락을 천천히 쓸어내리면서, 곧게 뻗은 그의 척추선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땀이 흥건하게 밴 그의 등줄기에 나의 가슴을 붙였다.
"선배 긴장 풀어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래에 있던 그가 몸을 돌렸다. 두 손을 나의 허리 춤에 꼭 붙인채,나를 끌어 내렸다.위 아래가 뒤바뀌자, 나는 이미 백기에게 눌려 있었다.
그의 거친 호흡이 내 얼굴에 맞닿았다. 마주한 호박색 눈동자는 선명할정도로 밝았고, 마치 한줌의 뜨거운 잿더미가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그는 말을 하지 않은채로, 다만 거칠게 숨만 내뱉을 뿐이었다. 마치 사냥감을 잡은 사냥꾼 처럼, 나를 죽을힘을 다하여 응시한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네가 잠을 잘 수 있어?"
"저는 지금 선배를 걱정하는게 아니라, 긴장을 해소시켜주고 싶은거예요.""선배 정말 이상해요, 집에 돌아 오셨을때 키스도 해주지 않았고, 저랑 멀리 떨어져있고"
"선배, 솔직히 말해줘요. 선배 설마... 제가 질렸어요?"
그가 분명히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여전히 웃음을 지어보이며 막장 드라마를 연기하고 있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해."
평소 같았으면, 그는 내가 그와 장난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때로는 나처럼 연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의 선배는, 억누르는듯한 가쁜 숨만 내쉴 뿐이었다. 그의 목젖이 한차례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그럼, 지금 너에게 바로 키스할게. 아직 늦지 않았을까?"
"부족한건 빨리 채우는게 좋아요. 그렇지 않으면...."
아직 끝맞추지 못한 말이 그의 건조한 입술에 사로잡히자, 그는 고개를 숙여 나에게 키스를 퍼붓는다. 그의 입맞춤은 신중하면서도 아슬아슬했다.
그의 호흡은 마치, 어딘가 꽉 막힌 듯한 느낌이 든다.
"용서할게요, 선배 일어나요.. 저 아직 마사지가 끝나지 않았어요."
웃으며 두 손을 그의 가슴에 가져다 재자, 유난히 몸이 뜨거운 느낌이 들었다. 내가 의심을 한 순간, 그의 키스가 다시금 퍼부어진다. 다만, 이번에는 더욱 대담하고 방탕했다.
나의 모든 호흡이 그가 깊이 내뱉는 숨결 사이로 삼켜져 버렸다. 어둠 속에서 미세한 감촉이 한도 끝도없이 점점 크기를 키워나간다. 온몸이 너덜너덜할 정도로 짜릿한 느낌이 발끝부터 심장으로까지 밀려 들어온다.
백기의 손이 나의 뒷 머리에 닿았고, 그는 내가 조금도 뒤로 물러서는걸 허락하지 않았다. 마치 안절부절 못한채 먹이를 탐내는 사람 같았다. 한차례 한차례, 나의 입술과 혀에 엉켜왔다.
손 끝이 자꾸만 올라가며 나를 잡아 끌었고, 희끄므레한 빛 속으로 떨어지는 듯 했다.
"유연아..."
"....선배... 숨 좀 ... 쉴...게요..."
나는 참지 못하고, 그에게 용서를 빌었고, 그는 한차례 물러났다.
그는 쉴새 없이 숨을 몰아 쉬었고, 주먹을 힘껏 움켜 쥐었다.
"미안해. 유연아."
옅은 달빛이 그의 몸을 비추었고, 욕망을 숨기고 있는 눈동자가 빛났다. 그러나 한 순간에 백기는 이내 고개를 돌려 침대에서 내려왔다.
"먼저 자, 갑자기 처리하지 못한 서류가 있다는게 생각났어."
"날 기다리지 않아도 돼."
그는 나의 반응을 기다리지 않고, 침실을 나갔다. 그야말로 경황없이 도망치는 것만 같았다.
3장나는 생각 해본적이 없었지만, 백기는 훈련이 지나치게 많았다는 것에 대해 인정하며, 이렇게나 미안해 했다. 이번에는 내가 그의 체면을 지켜줘야 할 것 같았다.
선배가 마사지 치료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이상, 조금 더 부드러운 방법을 선택해야 할 것 같았다.
샤워타올을 두른채, 나는 뜨거운 온천수에 몸을 담구었다.
이 곳은 내가 찾은 프라이빗한 온천 펜션이었는데, 연인에게는 프라이빗 탕을 제공해주는 곳이었다.
온천은 근육 이완, 혈액의 순환에 모두 도움이 될거고 그렇다면 선배는 자연스럽게 쉬게 될 것이다.
나는 마음속으로 내 자신의 선택을 칭찬하면서, 맞은 편 탕에 기대어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백기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입을 꾹 닫은채 고개를 돌렸다.
"이 온천 산장은 정말 편안해요! 오늘은 푹 쉬셔도 돼요 ~"
"....응, 고마워. 유연아."
열기가 모락모락 공중으로 피어오르는 중, 그는 다소 쭈뼛쭈볏 하게 자신의 한 손을 입술위로 얹었다.
"선배, 제 생각에는 선배가 이번 귀환 후 저를 다르게 대하는 것 같아요"
내가 이렇게 묻자, 그는 천천히 눈만을 깜빡였고, 결국 부자연스럽게 나를 응시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거야?"
(의역 > 원문에서는 왜 그렇게 말해 )
"아침에 선배가 혼자 내려가서 아침을 살때, 방금 체크인을 하러 가실때, 선배는 자연스러웠어요."
"하지만 선배는, 저에게만 긴장하면서 말하고 계시잖아요."
나는 말하면서 그의 곁으로 다가갔고, 그의 단단한 팔뚝을 한차례 찔렀다.
"선배 눈치채지 못했어요? 미스터 아이언씨!"
아니나 다를까, 백기는 즉시 옆에서 얼굴이 초조해지며 참을 수 없는 듯했다.
이건, 훈련이 지나쳐서 오는 근육통과 같은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다른 일에 대해서는 그는 말하지 않았다.
"네 문제가 아니야."
그는 숨을 크게 내뱉었고, 탕에서 몸을 일으켰다.
"확실히 훈련은 힘들었어, 미안해 유연아. 나는 곧 *괜찮아질거야."
(의역 원문은 *조절 할 수 있다)
"너무 더워서, 일어날게. 너는 조금 더 담구고 있어."
곧 샤워기 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왔고, 나는 온천에서 일어나 샤워실 쪽을 응시했다.
선배의 도주는 이번이 벌써 세번째였다.
앞뒤를 따져보면, 내가 이렇게 선배를 오랫동안 알고지내면서 지금까지 선배의 이런 모습을 본적이 없었다.
오늘은 어쨌거나, 나는 선배의 이런 이상한 태도를 확실히 밝혀야한다.
이렇게 생각하며, 나는 천천히 샤워부스로 향했다.
생각치도 못하게 이곳의 샤워부스는 완전하게 '자연상태 그대로'로 뚫려있었고, 문이 없었다. 고개를 돌리자마자 백기가 보였다.
그는 유달리 초조해 보였고, 샤워기 아래에 꼿꼿하게 서있었다.
오후의 햇살이 나뭇잎 사이 사이로 새어들어오며 물안개 속을 떠돌고, 허리와 사타구니 인근이 축축하고 선명했다.
쏟아지는 물방울이 샤워기를 타고 쏟아지며, 그의 꼿꼿한 허리와 팔뚝을 스쳤다.
샤워기가 꺼지는 동시에, 물방울은 그의 유려한 근육 위에 부드럽게 달라붙었고, 바닥으로 천천히 굴러 떨어졌다.
물기가 순식간에 자욱해졌다. 그는 한손으로 얼굴의 물방을을 닦아내고 고개를 홱 하니 돌렸다.
눈을 마주친 순간 그의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가뜩이나 축축한 욕실 안에 갑자기 습기가 차자, 더워지는 듯 했다.
"너, 왜..."
물방울이 내 몸위로 살짝 튀었고, 유난히 차가운 감각에 나의 몸이 떨려왔다.
선배는 또 나를 피한체, 여기서 냉수마찰을 하고 있다.
알수 없는 느낌에 머리가 아파와 나도 초조함을 숨길 수 없었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그의 앞으로 다가가 찬물에 발을 밀어 넣었다. 두손을 뻗어 그의 팔 사이로 밀어넣자, 그의 뒤에 있는 나무 판자에 손이 닿았다.
그는 나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랐고, 몸을 한차례 떨었다.
"유연아, 너 이러면 감기걸려, 너 먼저 일어나...."
차가운 물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목소리에 까칠함이 섞인 듯 했다.
"선배 포기해요."
"저는 선배가 이상하다고 생각한지 오래됐어요. 선배가 지금 분명하게 말하지 않는다면, 저는 선배를 놓아줄 생각 없어요."
"Z6X 시약은 뭐예요? 반응은 또 뭐구요. 선배는 도대체 저 모르게 뭘하는거예요?"
나는 또 몇분간 그를 압박하듯 그의 뜨거운 가슴에 달라 붙었다.
찬물이 내 머리 위로 쏟아졌고, 내려오는 물방울이 우리의 몸 위로 쏟아져, 옅은 윤곽을 그려내고 있었다.
".... 이틀후에 너에게 설명 할게"
"그럼 지금해요."
나를 떼어낼려고 하는 그의 모습에 나느 그대로 선배를 바싹 붙들어맸다.
머리 위에서는 끙, 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귓가에서 심장 박동 소리가 쉴새 없이 들렸다.
"선배, 저한테 말해주세요. 선배 도대체 왜그래요?"
추위에 떨던 몸이 그의 체온으로 서서히 뜨거워져갔다. 나는 약간 구부정하게 얼굴을 그의 가슴에 가져다 댄다.
"하지마."
그가 고개를 젖힌체 크게 한숨을 내쉬자, 두사람의 긴장이 풀리는 듯 했다.
"충분해."
끝내 무장을 해제한 사람처럼, 시종일관 뒤에 숨겼던 두 팔이 기세를 몰아 나를 꽉 끌어안았다.
뜨거운 숨이 내 목덜미에 내려 앉았고, 치밀한 입맞춤이 내 어깨와 목덜미에 퍼부어지자 간지러운 감각이 전해진다.
잠깐만.... 선배가 무슨일이 있었는지, 나에게 알려주려하지않았나?
나는 망연히 고개를 들고 눈을 크게 뜨자, 쏟아지는 물방울이 시야를 가린다. 그의 품에서 먼저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백기의 손바닥은 나의 등 허리를 쓸어 내리며 조금의 거절조차 용납할 수 없는 듯 했다.
"서, 선배. 도대체 왜 이러는지 저에게 말해주려고 하지 않았어요?"
"응, 하지만 난 키스하고싶어."
입맞춤 하나 하나가, 불꽃 처럼 모든것을 불태우는듯 했다.
세상이 희끄무레한 필터를 뒤집어 쓴듯, 나는 물줄기 너머의 그를 어렴풋이 바라볼 수 밖에 없었고, 그의 거절하기 어려운 태도와 매서울리만큼 들이닥치는 것을 느꼈다.
쉴 새없이 떨어지는 물줄기는 내 눈앞과 귓가를 가득 메우고, 잠잠한 습기는 나의 온몸에 스며든다.
흘러가는 물방울이 엉킨 혀와 입술을 지나가자 입안이 차갑기도 하고, 뜨거워지기도 한다.
"왜냐하면.... 너뿐이니까."
들러붙는듯 한 그의 목소리와 숨결은 귀 보다 먼저 뇌에 전달 되는 것 같았다.
"너만이 나를..."
그의 말은 띄엄띄엄 끊어졌다가, 마지막에는 밀려드는 물결과 함께 잠겼다.
묵직한 소리가 세상에 울리는 듯 했고, 갑자기 벨소리에 곧 잊을 수 있는 상념 속에서 빠져나올려고 애썼다. 그리고 그것이 선배의 '특별한' 벨소리임을 눈치 챘다.
"선배... 선배, 전화왔어요...."
"상관하지마."
그의 목소리는 끈적끈적하게 울렸고, 입술 언저리에서 아래로 내려와 목까지 내려왔다. 그가 어루어만진 손끝을 따라 짜릿한 느낌이 몸안에 가득 찼다.
"응, 그 특별한 벨소리잖아요, 그, 임무......"
나는 두 손으로 그의 뺨을 감싸안았고, 그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이를 악문채 숨을 몰아쉬며 나를 끌어안는다.
"10초"
쉴 새 없이 거친 심호흡이 귓가를 파고든다. 그의 입술이 내 어깨 위에 닿았고, 그 순간 어깨 너머로 빡빡한 통증이 느껴진다.
"설마 10초 동안 저를 깨물진 않을거죠.....!"
내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나를 번쩍 안아올리고는 큰 샤워타월을 잡아당겨 나를 싼 후 계단 위에 내려놓는다.
그 후 그는 화가 치민 듯 전화기를 집어들었다.
" 백기다. 무슨일이야"
예정보다 앞당겨, 특파서의 연구팀에서 그에게 물건을 보낸듯 했다.
백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으나, 무슨 생각이 난듯, 나를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대답했다.
"네, 곧 돌아가겠습니다."
4장
특별한 물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잠시도 쉬지않고 급하게 물건을 정리하고 그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이때의 백기는 평온해진 듯, 쇼파에 앉아있었다. 특파대원이 보낸 상자안에서 그는 캡슐 크기의 시약 한통을 꺼낸다.
"그거 뭐예요?"
"이게 바로 네가 알고 싶었던 Z6X 시약이야."
그의 목젖이 한번 미끄러졌고, 그는 일어나 냉장고의 얼음을 꺼내 얼음 한개를 유리잔에 담았다.
그러면서 그는 스스로 따뜻한 물 한잔을 따랐고, 두개의 컵을 섞어 미지근한 물을 만들고 욕실의 문을 열었다.
"우리는 종종 좋지않은 사건에 가담하는걸, 너는 알고있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가 따뜻한 물을 들고 가볍게 흔드는 것을 응시한다.
"그동안 다양한 사건 경험, 그리고 여러가지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특별한 '훈련'을 자청했어."
"정기적으로 조금씩 시약을 섭취해 신체기능과 반응을 보고, 면역과 내성을 만들어."
"응급 상황 발생시, 약물에 의해 통제 되는 일은 없도록 하고 있고."나는 숨을 멎은 채 눈을 깜빡였고, 욕실의 빛은 희끗희끗 그의 몸을 비췄고, 눈가가 어지러웠다.
....훈련? 내성?
나의 생각은 나도 모르게 어딘가로 흘러갔고, 멍하니 그를 응시한다.
"이 시약은 선배의 몸에 해롭지 않아요?"
"아무래도 그럴거야. 그러나 연구부의 전문적인 연구를 통해서 배율은 갖추고 있어. 용량 조절은가능해"
"몸이 참을 수만 있으면 충분해."
그의 목소리는 그것이 당연한 일인 것 처럼 너무나도 담담한 목소리였다.
"이 일은 언제 부터 시작된 거예요?"
"몇년 됐어."
미안한듯 나를 응시하는 남자의 눈에는 미안함이 담겨있었지만, 눈 안에는 숨길 수 없는 단호함이 깃들어있었다.
바람 처럼 가벼운 표정 아래에 이런 일이 숨어있을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동안 어떤 사건과 특수한 사건들을 겪었길래 이런 방식을 선택한거예요.
그는 미래의 자신을 위해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그 어려운 길을 걸으면서도,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고집스럽고 용맹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나는 그를 말리는 어떤 말도 할수 없었다.
나는 그런 그가 사랑스러웠고 자랑스러웠고, 마음속의 시큰함이 눈가에 번지지 않도록 손바닥을 힘껏 움켜쥐었다.
"그래서 선배는 이번 3주간 특파서에 계셨던거예요?"
"응, 채교수는 말로는 이 약이 16일동안 지속되기 때문에, 관찰 기간인 4일을 더해 기간이 끝난 후에야 나는 그곳 에서 나올 수 있었어."
나는 그가 손에 쥐고있는 시약병을 바라보며 대꾸했다.
"그럼 선배가 들고있는 이 시약병은 어떻게 된거예요?"
"왜냐하면.... 이번엔 조금 이상해."그는 시약 뚜껑을 천천히 열곤, 따뜻한 물에 붓고 흔들었다.
미량의 하얀가루는 물에 들어가는 순간 녹아들어 변화가 없어 보였다.
"내가 3주전에 약을 먹고 나서, 몸에 아무런 반응도 없어서 전혀 소용이 없는 것 같아"
"나중에 특파서를 두바퀴 돌았는데, 별로 반응도 없었고, 그 다음엔 3주동안 특파서에 무료하게 갇혀있었어."
"우리가 마지막으로 내린 결론은 아마도, 신체 기능 때문에 약물의 효과가 좀 다른 것 같다는거야."
그는 말하는 도중 얼음 몇개를 쥐어 컵에 넣자 낭랑한 소리를 냈다.
"원래 계속 용량을 좀 더 추가해야하는데, 내가...."
"네가 좀 보고싶었어."그는 고개를 약간 든채로 나를 웃으며 바라보았다.
"일단 집에 돌아와서, 이틀 후에 다시 돌아가서 테스트 할 생각이었어."
"그런데 생각치도 못하게, 분명 집에 가는 길에도 문제가 없었는데, 너와 만나고 나서...."
"나는 좀 달라진 것 같아."
"절 보면 긴장돼요?"나의 말을 듣고, 그는 크게 웃었다. 그의 목소리엔 아직도 키스의 질감이 남은듯 너그럽고 뜨거웠다.
"연아, 너는 이 약의 약효가 뭔지 알아?"
나의 가슴은 참지 못한체 가볍게 떨려왔다. 손가락의 끝까지 무의식적으로 신경쓰였고, 머리 속에서 은은하게 답이 튀어나왔다.
백기는 나의 마음을 꿰뚫어 본듯, 약간의 의도를 품은체 확신이 입에 걸렸다.
"그건 '마음을 움직이는거'였어."
분명 그에게서 떨어져있는데도, 온몸이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진다."나는 너한테만 아무런 저항력이 없는 것 같아."
"그래서, 이 약효를 입증하기 위해, 연구부에 용량을 늘린 시제를 집으로 보내달라 했어."
그는 나에게 뜨거운 시선을 보내고, 유리잔 속의 따듯한 물도 한모금 가볍게 들이켰다.
"이건 내 몸안에만 있고, 너에게만 반응할거야."
"하지만 아직 너는 갈 수 있어."말을 마치자, 그는 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그 물을 다 마셨다.
그의 입안에서 이빨을 두드리며 얼음이 꺠지는 소리까지 선명히 들을 수 있었다.
나의 발길이 저절로 그에게로 향하고--
백기의 앞에 도착했다.
그의 표정은 그동안의 난처함보다, 이상하리만큼 차분했고 마치 그것은 폭풍이 오기전의 여명처럼 잔잔하게 느껴졌다.
마치 나는 내가 그 시약을 마신 것처럼, 내 손이 가볍게 그의 뺨을 쓸어올린다.
백기는 나른하게 웃음을 지었다.
"유연."
그가 내 이름을 살며시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그의 손가락이 나의 척추선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느끼며 한줄기의 자극이 불러일으켜진다.
사냥감을 흝어보는 듯한 그 눈길은 나를 탐했고, 불빛 아래에서 벗겨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밀착된 숨소리가 뒤엉켰다. 입맞춤은 떨어지지 않은 체 뺨을 따라 섬세하게 손을 어우러 만진다. 조금의 순간에도 그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이렇게 진득한 엉킴에 나는 조금도 발을 디딜수가 없었고, 그의 어깨에 기대며 그에게 안겼다.
차가운 거울의 감촉이 순간적으로 내 어깨의 뒤에서 느껴진다. 백기의 달아오른 손끝이 나의 뒷머리부터 귓가까지 끌어당기듯 옮겨진다.내 귓가의 머리칼을 천천히 풀어헤친다.
축축하리만큼 젖은 기운이 귓가에 와닿아 나는 참을 수 없이 떨려왔다.
"내가 너에게 기회를 한번 줄수 있어."
내가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지만, 그저 다만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을 뿐이었다. 등을 돌리자 거울속에 온몸이 붉게 물든 나와, 빤히 응시하는 그의 시선이 보인다.
축축한 땀방울이 옆 얼굴을 타고 굴러 떨어져 그의 아래 턱 밑에 흔들리듯 맺혀있다.
조용한 광기는 소리없이 번져, 나를 집어 삼키고 있었다.
"선배는, 저를 보내고 싶어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선배는 그러면 뭘 원해요."
"네가 여기에 머무르길 원해."
그는 나의 귓가에 음절 하나 하나 속삭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뜨겁게 달구어진다.나의 마음은 수면에 부는 바람과 파도가 잔물결을 일으키는 것만 같았고, 나는 어떠한 말도 하고싶지 않았다. 다만 손을 뻗어 힘껏 그를 껴안고, 다가가서 그에게 키스를 할 뿐이었다.
그와 함께 있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