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번역입니다)
*취향대로 의역 했어용. 오역도 많으니 참고만 부탁드려용
1장
찬란한 태양은 파도 위에 작은 얼룩을 남기고 활기찬 갈매기 소리가 때때로 먼 곳을 스쳐 지나갔다.
나는 책상 위의 낚시 상자를 한참동안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휴대전화를 꺼내 즐겨찾기에서 '바다낚시 입문 교재'를 열었다.
"낚시줄은 2500-3000회 감기를 권장합니다……"
나는 공구상자에 들어 있는 낚싯줄과 실타래, 그리고 지저분한 공구들을 보며 괴로워하며 입을 삐죽거렸다.
"특파서 아니랄까봐. 워크숍에도 진입장벽이 있네……"
백기는 일주일 전 나를 특파서 특수경찰부대의 휴가 활동의 일환으로 3일간의 바다 낚시 여행에 초대했다.
나는 이번 휴가 행사에 '가족'들의 참가를 환영한다는 걸 알고 흔쾌히 승낙했다.
한편, 다른 대원들의 가족들도 합류해 유람선 3척이 출항할 정도로 규모가 엄청났다.
생각하던 차에 볼에 차가운 감촉이 전해졌다.
"!"
흠칫 놀라 뒤돌아보니 어느새 내 뒤에 나타난 선배의 모습이 보였다.
햇빛은 그의 셔츠를 희미한 빛으로 물들였고 뒤에선 파도가 겹쳐지면서 초여름의 기운도 함께 내 눈앞으로 밀려들어왔다. 그는 웃으며 손에 든 사이다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긴장하지 마, 쟤들도 바다 낚시는 잘 못해."
"하하, 물고기 손님이 한 분 또 오셨구나!"
말이 끝나자마자 다른 쪽 갑판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 가니 물고기 한마리가 대원이 잡고 있는 낚싯대의 궤적을 따라 수면 위로 뛰어오르고 있었다.
"……네 레이더 Evol은 반칙이야. 물고기를 자동으로 감지해낼 수 있잖아."
"ㅋㅋ 네 Evol이 쓸모없는 게 왜 내 탓이야?"
그때, 그들의 뒤에 앉아 있던 고진이 웃었다.
"이자식은 왜 벌써 우쭐대고 있어?"
그가 말을 하면서 발 밑에 있는 빈 통을 들고 배 옆으로 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해수면이 살짝 파동을 일으켰다.
이어 싱싱한 물고기 몇 마리가 연달아 바다 위로 뛰어나오자 고진은 가볍게 손을 올려 그것들을 한꺼번에 통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커다란 거북이 한 마리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고진을 향해 바닷물을 뿌렸다.
"!"
고진은 당황해서 반 보쯤 물러나 손을 뻗어 얼굴을 닦았고 그 사이에 통 안에 있는 물고기들은 다시 바다로 되돌아갔다.
"아이고, 고 대장님. 물고기를 놓치셨네요!"
"에휴, 큰 소 잃고 송아지도 잃은 셈이네요. 득보다 실이 더 많아요!"
"……한마디만 더 하면 모두 바다에 던져버린다."
그들이 하나둘 농담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따라서 웃었다.
"하하핫, 어떻게 얘기하다가 힘겨루기를 하게 됐는지……"
나는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나 '진지하게' 고개를 들어 뒤에 있는 선배를 쳐다보았다.
"선배, 바람을 다루는 능력이 쓸모있을까요?"
백기는 잠시 멍하니 있더니 허리를 굽혀 나를 품에 가두었다. 그러곤 손을 뻗어 공구 상자 안의 낚싯줄과 실타래를 꺼내 맥이 확 풀리게 웃었다.
"바람이 꼭 쓸모가 있는 건 아니지만 나는 할 수 있어."
그러면서 그는 낚싯줄을 꺼내고는 나를 감싸고 있는 두 팔을 꼭 죄었다.
"우선 이렇게 올가미 매듭을 지어야해."
그는 낚싯줄을 꼬아서 반으로 접은 후, 실 끝을 방금 지은 매듭에 꿰었다.
그의 숨결은 내 귓가를 쓰다듬었고 풀과 나무의 향기가 바다 냄새와 함께 나를 천천히 이완시키면서 그의 품과 아주 가깝게 해주었다.
"실밥을 팽팽하게 당긴 후에 남은 실을 잘라줘."
그는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코끝이 무심결에 내 볼을 스쳐 지나갔다.
"알겠어?"
곁눈질로 본 호박색은 찬란한 태양보다도 더 밝게 보여 열심히 '학습'하지 못한 나를 다시 한 번 정신차리게 해주었다.
"잘 모르겠나보네."
그는 한번 웃고는 미끼를 집어 능숙하게 바늘에 달았다.
"……다시 배울게요!"
"집에 가서 다시 알려줄게. 그땐 천천히 가르쳐 줄게."
"백 형사님의 실시간 강의는 수업료가 따로 있나요?"
그는 계속해서 나를 부드럽게 품에 안았지만 오히려 구속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들렸다.
"아니."
2장
모든 일이 끝나고 나와 선배는 낚시터로 왔다. 이와 동시에 고진은 빠르게 우리쪽으로 걸어왔다.
"너네 둘 왜 이제야 왔어? 우린 방금까지도 누구보다 더 많이 잡고 있었는데 너네 참가할거야?"
백기는 내 의견을 기다리고 있다는 듯이 내 쪽을 바라보았다. 나는 갑자기 생긴 '결정권'을 가지고 슬쩍 눈썹을 치켜세웠다.
"괜찮겠어요?"
"응, 네가 하자는 대로 할게."
백기는 어깨에 걸쳐진 공구상자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장비를 하나씩 내놓으면서 한동안 손으로 조립을 하더니 재빨리 낚싯대를 만들었다.
진지한 그의 모습을 보고 나는 고진이 Evol을 이용해 낚시하던 장면이 무심코 떠올랐다.
"Evol은 사용못해요!"
고진은 그 말을 듣더니 백기를 힐끗 쳐다보더니 장난섞인 눈으로 말했다.
"그러면 그에게 미안해할지도 몰라요."
"고 대장님.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유람선에 탈 걸 그랬어요. 여기 있으니까 계속 염장질만 당하네요."
갑자기 대원이 튀어나와 빙그레 웃으며 고진의 곁에서 맞장구를 쳤다.
"내가 진작 말했잖아. 이 '노부부'의 염장질은 다른 배의 '신혼부부'보다 한 수 위라고."
나는 참다 못해 가볍게 기침을 하며 몰래 백기를 힐끗 보았다.
햇빛 아래에 서 있는 백기는 저들의 야유를 듣지 못한 것처럼 낚싯줄을 열심히 감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바닷바람이 책상 위에 있는 휴지 한장을 휘감고 고진의 입을 똑바로 덮어버렸다.
"……!!"
백기는 고진과 바람의 소리 없는 '대항'을 아랑곳하지 않고 옆에 있는 대원들을 힐끗 쳐다보았다.
상대방이 바로 입가에 지퍼를 당기는 동작을 한 후에 성큼성큼 떠나자 백기는 만족스럽게 눈을 살짝 감았다.
"이제야 조용해졌네."
이내 그가 낚싯대를 들고 내 앞에 왔고 호박빛 속의 부드러움이 햇빛에 비쳐져 한눈에 들어왔다.
"만약에 쟤들이 너무 시끄럽다고 생각되면 앞으론 이런 활동에 참가하지 않을 거야."
"아니에요. 사실 가끔 다 같이 놀러가는 건 재미있어요!"
나도 모르게 웃으며 고진을 힐끗 쳐다보았는데 그가 '화가 나서' 살짝 젖은 휴지를 쓰레기통에 던지는 것을 봤다.
"……그래. 이자식아. 물고기 바구니 하나로 네 입을 막고 만다."
그는 말을 하며 성큼성큼 낚싯대로 돌아와 낚싯바늘을 들고 힘껏 바다로 던졌다.
백기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 허리를 감고 가볍게 돌았고 내 시선은 바로 바다를 향해 있었다.
"준비 됐어?"
눈 아래의 해수면에 물결이 출렁이면서 당장 갈고리를 놓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그럼요. 사실 선배를 어떻게 응원할지도 준빅가 되어 있어요~"
그러면서 나는 까치발로 서서 그의 볼에 뽀뽀를 했다.
"응원 잘 받았어."
그가 웃으면서 낚싯대를 들어올리자 은빛 줄실 하나가 바로 바다에 던져져 파문을 일더니 다시 잔문결이 일었다.
잠시 후, 그는 입가의 웃음을 가라앉혔고 정신을 집중해 눈빛은 바다를 주시하고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 덕분인지 사냥꾼과 같은 야성 가득한 눈빛이 눈에 가득했다. 자신감, 두려움, 침착함, 그 모든 것이 그의 손아귀에 있는 것처럼.
이런 그를 보고 나는 더 오래 '훔쳐보기' 위해 소리없이 난간에 엎드려 있었다.
하지만 뜨거운 태양이 점점 하늘 위로 올라가 그 눈부신 빛에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햇빛이 좋네……"
나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면서 고개를 숙이고 옆에 있는 백기의 그림자를 보았고 이때 갑판에 비스듬이 길게 비쳐졌다. 나는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조용히 그림자 속에 몸을 숨겼고 몸의 뜨거운 열기가 순식간에 흩어졌다. 내가 기뻐하기도 전에 발 아래의 그림자의 각도가 갑자기 약간 이동되었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뒤쫓아 한걸음 내딛더니 다시 그것의 '보호막'에 숨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것이 또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앞으로 성큼성큼 내딛는 동시에 이마가 부드러운 촉감을 받쳤다. 나는 백기의 어깨를 문지르며 고개를 들어 웃음을 머금은 눈동자를 마주했다.
"일부러 부딪힌 거 아니에요……"
"알아. 하지만 난 일부러 그랬어."
말이 끝나자 익숙한 산들 바람이 머리 위로 스쳐 지나갔다. 나는 고개를 들어 하얗고 포동포동한 구름 뭉치가 우리를 향해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곧 상공에서 멈추면서 그림자를 뒤덮어 나와 백기의 모습을 모두 끌어안았다.
"이렇게 하면 햇빛을 쬐지 않을 거야."
그는 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마치 목적을 달성이라도 한 듯 치켜든 입가를 숨기면서.
3장
구름의 수호 아래, 피부가 후끈거리는 느낌은 점점 사라지고 볼에는 잔열만 살짝 남아 있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그는 또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그렇게 날 바라보고 있으면 심심하지 않아? 심심하면 우린 방으로 돌아가서 영화 보면 돼."
"네가 하고 싶은 건 모두 할 수 있어."
뒤에 있는 파도가 부드럽게 배의 벽을 두드리자 나도 모르게 편안하게 선배에게 다가갔다.
"선배가 심심해 하지 않으니까 물고기가 낚시에 걸리길 기다리는 것도 심심하지 않아요. 낚시는 그 자체만으로도 기대가 부풀어오르잖아요. 낚싯대가 올라오기 바로 전에는…… 어떤 물고기인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꼭 그렇진 않아."
백기가 미끼통을 들자 가지런히 진열된 새우들이 보였다.
"작은 미끼로는 보통 작은 물고기만 낚을 수 있어. 큰 녀석을 낚으려면 이런 작은 새우는 거의 쓸모가 없거든.
그는 멀지 않은 곳에 손바닥만한 냉동 물고기 몇마리를 담겨 있는 바구니를 가리켰다.
"이걸 미끼로 써야 해. 이걸 잡아먹을 수 있는 물고기는 결코 작지 않으니까."
나는 나도 모르게 가볍게 웃으며 난간에 등을 기대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왜 전 백 형사님께서 바다 낚시에 정통하다는 걸 기억못했을까요?"
"출발하기 전에 잘 아는 친구에게 살짝 물어봤는데 걔네들이 해초만 낚아도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을거라고 했어. 그런데 네 모멘트에 해초 사진만 나오게 하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며칠 밤 내내 벼락치기 했지."
그가 웃으면서 조그맣게 몇마디 덧붙이자 나도 덩달아 입가가 올라갔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까…… 이게 평상시 임무를 할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걸 알게 됐어. 어떤 적을 걸려들게 하려면 '미끼'를 던져야 해. 그 다음은 기다리면 되는 거야."
선배의 말을 입증이라도 하는 것처럼 낚싯대 위의 방울이 맑게 울리고 잔잔한 파도 소리가 그 위를 덮었다.
"물고기가 물었나봐요!"
나는 놀라서 두 손으로 난간을 잡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와 동시에 부드러운 힘이 내 배를 받치고 난간에서 한 걸음 멀어지게 밀었다.
"잘 봐."
나는 고개를 돌리자 선배는 낚싯대를 잡고 한 손으로는 실타래를 빠르게 흔들면서 사냥감과 소리 없이 대항하고 있었다. 톱니바퀴가 빠르게 돌아가자 바다 밑에는 점차 옅은 색의 그림자가 떠올랐다.

백기는 기회를 잡은 듯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낚싯대를 힘껏 들어올리자 물고기 한 마리가 햇빛을 받으면서 수면 위로 뛰어올랐다.
"우리가 잡았어요!"
백기는 웃으면서 한 손으로 낚싯줄을 잡아 우리 사이로 끌어당겼다. 물고기가 꼬리를 퍼덕이면서 작은 물방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이게 우리 여행의 첫 번째 물고기야. 해초만 가지고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네."
찬란한 태양이 구름을 통해 부드럽게 그의 몸 위로 쏟아지면서 그의 얼굴은 맑고 햇빛처럼 빛이 났다.
바람도 그를 위해 기뻐하는 듯 흰 색 셔츠를 허공에서 제멋대로 흔들면서 그의 탄탄하고 뚜렷한 가슴과 배를 드러냈다.
"이 물고기 정말 예쁘네요! 물고기를 낚았던 순간의 흥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었네요!"
물고기의 꼬리는 여전히 뒤에서 흔들거렸다. 백기는 미소를 지으며 물고기를 바구니에 집어넣었다. 다시 몸을 곧게 펴자그의 맑은 시선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연아, 직접 대어를 낚고 싶지 않아?"
선배의 제안을 듣자 나도 모르게 살짝 설렜다.
하지만 다른 편에서 물고기 낚는 환호성이 들려오자 나는 곧 경기 중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나중에 다시 시도하면 안될까요? 어차피 시합에서 요구하는 건 갯수니까 우리 서둘러야 해요……"
"난 승패는 상관 없어. 네가 날 이기길 원하는 게 아니라면."
조금도 숨기기 않는 그의 자의적인 눈빛을 보고 마음 속의 망설임이 모두 사라졌다. 나는 웃으며 그를 향해 왼쪽 눈을 반쯤 깜빡였다.
"선배를 이기게 하고 싶지만 저는 선배와 함께 이기고 싶어요. 그러니 다음에 백 형사님께서 많은 가르침 부탁드려요."
4장
해수면의 물결은 유람선이 나아가는 쪽으로 서서히 밀려났고 우리는 점차 깊은 바다로 들어갔다.
“미끼는 미리 걸어놨으니까 이제 바다에 던질게.”
나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손바닥만한 미끼를 바다로 던져 작은 물보라를 만들었다.
이어 백기는 뒤에서 내 허리를 가로질러 내 손에 있는 실타래를 흔들면서 낚싯줄을 조금씩 늘렸다.
나는 낚싯대의 핸들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화면에 나타난 해저의 수심을 가리키는 숫자가 점점 커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벌써 70미터인데 아직도 내려가야 하나요?”
“다 왔어. 150미터는 더 가야 해. 30분 정도 걸릴 거야.”
백기는 내 어깨에 턱을 걸치고 닊싯줄을 계속해서 늘어뜨렸다. 미세한 톱니바퀴가 회전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중심을 살짝 뒤로 하고 그의 가슴에 가볍게 기대어 ‘안정된’ 세계에 둘러싸였다.
이렇게 든든한 ‘빽’ 이 있으니 틀림없이 대어를 낚을 수 있을 거야!
시간이 지날수록 바다는 매우 고요해졌다. ‘전설’ 속의 녀석들은 아직 낚시에 걸리지 않았다.
나는 심심해서 난간을 툭툭 두드리다가 고개를 숙이고 발끝으로 자갈을 만지작거렸다.
선배가 잠시 화장실에 간 1~2분 그 잠깐 사이에 이렇게 지루해지다니……
“왜 점점 더워지는 것 같지?”
나는 무의식적으로 뒤에 있는 벤치를 쳐다보자 책상 위의 과일 쟁반이 햇빛을 받아 매혹적으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아까 선배가 말한 것처럼 늘 낚싯대 앞에 붙어 있을 필요는 없을 거야. 소식이 오면 우리에게 알려줄 테니까.
이렇게 생각하고는 침을 삼키고 걸어가서 수박 한 조각을 들고 앉았다. 입을 벌리자 차갑고 달콤한 맛이 혀에 퍼져 나도 모르게 몸을 흔들었다. 다음 순간 한 그림자가 내 어깨를 지나치면서 눈깜짝할 사이에 손 안의 수박이 베어 먹혀 ‘참외’ 모양이 되었다.
“!”
나는 멍하니 있다가 수박을 훔쳐 먹은 사람의 뒤를 밟으려고 고개를 돌리니 밝은 호박색의 두 눈이 보였다.
햇빛은 백기의 입가에 남아있는 수박의 흔적을 비추어 붉게 빛이 났다.
그는 목젖이 살짝 아래로 미끄러질 때까지 볼을 불룩하게 하고 씹다가 다시 웃기 시작했다.
“한입 먹으면 안돼?
“당연히 돼죠! 그렇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휴대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백기는 휴대 전화를 꺼내 나를 한 번 쳐다보고는 내 뒤에 있는 벤치의 반대편으로 가서 앉았다.
“……아?”
이렇게 거리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린 것을 보고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귀를 기울이고 그에게 살금살금 다가갔다.
“……장소는 이미 정하셨구요……꽃다발은……”
중후한 남자의 목소리가 수화기 사이로 어렴풋이 들려왔다. 나는 또 슬쩍 한걸음 옮겨 곁눈질을 하다 백기가 던지는 시선에 딱 부딪혔다. 내가 뜨끔하기도 전에 그가 먼저 가볍게 기침을 한번 하고는 턱을 푹 숙였다.
“……핑크색으로 할게요. 기타는 준비됐나요?”
왜 선배가 기타를?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지?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과일 쟁반 위의 망고스틴을 보고 좋은 생각을 떠올렸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껍질을 벗기는 척을 하면서 과육 한 조각을 그에게 흔들어보였다.
하지만 선배는 웃기만 하고는 꼼짝도 않고 전화 너머의 사람에게 계속 답변을 했다.
“……”
나는 화가 나기 시작했지만 빙긋 웃으면서 과육을 들고 그의 곁으로 다가가 유혹하듯이 그의 입술에서 멈추었다.
그가 자연스럽게 입을 벌리려고 하자 나는 손을 오른쪽으로 살짝 피해 그에게 물렸다.
“……”
흥, 일부러 나를 ‘피하다니’.
내가 흘기면서 선배를 째려보자 그는 입을 벌려 손에 든 과육을 먹으려고 했다.
그와 동시에 허리가 거부할 수 없는 힘에 사로잡히면서 세상이 뒤집혔고 나는 곧 품에 안겼다.
그는 의미심장하게 나를 한 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숙이고 내 손에 있는 과육을 물어갔다.
손끝에 그의 입술의 온도와 찌릿찌릿한 느낌이 남아있는 기분이 들어서 나는 계속 얼이 빠져있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려고 발버둥쳤지만 그는 느긋하게 한 손으로 나의 팔을 감싸고 놓아주지 않았다.
"선배……"
그는 나에게 소리를 내지 말라는 듯 대답 대신 휴대 전화를 손끝으로 가볍게 두드렸다.
나는 나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얌전히' 그의 품에 누웠다. 분명히 우리는 아주 가까이 붙어 있었지만 전화기 너머의 소리는 조금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가슴 속의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만 남았을 뿐.
빠르게 온도가 올라가는 허리를 그가 이따금씩 손가락으로 쓰다듬기도 하고 간지럼을 태우기도 했다.
그렇지만 앞에 있는 '원인 제공자'는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계속 전화 통화를 했다.
나는 어렴풋이 그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짐작이 갔지만 내 시야는 온통 선배로 가득해서 짜릿하고 초조한 마음 뿐이었다.
그때, 오랫동안 울리지 않았던 방울소리가 들렸다. 옆에서 낚싯대가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것을 보니 물고기가 미끼를 문 듯 했다.
"선배……물고기가 미끼를 물었나봐요."
"응, 알겠어."
내가 선배에게 작은 소리로 알려주자 그는 전화를 끝마치고 손바닥으로 내 등을 일으켜 세웠다.
공기 중에 열기가 아직 남아있는 것 같아 나는 숨을 살짝 들이마시고 그를 끌고 빠른 걸음으로 낚시터 앞으로 걸어갔다.
해수면의 부표가 끊임없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나는 백기의 손바닥을 쥐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까딱 잘못하면 도망가지 않을까요……?"
"내가 있으니까 도망가지 못할 거야."
백기는 손을 뻗어 내 두 팔을 지나 내 몸 앞에 있는 낚싯대를 잡았다.

"당길 준비 할게."
그는 손에 들고 있는 낚싯대 휠을 흔들었다. 이번 대항은 전보다 더 거센 듯 은색 실이 바다를 왔다갔다 했다.
"50미터 남았어."
"……네, 준비 됐어요."
나는 그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숨을 죽이고 두 손으로 낚싯대 끝을 잡았다.
바닷바람이 하얀 물보라를 힘껏 일으키자 멀리서 갈매기떼가 떠들썩하게 흰 날개를 펴고 우리 쪽을 향해 몰려왔다.
별안간 갈메기떼가 머리 위를 지나가면서 백기의 모자를 물어갔다.
"선배, 모자!"
"괜찮아. 아직 20미터 남았어. 선원들, 그물 들어올릴 준비!"
백기가 목소리를 높이자 옆에서 선원 한 명이 커다란 그물을 들고 다가왔다.
손에 들고 있는 낚싯대가 끊임없이 흔들렸고 물결이 시도때도 없이 출렁이더니 곧 커다란 검은 그림자가 해수면 아래에서 나타났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낚싯대를 힘껏 들어올리면서 뒤에 있는 선배의 뜨거운 가슴에 등을 바싹 붙였다.
"연아, 10미터 남았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숨을 죽였다.
"들어올려!"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마지막 일격을 노리는 사냥꾼처럼 불덩이처럼 뜨거운 가슴을 수축시켰다.
갑자기 낚싯대가 높이 뛰어오르면서 대어가 바다 위로 떠오르는 순간 옆에 있던 선원이 잽싸게 그물 속에 집어넣었다.
"선배, 우리가 해냈어요!!"
갑판 위에 반 미터 가까이 누워있는 물고기를 보자 성취감이 가슴 가득히 차올라 선배의 소매를 잡고 뛰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뒤에서 간간이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그래. 적어도 30근은 되겠네?"
곧 유람선 위의 대원들이 소리를 듣고 달려와 백기를 둘러싸고 대어를 낚는 기술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백기는 기분이 좋은지 난간에 나른하게 기댔다.
"15근의 물고기를 얻으려면 최소 4번 이상 던져야 하고 100그램 이상의 납추가 필요하지. 좋은 장비를 고르는 건 시작에 불과해."
그러면서 백기는 대원들의 손에 있는 낚싯대를 쳐다보면서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미풍이 그들의 옷자락을 스치면서 진지하고도 가볍게 토론하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제멋대로인 표정을 하고 있는 그를 보고 있자니 내 마음도 덩달아 부드러워졌다.
잠시 후, 대원들은 '꽤나 수확을 얻은 듯이' 잇달아 낚싯를 들고 돌아와 바다에 던졌다.
백기는 혼잡한 가운데에서도 나를 향해 곧장 걸어왔다.
"어때, 바다 낚시는 재미있어?"
"이런 대어를 낚았는데 당연히 재미있죠! 그래도 불안했어요. 물고기가 실을 끊고 도망갈까봐 계속 걱정했다니까요……"
"그럼 다시 한번 하면 되니까. 언젠가는 걸리는 물고기가 있겠지."
백기는 자연스럽게 내 허리를 감싸고 평온하게 웃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아까 그 장면이 생각나서 그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거렸다.
"맞아요. 선배, 아까…… 방금 통화 말이에요. 무슨 이야기였어요? 기타도 그렇고, 꽃다발……"
"오늘 밤에 알게 될 거야."
내가 전부터 마음 속으로 떠올리던 답이 점차 분명해지자 나도 모르게 웃으면서 그에게 다가갔다.
"그렇게 비밀로 했으면서…… 이것도 설마 백대장님의 '미끼' 아니겠죠?"
선배는 멍하니 있더니 물끄러미 뒤에 있는 대어를 힐끗 바라본 후 이내 반응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햇빛이 장난치기라도 한 것처럼 이때 선배의 귀는 생각 외로 순식간에 빨개졌다.
나는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고 공중에서 흔들었다.
"제 생각엔 그래요. 그렇담 바라는 대로 미끼를 물어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