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창밖에 봄볕이 한껏 쏟아져, 온 세상이 따뜻하고 밝게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방 안 분위기는 좀 답답했다. 은근히 보이지 않는 조바심이 팽팽하게 감돌고 있었다.
나는 몰래 숨을 죽이며, 기압이 가장 낮은 쪽을 슬쩍 훔쳐봤다——
백기는 컴퓨터 화면을 마주한 채 다소 무기력하게 이마를 짚고 있었다. 다른 손은 한참 키보드 위에 멈춰 있다가, 한참 만에 가볍게 몇 번 두드렸다.
화면 빛이 살짝 찌푸린 그의 미간에 내려앉았다. 눈 속에 쉽게 알아채기 어려운 고민이 비쳐 있었다.
한참 후, 마침내 마지막 인내심이 바닥난 것처럼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시선이 거실을 이리저리 훑더니, 걸어와서 특별히 어수선하지도 않은 거실 탁자 위 잡동사니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깜빡였다.
유연
거기 어제 선배가 막 치워서 아직 청소 안 해도 돼요.
백기
……그래?
그는 멋쩍게 손에 든 것을 내려놓더니, 뭔가 생각난 것처럼 몸을 돌려 베란다로 향했다.
물을 가득 채운 물뿌리개를 들고 뾰족이를 향해 걸어가려는 것을 보고, 나는 웃음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
유연
선배가 아침에도 이미 물 줬어요.
백기
……잊어버렸네.
그의 동작이 어색하게 굳었다. 민망함을 감추려는 것처럼, 물뿌리개를 내려놓고 손을 뻗어 뾰쪽이 가시 끝을 건드렸다.
백기
음, 잘 자라라.
그의 시선이 방 안을 몇 번이나 맴돌다가, 결국 마지못해 컴퓨터 쪽으로 발걸음을 뗐다.
영락없이 도망가기 싫어하는 모습에, 나는 속으로 몰래 웃음이 터졌다.
보름 전, 백기가 연모시 항공 모형 전시회의 시험 비행 행사에 참가하게 됐다.
참가 통보를 받은 뒤로 그는 더욱 적극적으로 새 항공 모형 B-7의 각종 부품을 조정했다. 저녁에는 서재에서 꽤 늦게까지 있었다.
시험 비행 방안을 다듬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과일을 가져다주러 들어갔다가, 그가 컴퓨터 앞에 고민스러운 얼굴로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화면에는, 고작 몇 줄만 쓰인 프레젠테이션 문서가 떡하니 열려 있었다.
유연
PPT 만들어요?
백기
응. 주최 측 요청이야.
백기
서로 더 많이 교류할 수 있도록, 항공 모형을 소개하는 PPT를 각자 준비해 와야 한대.
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고, 평소와 달리 눈빛도 흐릿한 것이 보였다. 나는 입꼬리를 살짝 당겼다.
유연
도와줄까요?
그의 눈이 잠깐 반짝이다가, 금세 고개를 저었다.
백기
전에 업무 보고서랑 교육 자료도 다 당신이 도와줬잖아.
백기
이번엔 직접 해보고 싶어.
정신을 차려보니, 백기는 이미 미간을 찌푸린 채 컴퓨터 앞에 다시 앉아 이따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이마의 머리카락이 헝클어져 삐죽삐죽 서 있었다. 몇 번이나 손으로 쥐어뜯은 것 같았다. 분명 고민하는 모습인데, 어쩐지 너무 귀여웠다.
나는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굽히며 앞으로 걸어가, 손을 뻗어 삐죽거린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백기
……!
그는 분명히 내 행동을 예상하지 못했다. 몸이 살짝 굳더니, 고개를 들 때 아직 좀 멍했다.
유연
헤헤, 선배 답답할 때 모습이 뾰쪽이랑 비슷해서요. 온몸이 보송보송하게 삐죽 서가지고.
유연
그래서 이렇게 응원해주고 싶었어요. 혹시 도움이 될 수도 있잖아요~
백기가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손을 뻗어 내 손목을 잡았다.
백기
나는 뾰쪽이가 아니야.
그가 무심하게 손끝으로 자기 뺨을 한 번 툭 건드리더니, 당연하다는 듯 내 눈을 바라봤다.
백기
백기한테는, 이게 제일 효과 있어.
02
유연
자, 이제 PPT 방해 안 할게요.
그의 품에서 한참을 더 꾸물거리다가 아쉬운 마음으로 그를 살짝 밀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는 다시 내 허리를 감싸고, 안정적으로 나를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백기
방해 안 해. PPT는 거의 다 됐어. 좀 봐줄래?
그의 눈썹 끝이 살짝 올라가며 뿌듯함이 조금 새어 나왔다.
나는 잠깐 멈칫하다가, 돌아보니 슬라이드 미리보기에 이미 열 장이 넘게 펼쳐져 있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했다.
유연
뭐야, 거의 다 만들었잖아요. 그러면서 아까 응원이 필요한 척 저 속인 거예요!
백기
보상이라고 해도 되고.
그가 나를 느긋하게 바라봤다. 마치 내가 거절 못 할 거라는 걸 확신하는 것 같았다.
결국 나는 웃으며 항복하고, 그의 품에 안겨 컴퓨터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화면 속 PPT는 항공 모형의 전체 구조, 핵심 부품 사양, 시험 비행 데이터 순서로 배치되어 있었다. 정리가 매우 깔끔했다.
항공 모형을 잘 모르는 사람도 슬라이드를 따라 보면 전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다만 열 몇 장 전부 흰 바탕에 검은 글자였다. 어떤 레이아웃도, 심지어 굵게 강조한 글씨조차 없었다.
꽤 백기스러운 이 PPT를 바라보며, 나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유연
선배, PPT랑 Word 문서의 차이가 뭔지 알아요?
백기
……비슷하지 않아? 어차피 내용을 알아볼 수 있으면 되는 거잖아.
유연
땡, 오답~
유연
PPT는 발표용 수단이니까, 눈이 즐거워야 해요.
유연
안 그러면 글씨만 잔뜩 보다가 다들 금방 딴 생각해요. 그러면 선배가 B-7에 쏟아부은 정성을 아무도 못 알아보게 되잖아요.
백기
사실 그렇게 단조롭지는 않아.
따뜻한 손바닥이 내 손등 위에 살며시 얹히더니, 마우스 스크롤을 내렸다.
화면의 슬라이드가 한 장씩 넘어가다가, 마지막에 한 장에서 멈췄다——
B-7 항공 모형의 날개 끝이었다. 그리고 화면 한가운데에는 며칠 전 함께 도색할 때 내가 아무렇게나 그려 넣은 낙서가 있었다.
날개를 단 작은 늑대가 하늘을 날고 있었고, 그 위에 작은 토끼가 찰싹 붙어 있었다.
나는 잠깐 멈칫했다. 심장이 부드러운 솜뭉치에 감싸인 것 같았다.
유연
헤헤, 이 장은 좋네요~
유연
이렇게 사진을 좀 더 많이 넣으면, PPT 전체 완성도가 훨씬 좋아질 거예요.
유연
거기에 템플릿 하나 찾아서 레이아웃까지 맞추면, 완벽하겠는데요~
백기
어렵지는 않겠네.
백기
근데 문제가 하나 있어. 다른 사진이 없어.
나는 믿기 어려운 듯 눈을 크게 떴다.
유연
만들면서 디테일 사진 하나도 안 찍었어요?
백기
응. 어차피 부품 사진은 각 제조사 공식 홈페이지에 다 있으니까, 바로 다운받아서 쓰면 돼.
그렇게 말하며 내 어깨를 감싸 안고, 능숙하게 사이트를 하나씩 열었다.
날개, 동체, 프로펠러……수십 장의 칙칙한 항공 모형 부품 도면들을 바라보다가 잠깐 멍해졌다.
내 침묵을 눈치챘는지, 백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백기
그래도 부족해?
유연
충분하긴 해요.
유연
근데 이 사진들 보면, 연모시 항공 모형 전시회에 나가려는 느낌이 아니라......
유연
중고 사이트에 올려서 되팔려는 느낌이에요.
그는 순간 멈칫했다가, 그 단조로운 부품 사진들을 보고 조금 멋쩍게 웃었다.
백기
역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겠네.
백기
그러면……유연아, 도와줘.
03
우리는 결국 날씨가 좋은 틈을 타 B-7호의 멋진 사진을 한 세트 찍기로 했다.
레이싱 드론을 들고 비행 장소에 도착했을 때, 백기는 이미 출발선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졌다. 그의 곧고 단정한 실루엣을 윤곽 짓고, 눈매 사이에 어린 고요함도 밝혔다.
옆에 늘어뜨린 손이 B-7호의 날렵하고 유려한 기체 위에 가볍게 얹혀 있었다. 이제 막 날아오르려는 독수리를 붙잡은 것 같았다.
심장이 갑자기 한 박자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나는 빠르게 그쪽으로 달려갔다. 웃음기 담긴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
백기
조금 있다가 어떻게 찍을 생각이야?
유연
선배에게 맞춰서 할게요~ 먼저 B-7호 비행에 맞추는 게 우선이에요.
그가 눈썹을 살짝 올리고 이마 위에 걸쳐둔 선글라스를 벗어 조심스럽게 내 콧등 위에 얹어주었다.
눈부시던 햇살이 순식간에 차단됐다.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짙고 푸른 하늘을 바라봤다.
백기
B-7호는 먼저 15미터 고도까지 안정적으로 올라갈 거야.
백기
그 다음 이륙선 정면 방향으로 20미터 정도 직선 순항하고.
백기
수평 8자 항로로 전환한 다음, 곡예 동작 들어가. 10미터 고도까지 급강하했다가, 빠르게 상승……
그의 표정이 집중되고 날카로웠다. 마치 모든 고도와 방향 전환을 머릿속에서 수없이 반복해서 그려온 것 같았다.
나는 꼼꼼하게 들으며, 금방 머릿속으로 촬영 방안을 잡았다.
유연
그럼 선배가 말한 방식대로 해볼게요.
그렇게 말하며 조종기 조이스틱을 집어 들고, 드론이 천천히 상공으로 올라가 안전 고도에서 제자리 비행을 했다.
그러고는 백기에게 OK 사인을 보냈다. 이제 이륙해도 된다는 신호였다.
백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끝으로 조이스틱을 부드럽게 밀었다. 다음 순간, 터보 엔진이 갑자기 낮고 힘찬 굉음을 터뜨렸다. B-7호가 순식간에 치솟아 올라 드론 옆으로 나타났다.
두 기체의 그림자가 하늘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며 달렸다. 마치 바람조차 그들의 동행을 허락하는 것 같았다.
백기는 즉시 기수를 낮추어 기류를 정면으로 가르며, 맹렬히 급강하했다가 갑자기 상승해, 연속 롤링 동작을 완성했다.
전체 곡예 동작이 한 호흡에 이어졌다. 비행 궤적이 깔끔하고 날렵하면서도 시원스러웠다.
내 심장도 걷잡을 수 없이 떨려왔다. 나는 조이스틱을 단단히 붙잡고, 그의 항공 모형 궤적을 바짝 추격했다.
모든 회전과 글라이딩의 순간이 선명하게 포착됐다. 나는 가볍게 숨을 내쉬며, 참지 못하고 웃으면서 백기를 바라봤다.
더없이 집중된 그 호박빛 눈동자 안에, 광활하고 밝은 하늘 전체가 담겨 있었다.
가슴이 무언가에 가볍게 부딪히는 것 같았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몰래 셔터를 눌렀다.
다음 순간, 허공을 가르는 엔진 소리가 먼 곳에서 가까이 다가오며 공기를 갈랐다. B-7호가 내 쪽으로 빠르게 날아왔다.
은빛 기체가 햇살 아래 날렵한 빛을 그으며, 여열을 머금고 비행 궤적을 단정하게 거두더니, 마침내 내 앞에 내려앉았다.
그가 수없이 바람 속에서 돌아와, 내 곁으로 돌아오던 순간들처럼.
하늘이 서서히 어두워지고, 집집마다 등불이 하나씩 켜질 무렵, 우리는 가득 채운 메모리 카드 몇 장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백기가 노트북을 소파 위로 가져왔다. 우리는 나란히 기대앉아 사진을 정리했다.
화면이 금세 파란 하늘과 바람 자국, 빛줄기처럼 달리는 B-7호로 가득 찼다. 사진들이 손에 닿을 것 같은 궤적으로 펼쳐졌다.
맑은 빛 속을 가르며 날개가 잔잔한 기류 흔적을 만드는 장면도 있었다. 급강하할 때의 날렵한 자태가 은빛 화살처럼 바람의 윤곽을 가르는 장면도 있었다……
백기
왜 이렇게 많이 찍었어?
유연
순간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잖아요. 안 찍으면 너무 아쉬운걸요.
유연
내 휴대폰에도 몰래 찍은 사진이 꽤 있어요~
그렇게 말하며 앨범을 열어 오후 사진들을 골라, 하나씩 에어드롭으로 노트북에 보냈다.
유연
격납고에서만 봤는데, 이렇게 날아오른 B-7호가 이렇게나 멋있을 줄 몰랐어요!
백기
그럼 멋있는 건 그것이랑 별 상관없다는 거네.
그의 입꼬리가 살짝 당겨지며, 작은 뿌듯함이 새어 나왔다. 나는 참지 못하고 웃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화면에 갑자기 익숙한 사진 하나가 팝업됐다——
백기가 눈을 들어 하늘을 날고 있는 B-7호를 응시하는 모습이었다. 눈 속에 하늘빛과 열기가 가득했다. 젊은 기개가 날카롭게 배어 있었다.
……오후에 내가 몰래 찍은 그 사진이었다!
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화면을 가리려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백기가 슬쩍 봤다. 눈 속의 웃음기가 갑자기 짙어졌다.
백기
이 사진도 PPT에 넣을 거야?
유연
……
백기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싫어. 그래도 돼?
유연
……
그런데 그는 아직 나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점점 더 짓궂게 몸을 기울여 다가오며 내 눈을 바라보았다.
유연
알겠어요, 참지 못하고 찍은 거 맞아요.
유연
그래도 다 제 탓만 할 순 없죠. 백 경관님이 너무 잘생겼잖아요.
내가 조금 멋쩍어하며 중얼거리는 것을 보고 기분이 더 좋아진 것 같았다. 그가 나를 번쩍 들어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백기
앞으로는 그냥 찍어.
백기
네가 나를 보고 있다는 걸 알면, 내가 더 잘할거야.
04
항공 모형 전시회 당일, 시험 비행을 순조롭게 마친 뒤 우리는 주최 측 직원의 안내를 따라 회의 홀로 들어갔다.
계단식 소프트 시트가 층층이 이어지며 강단 중앙을 에워싸고 있었다. 사람들이 가득 앉아, 낮은 대화 소리가 공기 속에 떠다녔다.
나는 일찌감치 탁자판 위에 카메라를 세우고 초점과 노출을 조정하며, 렌즈를 강단 중앙에 단단히 고정했다.
카메라 화면이 어두워졌다가 밝아지며, 마침내 백기가 강단 한가운데로 걸어 나왔다. 호박빛 눈동자가 여유롭게 청중을 훑었다.
백기
안녕하세요. 저는 B-7호 항공 모형 제작자 백기입니다.
백기
이 자리에 선 건, 제작 아이디어와 조정 과정에서 만난 문제들을 여러분과 이야기해보고 싶어서입니다.
그의 눈이 놀라울 정도로 빛났다. 감추지 못한 열기가 가득했다. 말투도 어딘가 기쁜 듯 올라가는 것 같았다.
이렇게 막힘없이 이야기하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드물었다. 나는 신기한 마음에 카메라를 끄고, 조용히 그를 바라봤다.
백기
전에 풍동 실험을 할 때, 이런 날개형은 강한 측풍을 만나면 양력 계수가 쉽게 불균형해진다는 걸 알았습니다.
백기
하지만 실제 시험 비행에서 보니, 기류가 날개 가장자리의 거친 면에 부딪히면서 와류층을 형성하고, 오히려 보호 작용을 할 수 있었습니다.
백기
그래서 산업용 수지를 몇 겹 더 두껍게 올렸습니다……
??
그렇게도 할 수 있어요? 코치님도 말씀 안 하셨는데……
??
근데 시험 비행할 때 진짜 멋있었어. 저 형 꽤 실력 있는 것 같은데.
수군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나는 좀 의아해서 돌아봤다. 어느새 회의 홀 안으로 청소년들이 꽤 많이 들어와 있었다.
거의 다들 손에 글라이더를 들고 있었고, 몇 명은 상장도 들고 있었다. 막 무슨 대회를 끝낸 것 같았다.
한 명도 빠짐없이 목을 길게 빼고 큰 화면을 호기심 가득하게 바라봤다. 백기의 발표에 완전히 흥미를 보이는 것 같았다.
나는 웃음을 참으며 시선을 거두고, 마음을 모아 백기의 발표를 들었다. 얼마나 지났는지, PPT가 마지막 페이지로 넘어갔다.
백기
……사실 호흡이나 경험은 다 시험 비행과 추락을 반복하면서 다듬어지는 겁니다. 날아본 모든 항로는 의미가 있습니다.
백기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하겠습니다. 여러분과 교류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깔끔한 마무리 인사와 함께 박수가 울렸다. 일곱, 여덟 명의 소년들이 좌석에서 튀어나오듯 일어나, 강단에서 내려오고 있는 백기에게 우르르 몰려갔다.
고등학생A
형! 방금 말한 그 와류 보호에 대해 구체적으로 좀 물어보고 싶어요.
고등학생B
맞아요 맞아요. 날개 배중 부분도요……
백기는 순간 멈칫했다. 아마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일 줄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그래서 그는 손을 들어 문밖의 넓은 쪽을 가리키며, 나가서 이야기하자는 뜻을 보였다.
나도 그들과 함께 밖으로 나와, 가로수 길 아래 벤치에서 기다렸다.
아마 편한 캐쥬얼 차림이어서인지, 백기는 생기 넘치는 고등학생들 사이에 서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는 편하고 자유롭게 나무에 기대더니, 흥미로운 질문이 나올 때마다 눈 속에 작은 빛이 반짝였다.
그의 대답은 짧고 간결했다. 하지만 이따금 손끝을 들어 항공 모형의 날개와 기체 구조를 따라 그렸다.
나는 잠깐 십수 년 전, 항공 모형을 안고 대회에 나갔던 어린 백기를 본 것 같았다.
그때 그의 눈에 떠오른 빛도, 지금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좋아하는 것에 순수하게 몰두한 같은 빛이었을 것이다.
소년들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열정적이었다. 나는 꽤 오래 기다렸지만, 그들은 여전히 뜨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기지개를 켜다가, 문득 멀지 않은 곳의 긴 홍보 벽에 시선을 빼앗겼다.
'청소년 항공 모형 입문'이라는 글자가 눈에 띄게 한쪽에 새겨져 있었다. 기본 항공 모형 구조부터 간단한 조립 기술까지 벽면 전체에 가득 설명이 펼쳐져 있었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 꼼꼼히 살펴보았다. 원래는 백기의 눈에 비치는 세계를 조금 더 알고 싶었을 뿐인데, 나도 모르게 빠져들고 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주머니 속 휴대폰이 가볍게 진동하고 나서야 나는 정신을 차리고 화면을 열었다.
백기의 메시지가 연달아 눈에 들어왔다.
백기
작은 늑대인간 찾는 중.gif
백기
나 끝났어.
백기
어디 있어? 내가 갈게.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북적이던 가로수 길이 많이 조용해져 있었다. 그 고등학생들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백기가 살짝 고개를 기울인 채 시선으로 사람들 사이를 훑고 있었다. 나는 참지 못하고 웃으며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유연
선배! 여기예요——
그가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거의 순간적으로 웃음이 번지더니, 나를 향해 걸어왔다.
봄바람이 그의 옷자락을 가볍게 날렸다. 하늘 가득 분홍빛과 흰빛의 꽃잎도 함께 말아 올렸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세상의 모든 것을 스쳐 지나치듯, 오직 나 위에만 단단하게 내려앉아 있었다.
소란스러운 심장이 쿵 하고 울렸다. 온 세상에 그의 모습만 남은 것 같았다.
나는 갑자기 천천히 걸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의 눈 속의 웃음기가 조금씩 선명하게 가까워지며, 그가 나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
나는 더 망설이지 않고 가볍게 뛰어올라, 더없이 안정적인 품 안으로 뛰어들었다.

가볍게 부유하는 느낌이 온몸을 타고 퍼지며, 그의 손바닥이 나를 단단하게 받쳐 안아 올렸다.
꽃잎이 사르르 내려앉았다. 봄날의 고백이 흩날리는 것 같았다.
살짝 고개를 숙이자, 그의 밝은 눈동자와 딱 마주쳤다. 그 안에 내 모습이 선명하게 비쳐 있었다.
유연
아까 이야기하면서 즐거웠어요?
백기
괜찮았어. 질문들이 다 꽤 전문적이었거든.
백기
다만 눈치가 좀 없었지. 내 여자친구를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했으니까.
무기력하게 미간을 찌푸리는 모습을 보며, 나는 참지 못하고 웃었다.
유연
헤헤, 그건 다들 선배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는 뜻이잖아요!
백기
걔들만 그래?
그의 눈 속에 장난기가 스치더니, 일부러 나를 한번 들었다 놓으며 더 높이 안아 올렸다.
갑자기 찾아온 무중력감에 나는 저도 모르게 가볍게 소리를 내며, 그를 꽉 안을 수밖에 없었다.
유연
저, 저도요!
유연
방금 제대로 칭찬할 틈이 없었어요. 선배 오늘 정말 대단했어!
백기
얼마나 대단했는데?
그는 여전히 나를 내려놓을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 자유로운 눈은 한순간도 내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마치 내 대답이 지금 그가 가장 신경 쓰는 일인 것처럼.
점점 더 크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유연
엄청나게 대단해요. 전 우주에서 제일 대단한 파일럿이에요.
그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답을 얻은 듯, 그의 팔이 갑자기 더 꽉 조여들었다.
맞닿은 심장 소리 사이에서, 나는 그 순간의 두근거림이 나의 것인지 그의 것인지 거의 구분할 수 없었다.
아니면 어쩌면, 우리의 심장 소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미 같은 주파수로 맞춰진 것일지도 몰랐다.
다음 순간, 입맞춤이 가볍게 내려앉았다. 마치 봄 전체가 살며시 내 머리 위에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러고는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백기
왜냐면 나의 항로에는 전 우주에서 가장 행복한 착륙 지점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