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 생일 통화
어릴 적, 가끔 집에 누군가 찾아오는 일이 있었어.
그 사람들의 얼굴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데, 내 기억 속엔 그들이 늘 이렇게 말했던 게 남아 있어.
"이 아이는 앞으로 크게 될 거예요."
듣기에 좋은 말이었지만, 이상하게도 전혀 기쁘지 않았어.
그 후로… 참 많은 일이 있었고, 여러 곳을 다녔고, 또 많은 사람들이 날 ‘다른 이름’으로 불렀지.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비슷한 말을 계속했어.
그리고서야 문득 깨달았어. 그때 느낀 그 불쾌함은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단 걸.
그건 아부나 칭찬의 문제가 아니었어.
난 그냥 ‘정해진 길’을 싫어했던 거야.
그들 눈엔 언제나 내가 걸어야 할 길이 정해져 있었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도 다 알고 있는 듯했지.
하지만 나는 그게 싫었어.
예전엔 참 유치하게도 뭔가를 ‘증명’하려 들었고, 모든 선택을 내가 직접 하고 싶었지.
그들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게 아니라, 어쩌면 내 안의 나 자신과 싸우고 있었던 걸지도 몰라.
그러다… 언젠가부터였을까.
네가 나를 바라볼 때마다, 내 손을 잡아줄 때마다, 난 묘한 느낌이 들었어.
“아, 이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이게 내가 가고 싶은 미래구나.”
그리고…
“이게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이구나.”
예전의 나는 분명 잘못된 선택을 많이 했을 거야. 무언가를 증명해보이겠다고 바보 같은 짓도 했고.
그래도 후회는 없어.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이제는 알아.
너 덕분에 내가 무엇을 선택하고 있는지,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지 알게 됐으니까.
나만의 길,
나는 그 길을 내가 가장 바라는 모습으로 걸어갈 거야.
그리고 이 긴 여정에—
그저… 언제나 네가 함께해주기를 바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