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 무탈 《万事无虞》
고진
부력 풍선들은 모두 최종 검사를 마쳤고, 비행 경로도 확인했어. 문제가 생기면 비상 장치를 사용하면 돼. 게다가 그 녀석도 곁에 있으니 걱정할 건 없겠지. 이렇게 기쁜 날인데, 마음껏 데리고 날아봐.
+오색 불꽃 초 《彩焰蜡烛》
*
프롤로그
집에 돌아와 문을 열었을 때, 예상대로 백기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으면서 채팅방에 연달아 올라오는 서너 개의 파일과 메시지를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올해도 나는 백기 몰래 그의 생일을 축하할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예전에 백기를 위한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려고 모두를 초대했던 단톡방도 일 년 만에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소국
이건 특연과에서 뽑아준 데이터예요.
소국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이 특수 제작한 '부력 풍선'은 몇 차례 더 테스트해서 안전성을 확실히 검증할 예정이에요.
소국
그다음에는 유연 씨도 충분히 연습하면서 익숙해지면 돼요.
루일
아, 맞다. '비행 경로'도 대략 짜놨어요. 파일에 같이 첨부해 뒀으니까 확인해 보세요.
유연
고마워요! 다들 도와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당조
백 대장님이 기뻐하시면 그걸로 최고죠! 게다가 얼마 전 큰 사건을 해결한 공로로 표창까지 받으실 예정이니 경사가 겹쳤네요!
당조
그런데 대장님도 앞으로 며칠은 좀 한가하실 것 같은데, 저희가 적당히 시간 좀 벌어드릴까요?
아직 답장을 보내기도 전에 현관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익숙한 발소리도 따라 들려왔다.
나는 옷자락을 정리하고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가, 곧바로 그 호박빛 눈동자와 마주쳤다.
백기
너도 방금 들어왔어? 그럼 아까는 어디……
무심코 질문이 튀어나왔지만, 백기는 곧 무언가를 깨달은 듯 어색하게 말을 삼켰다.
백기
크흠, 전에 너한테 이야기했던 그 큰 사건 말이야. 완전히 종결됐어. 이제 당분간 좀 쉴 수 있을 것 같아.
백기
혹시 네가 '바쁘면'…… 나도 며칠 동안 가오 선배들이랑 농구나 하고 있을까?
일부러 더 캐묻지 않고 제법 '얌전히' 굴면서, 내가 준비할 시간을 알아서 마련해 주려는 모습을 보니 오히려 장난기가 조금 솟아났다.
유연
정말 제가 어디 다녀왔는지 안 물어볼 거예요?
나는 웃으며 손을 뻗어 그의 뺨을 콕 찔렀다. 백기는 익숙하다는 듯 나를 품 안으로 끌어안았다.
백기
물어봐 주길 바라는 거야?
유연
헤헤, 아니요~
유연
작년처럼 묻지도 말고, 추리도 하지 말고! 제가 계획을 순조롭게 끝낼 수 있도록 협조해 주세요.
백기
알았어, 욕심쟁이.
목덜미에 부드러운 숨결과 함께 복슬복슬한 감촉이 닿았다.
백기는 나를 감싼 팔에 조금 더 힘을 주더니, 긴장을 완전히 풀고 온몸을 내게 기대 왔다.
백기
그런데 계속 궁금한 걸 참으려니 너무 힘들어. 그러니까 시간이 좀 빨리 가게 해달라고 신청할게.
유연
너무 빨라도 안 돼요!
나는 웃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계속해서 메시지가 올라오고 있었다. 쉴 새 없이 오가는 떠들썩한 마음들도 마치 다 함께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듯했다.
유연
게다가 요즘 선배네도 무슨 표창식이 있지 않아요?
백기
그건 이미 다 결정됐어. 명단은 보름 전에 발표됐고, 표창식만 이틀 뒤에 열리는 거야.
유연
그래도 이틀 뒤면 얼마 안 남았잖아요. 마침 그쪽으로 선배의 관심을 조금 돌려놓을 수도 있겠……
말끝이 흐려졌다.
백기의 얼굴에 점점 짙어지는 미소를 보고 있자니 문득 한 가지 짐작이 떠올랐다.
유연
……설마 그것도 그날이에요?
백기
응, 바로 그날이야.
백기는 더욱 환하게 웃으며 내 이마와 눈가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백기
좋은 일이 한꺼번에 생기는 날이네.
유연
행복도 가득한 하루가 될 거예요. 제가 약속할게요.
*
생일축하
나뭇잎이 밤바람에 흔들리며 부드럽게 사각거렸고, 달빛은 백기의 윤곽을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내 생각을 눈치챈 걸까. 그는 오히려 먼저 거리낌 없이 내게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백기
나한테 또 뭘 선물하려고?
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저으며 우선 그의 손바닥 위에 내 손을 올려놓았다.
유연
백 경관님은 정말 사람한테 서프라이즈를 남겨둘 기회도 안 주시네요.
백기는 기다렸다는 듯 나를 품으로 끌어당겼다. 그의 움직임에 작은 배가 살짝 흔들리며 호수 위로 잔물결이 겹겹이 퍼져 나갔다.
백기
며칠 동안이나 궁금하게 만들었잖아. 이제 선물을 열어볼 시간이야.
그는 확신에 찬 말투로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내가 선물을 가지러 가게 해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오히려 맞잡은 손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유연
이렇게 잡고 있으면 제가 어떻게 선물을 가져와요~
백기
선물은 하나씩 받아야지. 그리고 하나하나 소중히 아껴야 하고.
백기
특히 지금 받은 이 선물은 더더욱.
그렇게 말하며 백기는 무척 만족스러운 듯 내 뺨에 자신의 뺨을 살며시 비볐다.
백기
조금만 더 안고 있을게.
## 촛불 끄기
어느새 아직 빌지 않은 소원보다 이미 이루어진 소원이 더 많아졌네.
## 생일 축하 노래 부르기
올해는 네가 선물해 준 기타로 이 노래를 직접 반주할 수도 있겠네. 정말 좋다.
## 생일 선물 상자
유연
자, 그럼 백 경관님! 올해의 생일 선물 상자를 눌러서 확인해 주세요!
백기
선물 상자부터 이렇게 정교하다고? 아까워서 열어보지도 못하겠는데.
유연
헤헤, 걱정 마세요. 그런 상황까지 이미 예상해 뒀으니까요——
유연
이 선물 상자는 열고 나서도 망가지지 않고 원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거든요.
백기
풍차 모양도 네가 직접 디자인한 거야?
유연
당연하죠.
유연
바람은 때로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지만, 우리는 언제나 그 존재를 느낄 수 있잖아요.
유연
그래서 선배한테 작은 풍차 하나를 선물하고 싶었어요.
유연
풍차가 바람과 함께 춤을 추면서, 바람도 자신에게 돌아오는 모든 응답을 느낄 수 있도록요.
백기
그럼 이제 바람에게도 집이 생긴 거네.
백기
풍차 아래에 있는 '우리'처럼.
백기
……이렇게나 많아?
유연
그럼요. 선물은 아무리 많아도 지나치지 않으니까요!
유연
이왕 이렇게 작은 풍차 모양의 선물 상자를 만들었으니, 당연히 안에도 가득가득 채워야죠.
유연
여러 가지 물건을 하나하나 신중하게 골라봤는데, 어때요? 마음에 들어요?
백기
당연히 마음에 들지.
백기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하고, 앞으로도 계속 내 곁에 둘 수 있는 것들이네.
유연
헤헤, 그럼 다행이에요.
유연
앞으로 자주 사용해 줘야 해요. 나중에 고치거나 손볼 곳이 생기면 언제든 저한테 말해주고요.
유연
유연의 작은 선물 가게는 배송도 수리도 책임진답니다~
백기
알겠습니다. 열심히 사용하고,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소중히 아끼겠습니다.
백기
수리하러 언제든 찾아오라고 했으니까, 그 '언제든'의 간격은 좀 짧게 하고.
백기
대신 '자주 사용하는' 기간은 아주 길게 할게.
백기
이 서랍 안에도 물건이 잔뜩 있네.
백기
알고 보니 이번 선물은 보물 상자였구나.
유연
실용적인 작은 선물들 말고도……
유연
어쩌면 별다른 의미는 없을지 몰라도, 선배가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질 만한 것들도 준비하고 싶었어요.
백기
나한테는 그게 가장 좋은 의미인걸.
백기
전부 꺼내서 진열해 두고 싶어.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게.
유연
풉…… 설마 특파팀에도 가져가려고요?
백기
당연히 가져가야지.
백기
딱히 자랑하려는 건 아니고, 그냥 다들 알아줬으면 해서. 나한테 정말 좋은 여자친구가 있다는 걸.
백기
그래서 난 제때 집에 돌아가서, 생긴 여유 시간은 전부 여자친구한테 써야 한다고.
백기
……
유연
왜 갑자기 말이 없어졌어요?
백기
너무 마음에 들어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유연
잘됐다! 전에 쓰던 여권 케이스는 작았잖아요. 이거라면 물건을 더 많이 넣을 수 있을 거예요.
백기
이 NFC 카드에도 네 목소리가 들어 있는 거야?
유연
그것까지 알아맞혔어요!
유연
헤헤, 그러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제가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잖아요~
유연
그리고 이 비행권도요. 이 세상도, 저도 언제까지나 선배가 찾아오는 걸 환영할 거예요.
백기
……
백기
어쩌지?
백기
네가 그렇게까지 어른스럽고 속 깊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러면서도 자꾸 기뻐져.
유연
그럼 더 마음 편히 누려도 돼요~
유연
선배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만큼은 저도 선배한테 지지 않을 거니까요.
---
나는 유난히 어린애처럼 구는 그의 말을 듣고 웃으며 턱에 뺨을 살짝 비볐다.
유연
그럼 제 목표는 완벽하게 달성한 거네요.
유연
앞으로 행복한 365일이 지나면, 또다시 행복한 365일이 찾아올 거예요.
유연
그리고 내년에도 이 훌륭한 전통을 이어서, 제가 모을 수 있는 행복을 전부 선배 곁으로 가져다줄게요!
바람이 천천히 선물 상자 위의 작은 풍차를 돌리고, 종이비행기도 가볍게 떠오르게 했다.
작은 배는 호수의 물결을 따라 살랑살랑 흔들렸다.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이 백기의 행복한 기분을 함께 보여주는 것 같았다.
백기
응. 그럼 내 기분도, 내 행복도 전부 너한테 맡길게.
유연
그거 굉장히 중요한 임무처럼 들리는데요?
백기
그걸 생겨나게 한 것도 너고, 그렇게 소중한 것으로 만들어 준 것도 너니까.
백기
게다가 그 일을 오직 너만 해낼 수 있도록 만든 것도 너잖아.
백기는 더없이 당연하다는 듯 말하며 나를 감싸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웃음과 입맞춤이 하나로 어우러졌고, 그 모든 순간에 행복이 가득 묻어났다.
백기
그러니까 네가 책임져야 해.
백기
영원히.
내 마음을 너에게 《倾之我心》 이벤트
## 01 평범한 일상의 행복 《烟火寻常》
“너랑 같이 근사한 요리를 만들어 먹기.”
유연
……
백기
왜 그래?
유연
첫 번째 소원이 너무 간단하잖아요!
또 이런 식으로 허점을 파고드는 거 아니에요?
백기
네가 그랬잖아. 내가 뭘 적든 같이 이루어 주겠다고.
OvO 그리고 난 정말 너랑 같이 내 생일상을 차리고 싶었어.
그동안 네가 혼자 이리저리 바쁘게 준비하는 걸 보면서 나도 진작부터 함께하고 싶었거든.
유연
좋아요, 그럼 합격으로 쳐줄게요.
그런데 선배가 요리할 자리를 완전히 차지해 버렸잖아요!
백기
너랑 이렇게 오래 지내면서 내 요리 실력도 많이 늘었어.
마침 잘됐네. 이번 기회에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해 봐.
넌 옆에서 나 좀 도와주기만 하면 돼.
유연
아무래도 이번 기회에 제 일까지 대신하려는 것 같은데요!
백기
OvO 경찰관을 의심하면 안 되지.
아까 시장에서 재료도 잔뜩 사 왔으니까 이것저것 만들어 볼 수 있겠어.
마침 최근에 새로 배운 요리가 있는데, 한번 만들어 볼게.
지난달에 특파팀에 예전에 취사반에서 근무했던 선임이 새로 왔거든. 그분이 요령을 몇 가지 알려주셨어.
먼저 생강을 넣고 데치다가 핏물이 거품으로 올라오면 건져서 찬물에 담가두고……
……그다음에는 기름이랑 설탕을 넣고 볶아서 캐러멜 색을 내고.
응? 그런데 식초는 언제 넣더라…… 잠깐, 흰 식초였나, 숙성 식초였나…… 고추냉이는 마지막에 넣는 거였나?
유연
아하하하하하!
저 보지 마요! 그게 무슨 요리인지 저도 모르겠다고요, 하하하! 대충 맛있으면 되는 거죠.
그것보다 제가 썰어놓은 '생일 축하해' 글자 좀 봐줘요.
제가 직접 반죽해서 만든 수타면이랑 같이 놓으면 딱 어울리지 않아요?~
백기
안 돼, 잠깐만 기다려 봐.
그 선임에게 전화 좀 하고 올게.
## 02 오늘도 열애 중 《今日热恋》
“너랑 같이 네 컷 사진 찍기.”
유연
이건 분명 선배 소원이 아닐 거예요!
백기
왜 아닌데?
유연
이렇게 귀엽고 조금은 소녀 취향인 건 선배 성격이랑 전혀 안 어울리잖아요.
또 몰래 제 소원을 들어주려고 그러는 거죠?
백기
누가 그래? 난 정말 너랑 이거 찍고 싶은데.
유치하고 귀여운 일이라면 뭐든 너랑 같이 해보고 싶어.
다 찍고 나면 스티커 크기로 작게 만들어서 휴대전화 뒤에도 붙일 거야.
자, 가자. 기계도 나도 한참 기다렸어.
유연
알았어요(///)
우리 어떤 프레임으로 할까요?
응? 벌써 골랐어요?
백기
이건 앞부분에는 정해진 포즈가 있고, 뒷부분에는 자유롭게 포즈를 취할 수 있대. 딱 좋은데.
준비됐지?
유연
어! 빨리빨리, 제가 안을게요——!
백기
얼굴도 내 얼굴에 딱 붙여야 해.
유연
아하하하하, 선배 웃지 마요! 선배가 웃으니까 저도 자꾸 웃고 싶잖아요.
백기
어쩔 수 없어. 널 보면 귀여워서 자꾸 웃음이 나와.
유연
어어, 다음 포즈예요! 빨리 뒤에서 저 안아줘요!
선배 머리가 제 머리 위에 얹힌 거 너무 웃겨 보여요, 아하하하!
백기
뭐가 웃겨? 난 좋은데.
유연
(>▽<) 그렇게 온몸으로 기대면 어떡해요——!
휴, 그래도 정해진 포즈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아니었으면 어떻게 포즈를 취해야 할지 몰랐을 거예요.
백기
이제 자유 촬영이네. 동물 무늬도 있는 것 같은데.
유연
너무 귀여워!
백기
준비됐어. 이제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토끼를 내가 독차지할 거니까.
……!
유연
전 얼마든지 좋아요.
03 게임 대결의 달인 《PK大师》
“나랑 같이 오락실 가서 게임하기.”
유연
잠깐잠깐잠깐…… 위, 아래…… 아니, 왼쪽 아래……
아아아악!
잠깐, 잠깐만요——!
백기
안 눌렀어, 안 눌렀어.
나 가만히 있잖아.
유연
조금만 더 연습하게 해줘요. 안 그러면 선배는 저 같은 초보를 이기는 재미밖에 못 느낄 거예요!
백기
괜찮아.
자, 우리 자리 바꾸자.
유연
응? 그렇게 해도 돼요?
백기
이게 더 재미있잖아.
유연
이 캐릭터는 어떻게 조작하는 거였더라……
백기
중요한 건 연속기를 익히는 거야. 예를 들면 이렇게 아래, 오른쪽, 아래, 아래, 오른쪽, 아래에 C를 누르고……
이런 식으로 아래, 왼쪽, 아래, 왼쪽, 아래, 오른쪽, 오른쪽을 누른 다음……
유연
(@-@)……
오케이, 오케이. 완벽하게 이해했어요.
결국 커맨드를 잘 입력하면 기적이 일어난다는 거죠!
백기
맞아, 바로 그거야.
굳이 외우려고 하지 않아도 돼. 몇 판 하다 보면 익숙해질 테니까.
응, 봐봐. 벌써 필살기도 능숙하게 쓰잖아.
유연
저도 나름 백 사부님한테 배운 제자잖아요. 전에 특별 훈련까지 받았다고요.
자, 갑니다! 으앗……
잠깐만요, 선배.
왜 이렇게 기술을 많이 썼는데도 제 체력만 계속 줄어드는 거예요?
백기
OvO
자리 바꿨잖아.
유연
으아, 역시 저는 아직 너무 못해요.
……이래서는 선배가 게임하는 재미도 제대로 못 느끼겠어요.
백기
난 지금 엄청 재미있는데.
이 게임은 진작에 질리도록 해봤지만, 너 덕분에 다시 재미있어졌어.
난 너랑 같이하는 게 좋은 거야.
04 느긋한 휴식 시간 《贪懒时光》
“내 머리 말려주기.”
유연
선배는 정말 바보야.
백기
난 이런 게 좋아. 이 정도면 충분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하루. 야근도 없이 널 데리러 가서 같이 집에 돌아오고.
밥 먹고, 샤워하고, 널 안고 있으면 네가 내 머리를 말려주는 거.
정말 행복해.
유연
자꾸 그런 말을 하면 저도 매일 선배 머리를 말려주고 싶어지잖아요.
백기
좋아. 그럼 평생 말려줘.
하루라도 빠지면 안 놔줄 거야.
유연
알았어요, 알았어. 그런데 이렇게 제 무릎에 기대고 있으면 아래쪽 머리는 말리기가 힘들어요.
백기
그런데 너무 편한걸.
하아…… 움직이기 싫어.
유연
알았어요, 정말 못 말린다니까.
그러고 보니 전에는 선배 머리를 별로 말려준 적이 없었네요……
막 감았을 때는 이렇게 복슬복슬하고 부드러운 줄 몰랐어요.
백기
-v- 그래? 그럼 많이 만져봐.
내 머리카락도 네 손가락이 닿는 걸 좋아하나 봐.
유연
자, 이제 조금만 움직여 봐요. 반대쪽으로 돌아누워요. 이쪽도 말려야 하니까.
백기
알았어.
유연
아하하, 방향을 바꾸랬지, 돌아누워서 더 세게 안으라는 게 아니잖아요!
백기
방금 자세를 바꾸느라 에너지를 써버렸어.
다시 충전해야겠어.
유연
알았어요, 알았어. 선배 좋을 대로 해요.
유연
졸려요?
백기
조금.
이 정도면 다 마른 것 같아. 이제 가자.
잘 시간이야.
## 05 마음을 전하는 편지 《心意预启》
“나한테 편지 한 통 써주기.”
유연
몰래 훔쳐보면 안 돼요!
백기
안 봐, 안 봐.
네 손톱 보고 있었어. 손에 든 펜도 예쁘네.
보기 좋아.
유연
정말 못 말린다니까…… 크흠.
(*^^*) 사랑하는 백기 선배에게.
백기
응, 나 여기 있어.
유연
오늘 날씨도 이렇게 좋고, 주변 풍경도 예쁘고, 하늘도 파랗잖아요.
그러니까 잠깐 저 풍경 좀 감상해 주면 안 돼요?
백기
OvO 싫어. 저것들보다 네가 더 예쁜데.
난 그냥 널 보고 싶어.
유연
>< 이 짓궂은 사람——!
이렇게 계속 쳐다보면 편지를 쓸 수가 없잖아요!
이제 그만 놀려요!
백기
그럼 어떡하지.
내가 좋아하는 여자아이가 내 곁에 앉아서 나한테 편지를 써주고 있는데.
어쩌면 날 좋아한다고 쓸지도 모르고, 평생 나랑 함께하고 싶다고 쓸지도 모르잖아.
그리고 날씨가 유난히 좋은 어느 날, 그 편지를 나한테 건네주겠지.
꼭…… 꿈만 같아.
그런 생각을 하니까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어.
눈을 한번 깜빡였다가 꿈처럼 사라져 버릴까 봐.
유연
(/A/) 알았어요. 그럼 봐요! 계속 보고 있으라고요——!
백기
그럼 내가 방금 말한 것들도 편지에 썼어?
유연
당연히 썼……!
아, 자꾸 떠보지 말고 얌전히 기다려요!
백기
하지만 난 벌써 한참 기다렸는걸.
얼른 써줘. 조금이라도 빨리 받고 싶어.
그래야 나도 조금이라도 빨리 너한테 말할 수 있잖아.
“나 너 정말 많이 좋아해.”
足金平安钞 — 순금 평안 기원 지폐
바람이 순조롭게 불고, 네가 언제나 무사하기를.
백기
나도 이런 걸 받게 될 줄은 몰랐네.
어쩐지 나도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야.
그래도 인정해. 네가 늘 걱정하지 않도록 나도 더 노력해야겠지.
유연
걱정이 아니라, 선배가 무사하길 바라며 지켜주는 마음이죠.
백기
알아. 그리고 어린아이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그러면 아무 이유 없이도 네가 계속 나만 생각해 달라고 할 수 있으니까.
*생일당일
밝은 달을 향해 《明月所向》
백기
하늘은 높고 아득하지만, 그만큼 달에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곳이기도 해.
나는 오직 너를 향해 날아가고 싶고, 오직 네 곁에 내려앉고 싶어.
*생일 대사
나는 확신해. 일 년 전보다 내가 꿈꾸던 모습에 더 가까워졌고, 일 년 전보다 너를 더 사랑하게 됐다는 걸.
네가 해주는 축복은 언제나 이루어져. 나는 매 순간 행복을 느끼고 있으니까.
오늘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야. 하지만 사실 네 덕분에 나는 매일 이런 행운을 누리고 있어.
매년 네 축복을 듣는 게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해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너도 알잖아. 나 자신을 위해 비는 모든 소원에는 오직 너와 함께하는 미래만 담고 싶다는 걸.
넌 언제나 내게 많은 선물을 주고, 결국 그 모든 순간까지 최고의 선물로 만들어 줘.
* (에필로그: 데이트까지 다 보고 보는 게 좋음!)
秘语时光 — 비밀을 속삭이는 시간
유연
솔직히 말해봐요. 혹시 한예준이 선배한테 미리 귀띔해 준 거 아니에요?
달빛이 흐릿하게 내려앉은 밤이었다.
나는 백기가 기타를 보았을 때 지었던 표정을 떠올리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결국 그의 품속에서 몸을 뒤척여 상체를 반쯤 그의 몸 위에 엎드렸다.
유연
그렇지 않고서야 말이 안 되잖아요. 다른 건 전부 철저하게 비밀로 준비했는데, 이것만 반응이 좀 이상했단 말이에요.
백기
그냥 내가 네 마음을 잘 알아서 그런 걸 수도 있잖아?
백기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넌 언제나 마음을 담아 화답해 준다는 걸 아니까.
백기는 웃으며 내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러고는 느긋하게 눈을 가늘게 뜨며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 더없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유연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이상해요.
유연
다른 선물을 받았을 때는 그런 반응이 아니었잖아요.
백기는 웃음을 참지 못한 듯하더니 아예 똑바로 누웠다.
그리고 나를 끌어당겨 그의 몸 위에 완전히 엎드리게 했다.
백기
한예준은 아니야.
유연
……! 그럼 어떻게 알았어요?
하지만 백기는 또다시 비밀이라도 되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짓궂게도 혼자서 비밀을 간직한 달콤함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참지 못하고 그의 코를 살짝 꼬집었다.
그러고는 '심문'을 포기하고 그의 가슴 위에 누웠다.
유연
흥, 말 안 해도 괜찮아요. 제가 직접 추리해 볼 테니까요.
유연
7월 초에 급하게 여기저기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어요. 우리 팀 음악감독님이 여러 선생님께 대신 물어봐 주셨고……
유연
그러고 나서 나흘 뒤에야 찾아갈 악기점을 정했는데…… 아! 혹시 선배가 그 가게 사장님을 원래 알고 있었던 거예요?
유연
기억해 보니까 선배도 가끔 악기점에 들러 구경하곤 했잖아요.
백기
틀렸어.
백기도 꽤 재미있다는 듯 내 추리 놀이에 어울려 주고 있었다.
내가 신이 나서 고개를 들었다가 그의 대답에 다시 입술을 삐죽이며 눈을 가늘게 뜨고 누웠다.
유연
알겠어요. 계속 추리해 볼게요.
유연
그런데 그 악기점은 연모시에 없어서, 이틀 뒤 출장 갔을 때 일부러 들렀거든요.
백기
어쩐지 하루 늦게 돌아오더라니. 나한테 거짓말한 거였네.
유연
그걸 어떻게 거짓말이라고 해요! 이건 비밀리에 준비하는 의식 같은 거라구요~
백기
난 몰라. 기억해 둘 거야.
유연
아, 자꾸 제 생각 끊지 말아요. 아무튼 이것도 아닌 것 같고!
나는 웃으며 그의 입을 손으로 막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유연
그런데…… 마지막에 사장님 의견까지 종합해서 마음에 드는 기타를 골랐는데, 그 기타는 조정하는 데 시간이 좀 더 필요했어요.
유연
그래서 사장님이 시간과 거리 문제를 고려해서 조정이 끝나면 직접 보내주겠다고 하셨거든요.
유연
그러니까 기타를 받은 건 아마 지난주였을 거예요…… 그 뒤로는 계속 회사에 숨겨뒀는데?
백기
그럼 지난주에 우리 뭐 했지?
유연
네?
백기가 드디어 힌트를 주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나는 눈을 깜빡이며 열심히 기억을 더듬었다.
유연
그전까지 계속 비가 내리고 태풍도 왔던 터라 집에만 있었잖아요.
유연
그러다가 날씨가 맑아지고 더워졌는데…… 마침 선배도 쉬는 날이 있어서 공원으로 피크닉을 갔었죠.
유연
그때 선배가 일부러 기타도 챙겨 와서 연주해 줬잖아요~
백기
그럼 피크닉 말고 또 뭘 했어?
유연
네? 제가 또 뭘 했더라……
나는 미간을 찌푸리고 머릿속을 열심히 뒤졌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세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유연
제가 선배도 아닌데, 그런 걸 어떻게 하나하나 다 기억하겠어요.
백기
네가 근처에 맛있는 음식이 많기로 유명한 먹자골목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줄 서서 맛있는 걸 좀 사 오겠다고 했잖아.
백기
나도 같이 가겠다고 했는데, 넌 내가 햇볕을 좀 쬐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백기
가위바위보에서 내가 지는 바람에 네가 한참 동안 줄을 섰지.
유연
……그래서요?
백기
그래서 난 얌전히 여자친구가 돌아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어. 조금 심심하기도 하고, 네 생각도 나서 기타를 잠깐 쳤지.
백기
그러다가 어떤 사람이 다가왔어. 그 사람도 기타를 하나 메고 있었고.
유연
……!
나는 저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어쩐지 신기한 우연이 벌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백기
그 사람은 날 몰랐고, 물론 나도 그 사람을 몰랐어.
백기
그냥 지나가다가 내가 연주하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던 모양인지 나랑 몇 마디 더 이야기를 나눴지.
백기
아마 내가 들고 있던 기타도 꽤 괜찮아 보였는지, 자기 기타도 보여주더라고.

그날의 찬란한 햇살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았다.
잔물결이 부드럽게 일렁이는 호숫가에는 들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었고, 백기는 아마 미소를 지으며 상대방의 기타를 바라보았을 것이다.
유연
설마……! 제가 기타를 받았을 때는 사장님이 이미 여러 가지 장식을 달아주신 상태였거든요…… 설마 선배가 그때 알아본 거예요……?
백기
알아보긴 했어. 하지만 세상에서 생일을 앞둔 사람이 나 하나뿐인 건 아니잖아.
백기
그래서 누군가에게 줄 선물이겠거니 하고 그냥 구경만 했어. 그 기타가 정말 좋아 보이기도 했고.
백기는 미소 지었다.
그 목소리에는 부러움보다는 오히려 행복한 기색이 가득했다.
그는 내 뺨을 두 손으로 살며시 감싸 쥐고, 엄지손가락으로 애틋하게 얼굴을 어루만졌다.
백기
그런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순간 이상하게도 이런 생각이 들었어……
백기
저 기타는 결국 내 것이 될 거라고.
백기
살면서 그런 느낌을 받아본 적은 거의 없었어.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런 확신을 가져본 적이 없었지.
백기
물론 그때는 나도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사랑으로 가득 찬 그의 맑은 눈동자를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그의 손바닥에 뺨을 비볐다.
유연
어쩌면 그 순간, 운명이 선배 곁으로 찾아온 걸지도 몰라요.
백기
그렇다면 내게 운명은 네 사랑에 더 가까운 것 같아.
백기는 고개를 들고 마치 경건한 마음을 담듯 내 눈썹과 눈가에 입을 맞췄다.
마치 나와 함께 그날의 풍경을 떠올리고 있는 듯했다.
유연
그럼 그때 그 사람한테 다른 말도 했어요?
유연
혹시 직접 확인해 보지는 않았고요?
백기
아니. 정말 내 것이 될 기타라면, 네가 직접 건네주는 순간을 더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싶었거든.
백기
그래서 마지막에는 그 사람한테 딱 한마디만 했어.
유연
뭐라고 했는데요?
백기
“그 기타를 받는 사람은 분명 행복할 거예요.”
우리는 마치 같은 미소에 잠긴 듯 서로를 바라보다가, 애틋하게 끌어안았다.
마치 서로의 운명을 품에 안는 것처럼.
유연
선배는 행복해요?
백기
너무 행복해…… 그래서 그저 널 사랑하고 싶어.